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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최윤석 기자] 한국투자증권이 다시
SK(003600)그룹의 백기사로 나섰다.
SKC(011790)의 1조원 규모 유상증자에서 한국투자증권이 가장 많은 물량을 책임지기로 했다. 앞서 양사 사이에 파트너십 균열 조짐이 제기된 바 있지만, 고난도 자금조달을 앞둔 SK그룹이 결국 한국투자증권에 다시 손을 내밀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픈 손가락' SKC…신용등급 강등 후 1조 조달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C는 1조5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한다. 신규 발행 주식 수는 1173만주로 주당 예상 발행가액은 8만5300원, 증자 비율은 30.98%다.
(사진=SKC)
이번 유상증자는 지난해 진행된 신용등급 하락의 후속 조치로 평가된다. 지난해 12월 NICE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는 SKC의 기업 신용등급을 기존 '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기업어음 신용등급을 'A2+'에서 'A2'로 하향 조정했다.
석유화학 산업에서 중국발 공급 과잉이 지속돼 영업적자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신규 사업인 동박 부문에서도 신규 공장 가동 비용이 증가해 2026년까지 영업적자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등급 하향 조정은 곧 조달 비용 증가로 이어졌다. 지난 2월 발행이 마무리된 SKC의 회사채 금리는 2년물과 3년물이 각각 4.223%, 4.598%로 책정됐다. 이는 지금보다 채권 발행 금리가 높던 지난 2024년 발행 당시 3.984%, 4.187%보다 높은 수준이다.
SKC는 이번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을 통해 단기적인 건전성 확보에 나설 계획이다. 조달 자금 가운데 4000억원은 채무 상환에 사용돼 이를 통해 부채비율을 2025년 말 기준 230%에서 140%대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대표주관 한투 40% 인수…SK와 관계 복원 '신호'
SKC의 유상증자에는 한국투자증권 대표 주관사를 맡았다. 이어
NH투자증권(005940)과 신한투자증권,
삼성증권(016360), KB증권 등이 공동 대표 주관사를 맡지만, 한국투자증권은 대표 주관사 중 가장 많은 전체 발행 물량의 40%를 인수한다.
앞서 지난해 하반기 SK그룹과 한국투자증권 사이에서는 파트너십 균열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다.
실제 올해 1월부터 2월 SK그룹의 회사채 발행에서 한국투자증권은 SK에코플랜트 1년6개월물 회사채 발행을 제외하면 단 한 건의 주관도 맡지 못했다. 이어 지난해 연말 진행된 회사채 발행에서도 한국투자증권의 SK그룹 계열사 회사채 주관 규모는 평년 대비 감소해 눈길을 끌었다.
양사의 균열은 SK그룹의 조달 전략 변화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SK그룹 주요 계열사의 실적 회복이 이어지면서 특정 증권사에 의존하기보다 여러 증권사와 협력하는 방식으로 조달 전략이 달라졌다. SK온의 흑자 전환과 IPO가 늦어지면서 한국투자증권의 부담이 커진 점도 한몫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신용등급 하향까지 겪은 SKC의 자금조달은 결국 한국투자증권에 손을 내밀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이번 유상증자에서 최대주주인 SK는 SKC 신주발행에서 배정 물량의 120%를 인수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유상증자에 대한 시장 호응도는 여전히 낮은 편이다.
SKC 주주게시판에서 한 투자자는 "주주들에게 자금을 끌어와 4000억원 채무를 갚겠다는 말 아니냐"라며 "유리기판 사업 전망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1조원 규모 유상증자까지 한다는 건 너무하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다른 한 주주는 "이번 유상증자는 결국 빚 많은 회사가 만년 적자 상황에서 운영자금이 부족해 주주들에게 구걸하는 것과 같다"라고 평가했다.
고난도 유증 경험…결국 한투 선택
SKC가 한국투자증권에 다시 손을 내민 이유로는 지난해 한국투자증권의 유상증자 주관 실적도 거론된다. 지난해 한국투자증권의 유상증자 주관 실적은 총 2조3607억원으로 전체 증권사 가운데 2위를 기록했다.
순위에서는 NH투자증권에 밀렸지만 내용에서는 대형주부터 고난도 소형 유상증자까지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점이 부각됐다. 한국투자증권은 한화에어스페이스와 같은 대형 유상증자는 물론 형지엘리트 같은 소규모 기업 유상증자까지 맡았다.
(사진=한국투자증권)
유상증자는 딜 구조상 회사채 주관이나 인수금융 제공보다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시장 반응이 저조할 경우 실권주 리스크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고난도 유상증자로 평가받던 형지엘리트 유상증자에서 청약률 99.4%를 기록하며 주관 역량을 입증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이번 SKC 유상증자 주관은 SK그룹이 다시 한국투자증권에 보내는 화해의 신호로 읽힌다. 시장에서는 이번 딜을 계기로 SK그룹과 한국투자증권 파트너십 복원이 기대된다는 평가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SKC 같은 경우 영업손실이 지속된 기업으로 유상증자 주관이 어렵다고 평가된다"라며 "결국 이런 고난도 딜을 맡길 수 있는 파트너는 한국투자증권밖에 없다는 판단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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