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로봇패권 경쟁)①중국 '로봇 솎아내기'…K-로봇 골든타임 열린다
휴머노이드 국가 표준 발표하며 '옥석 가리기' 착수
보조금 의존형 구조조정 속 기술 혁신 둔화 우려 제기
K-로봇, 삼성·현대차 등 대기업 중심으로 역전 노려
2026-03-09 06:00:00 2026-03-09 06:00:00
이 기사는 2026년 03월 5일 16:57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휴머노이드 시장이 격변의 시기를 맞고 있다. 중국은 과잉투자를 막기 위해 인위적 구조조정이라는 승부수를 던졌고, 일본과 함께 소재 강국으로서 로봇의 '근육'과 '피부'에 해당하는 핵심 소재 시장을 선점하며 하드웨어 주도권을 쥐고 있다. 반면 한국은 석유화학 업황 부진과 연구·개발(R&D) 지연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해 있다. 이에 <IB토마토>는 중국의 정책 선회가 우리 산업에 던지는 반전의 기회를 짚어보고, 소재·부품·제조 기업이 '원팀'으로 미래 로봇 패권을 거머쥘 전략을 모색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전 세계 로봇 시장의 포식자로 군림하던 중국이 돌연 속도 조절에 나섰다. 물량 공세로 시장을 장악하던 기존 전략에서 벗어나, 보조금 가이드라인과 평가지표를 통해 부실기업을 솎아내는 '반강제 구조조정'의 칼을 빼든 것이다. 중국 정부의 이번 조치는 과거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에서 겪었던 과잉 투자와 공급 과잉 사태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선제적 대응으로 풀이된다. 기술력에서 중국에 비해 1~2년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던 한국 로봇 업계에는 이 시기가 기술 격차를 좁히고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전례 없는 '골든타임'이 될 전망이다.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사진=연합뉴스)
 
중국, '제2 전기차 사태' 막기 위해 '로봇 솎아내기' 강행
 
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중국 내 휴머노이드 로봇 제조사는 140곳 이상으로 늘어났고, 출시된 모델만 330종이 넘을 정도로 시장이 급격히 과열됐다. 이에 중국 공업정보화부(MIIT)는 지난 2월 말, 중국 최초의 '휴머노이드 로봇·체화지능(Embodied AI) 국가 표준 시스템'을 전격 발표하며 산업 통제에 들어갔다.
 
해당 표준 시스템은 기초·공통 기술부터 뇌유사 지능과 부품, 완제품, 응용, 안전·윤리에 이르는 6개 축을 포괄하며 전 산업 주기를 규제한다. 겉으로는 '산업 효율화'를 내세우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150여개의 기업을 대상으로 정량 평가를 실시해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거나 제한하는 '선별적 육성' 체계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중국 정부가 이처럼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착수한 배경에는 심각한 '돈줄 마름' 현상이 자리 잡고 있다. 그동안 베이징과 상하이, 선전 등 주요 도시는 '휴머노이드 밸리'를 자처하며 기업당 수천만위안에서 최대 1억위안(약 1400만달러)에 달하는 보조금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이 붕괴되며 지방정부의 핵심 수입원인 토지사용권 판매 수익이 급감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S&P 등 주요 기관은 중국 지방정부의 수입 기반 약화로 재정 회복에 최소 3~5년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25년 기준 지방정부 부채가 수십조위안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 신생 로봇 업체들에 무분별한 자금을 지원할 여력이 사라진 것이다. 결국 중앙정부가 나서서 중복 투자를 막기 위해 '인증 기준 네거티브 리스트'를 준비하고 보조금 승인을 동결하는 등 인위적인 시장 정리에 나선 셈이다.
 
문제는 이러한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이 기술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표준화가 미비한 초기 시장에서 정부가 조기에 개입해 규격과 평가 기준을 통일할 경우, 기업들의 창의적인 시도가 억제될 우려가 크다.
 
 
K-로봇, 대기업 중심 '피지컬 AI' 밸류체인 본격 가동
 
중국이 내부 정비와 구조조정으로 주춤하는 사이, 한국 로봇 업계는 강력한 대기업 생태계를 기반으로 반격의 기틀을 마련하고 있다. 과거 로봇 산업이 단순한 하드웨어 제조에 머물렀다면, 현재 K-로봇은 삼성전자와 현대차그룹 등 글로벌 제조·IT 기업들이 주도하는 피지컬 AI 생태계로 빠르게 재편되며 질적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우선 삼성전자(005930)의 행보가 독보적이다. 삼성전자는 2024년 말 레인보우로보틱스(277810) 지분을 35%까지 확대해 최대주주로 올라섰고, 이를 자회사로 편입해 휴머노이드 기술 내재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실질적인 상용화 측면에서는 자율주행 기술력을 갖춘 기업들의 활약이 눈에 띈다. 로보티즈(108490)는 실외 주행 로봇 분야에서의 압도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물류와 배송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부상하고 있다. 
 
두산로보틱스(454910)뉴로메카(348340) 같은 협동로봇 강자들도 대기업과의 연합 전선을 확장하고 있다. 두산로보틱스는 글로벌 협동로봇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확대하는 동시에 현대차 등 완성차 업계의 스마트 팩토리 공정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뉴로메카 역시 CES 2026에서 차세대 휴머노이드 플랫폼 'EIR'을 공개하며 기술력을 과시했는데, 이 과정에서 대기업 자금이 대거 유입되며 기술 개발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국내 로봇 업계에서는 중국의 추격 속도가 늦춰진 사이 기술 격차를 완전히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중국은 지난해 사실상 로봇 양산의 원년으로 만들며 수백 종의 모델을 쏟아냈지만, 여전히 상당수는 시연·홍보용 퍼포먼스에 그쳤다는 평가도 나온다.
 
로봇산업협회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중국은 쿵푸나 댄스 등 쇼맨십에 특화된 데이터를 가지고 있지만, 조선이나 반도체 등 산업현장에서 쓸 수 있는 데이터는 아직 가지고 있지 않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K-휴머노이드 연합처럼 휴머노이드 도메인에 특화된 제조로봇을 만들기 위한 스텝을 밟고 있다"라며 "특히 다양한 산업 도메인에 큰 역량이 있는 대기업들이 국내에 있다보니 글로벌 휴머노이드 시장에서 우위를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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