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배달 플랫폼을 둘러싼 사회적 대화가 재개됐지만, 단체 간 입장 차로 협의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수수료 인하를 둘러싼 이해관계 충돌이 반복되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이번 논의가 단순 요율 조정에 그칠 경우 근본적인 해법이 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배달 플랫폼 시장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수수료가 아닌 구조에 대한 재설계가 필요합니다. 본지는 수수료 갈등을 넘어, 왜곡된 배달 생태계를 진단하고 실질적 대안을 제시하는 전문가 제언을 담는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뉴스토마토 이혜현 기자] 배달 플랫폼 기업과 소상공인 간 상생을 위한 시장 생태계를 구축하려면, 이해당사자 간 합의를 바탕으로 한 지속 가능한 시스템 정착이 필요합니다. 이를 통해 소비자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가격 구조의 투명화가 핵심 과제로 꼽힙니다.
업계 전문가들은 오랫동안 고착화된 배달 플랫폼 업계와 소상공인 업주 간 수수료 갈등을 넘어, 왜곡된 배달 생태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소비자들이 납득할 수준의 배달앱 요금 구조가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소비자는 음식 가격, 배달비, 회원 구독료 등을 동시에 부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배달비가 얼마인지, 어떤 방식으로 책정되는지 명확히 알기 어렵다"며 "현재 배달앱 요금구조가 소비자 입장에서 매우 불투명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배달 플랫폼 기업과 업주 간 상생의 길을 모색하고, 소비자가 질 높은 배달 플랫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건강한 시장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이해당사자 간 신뢰를 전제로 한 가격 구조의 전면적 투명화와 제도적 정착이 선행돼야 합니다. 최근 배달앱 수수료와 비용 구조를 둘러싼 사회적 대화가 재개되고, 업계 관행도 일부 개선됐습니다. 소비자단체 역시 이를 의미 있는 진전으로 평가했습니다.
정 사무총장은 "과거에는 플랫폼과 업주 간 갈등이 일방적 주장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공론의 장에서 구조적 문제를 논의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여전히 논의가 수수료 인하에 집중돼 있고, 실제 소비자가 어떤 비용을 부담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은 한계로 꼽았습니다. 정 사무총장은 "배달 플랫폼은 업주·플랫폼·라이더뿐 아니라 소비자가 함께 비용을 부담하는 구조”라며 “향후 논의는 보다 전체 생태계 관점에서 균형 있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 (사진=한국소비자연맹 제공)
수수료 조정에 머무른 사회적 대화 '한계'
상생협의체를 통해 일부 제도 개선이 있었지만, 업주 단체가 사업 형태별로 분산돼 있고 이들 간 입장 차도 좁혀지지 않고 있는 점 역시 한계로 지적됩니다.
정 사무총장은 여러 이해관계자 간 공감대 형성과 중재안 마련이 난항을 겪는 주요 원인으로 배달 비용 및 수수료 산정 구조의 불투명성, 책임 주체의 불명확성을 꼽았습니다.
그는 "플랫폼은 기술과 서비스 제공을 이유로 비용을 정당화하고, 업주는 과도한 수수료 부담을 호소하지만, 그 사이에서 최종 비용이 누구에게 어떻게 전가되는지에 대한 공통 인식이 부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특히 소비자가 실제 부담하는 비용 구조에 대한 논의가 부족하고, '무료배달'과 같은 마케팅 용어가 논의를 왜곡하고 있어 합의안이 나오더라도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배달앱 이용 시 실제 어떤 비용을 부담하는지 체감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무엇보다 현재 배달앱 요금 구조를 소비자가 명확히 알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정 사무총장은 "소비자는 음식 가격, 배달비, 회원 구독료 등을 동시에 부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배달비가 얼마인지, 어떤 방식으로 책정되는지 명확히 알기 어렵고 음식 가격에 배달비가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습니다.
또 무료배달이나 할인 프로모션 등이 실제 비용 인식을 왜곡하고 소비자의 오인을 유발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됩니다. 이러한 마케팅은 단기적으로는 소비자 혜택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음식 가격 인상, 서비스 수수료 확대, 구독료 증가 등의 방식으로 비용이 전가되고 있습니다.
정 사무총장은 "소비자는 무료배달로 인식하지만 실제로는 비용을 이미 지불하고 있는 구조"라며 "이 같은 구조는 이중가격 문제를 만들고, 음식량 축소나 가격 전가로 이어져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을 어렵게 만든다"고 부연했습니다.
확장 넘어 신뢰 중심 시장으로
정 사무총장은 배달비가 분명히 존재하는데도 없는 것처럼 마케팅하다 보니 지금처럼 계속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그는 "과도한 할인 프로모션은 단기적으로 소비자 혜택처럼 보일 수 있지만, 멤버십 등 부가 서비스에서 비용을 부담하게 만든다"며 "장기적으로 가격 신뢰를 무너뜨리고, 시장 전반의 가격 상승 구조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습니다. 거리별·옵션별 요금제 논의 역시 현재처럼 거리요금, 심야요금, 기상할증 등 추가요금이 어떤 방식으로 반영되는지 소비자에게 명확히 공개되지 않는 한 공전할 가능성이 크다고도 우려했습니다.
정 사무총장은 "가격 구조가 투명해져야 실제 배달비가 얼마인지, 누가 얼마를 부담하는 구조인지 명확해질 수 있다"며 "그래야 '팔수록 손해'라는 소상공인 불만 역시 해소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배달비가 보이기 시작하면 당장 소비자 주문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플랫폼과 외식업체 모두 우려하겠지만 그 과정을 거쳐야 이 시장을 개선할 수 있다"며 "지금처럼 계속 수수료 가지고만 논의한다면 이 문제는 계속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배달 플랫폼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해서는 근거리를 중심으로 배달 서비스가 이루어지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습니다. 정 사무총장은 "근거리를 중심으로 서비스가 이뤄져야 환경문제, 라이더 안전, 음식 품질이 보장되고 배달서비스가 지속 가능해 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끝으로 그는 배달 플랫폼 시장이 지속 가능한 구조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확장' 중심 경쟁에서 '신뢰' 중심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정 사무총장은 "가장 현실적인 해법은 가격 구조의 투명화와 공정한 비용 분담 체계 구축"이라며 "배달 플랫폼이 이미 일상 인프라가 된 만큼 단순 시장 경쟁을 넘어 사회적 책임과 공정성을 기반으로 한 지속 가능한 생태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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