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헬기사격 없었다' 전두환 회고록, 5·18 왜곡"
고 조비오 신부 조카 조영대, 5·18 단체 손 들어줘
"단순 의견 표명 아냐, 명시적·묵시적 사실 적시해"
'시민 무장에 계엄 자위권 발동' 등 "허위임이 증명"
2026-02-12 16:53:24 2026-02-12 16:53:24
[뉴스토마토 강예슬 기자] 전두환씨가 회고록을 통해 5·18 민주화운동을 왜곡한 사실이 대법원에서 인정됐습니다. 대법원은 전씨의 회고록에 담긴 '헬기사격이 없었다'거나 '시민이 먼저 무장해 계엄군이 자위권을 발동했다'는 내용은 단순 의견표명으로 볼 수 없는 허위사실이라고 명확하게 판단했습니다. 
 
2019년 3월 고 조비오 신부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받는 전두환씨가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재판에 출석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이날 오전 고 조비오 신부의 조카 조영대 신부와 5·18기념재단 등 5·18 관련 단체 4곳이 전두환씨, 그의 회고록을 펴낸 전씨 장남 재국씨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 측 상고를 기각하고, 원고 일부승소를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전씨의 부인 이순자씨와 재국씨는 5·18 단체들에 각각 1500만원씩, 조 신부에게 1000만원 등 총 7000만원을 배상해야 합니다. 또 왜곡된 표현을 삭제하지 않는 한 회고록 출판·배포도 금지됩니다.
 
앞서 전씨는 2017년 총 3권 분량으로 '전두환 회고록'을 펴냈고, 재국씨는 그해 4월3일 책을 배포·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책엔 '5·18 민주화운동 당시 남파된 북한군, 공작원, 특수요원들이 시위에 참여하여 이를 격화시켰다', '당시 계엄군의 헬기를 이용한 사격은 없었다', '당시 시민들이 먼저 무장을 하였기 때문에 계엄군이 자위권을 발동할 수밖에 없었다'와 같은 내용이 담겨 논란이 됐습니다. 뿐만 아니라 전씨는 5·18 당시 계엄군의 헬기사격을 목격했다고 주장해 온 고 조비오 신부에게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지칭하기도 했습니다. 
 
원고들은 2017년 전씨가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허위사실을 적시한 회고록을 출판해 피해자들의 명예가 훼손됐다면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1심에선 원고들이 삭제를 요청한 회고록 표현들 중 일부에 대해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성립한다며, 전씨 측이 5·18 단체들에게 각 1500만원, 조영대 신부에게 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주문했습니다. 2심 재판 진행 중이던 2021년 11월 전씨가 사망하자 소송은 배우자인 이씨가 이어갔습니다. 2심도 원고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이날 대법원도 5·18 단체가 전씨 회고록에서 문제 삼은 표현에 "각 표현은 단순한 의견의 표명이 아니라 구체적 사실을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적시한 것에 해당한다"며 "5·18 민주화운동의 전개 과정, 관련 확정판결의 내용, 5·18 민주화운동 전후 작성된 문서들의 내용, 관련자들의 진술(법정진술 포함) 및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의 조사결과 등을 종합해 보면, 이 사건 각 표현이 적시한 위 사실들은 모두 허위임이 증명됐고 보아야 한다"라면서 원심 판단을 인용했습니다. 
 
특히 원심에선 조비오 신부의 조카인 조영대 신부가 고인의 배우자, 직계비속, 직계존속, 형제자매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손해배상 청구 등의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는 취지로 판결했는데,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조비오 신부는 가톨릭 신부로서 직계비속을 둘 수 없고, 조카가 직계가족 등은 아니지만 고인과 직계혈족에 버금갈 정도로 밀접한 친분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본 겁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조비오 신부는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일 뿐이다’라는 모욕적 표현으로 조비오 신부를 경멸한 것은 조영대 신부에 대한 유족으로서 추모감정 등을 침해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아울러 "전재국씨는 출판자로서 저자인 전두환과 공동으로 원고들에 대하여 허위사실 적시 등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습니다. 
 
강예슬 기자 yea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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