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일본 정치 지형의 급격한 우경화가 한국 경제의 주력 산업에 위협과 기회를 동시에 제공하는 복합적 변수로 부상할 전망입니다. 한국·일본 산업 경합과 공급망 재편, 중·일 갈등 심화, 한국·미국·일본 기술 블록화 등 복합적 셈법이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 1월14일(현지시간) 나라현의 대표 문화유적지인 호류지에서 열린 친교 행사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
한·일 경합 '분명한 변수'
8일 치러진 일본 중의원 선거 결과에 따라 다카이치 1강 체제는 야당 협조 없이도 각종 정책 법안 및 예산안을 처리할 수 있게 됐습니다. 특히 적극 재정과 저금리 기조 등 '엔저'를 성장의 동력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글로벌 시장에서의 한·일 간 경합도는 높아질 전망입니다.
한·일 경합도가 높은 분야는 전통 제조업입니다. 자동차, 조선, 일반기계, 산업소재 등에서 양국은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경쟁해 왔습니다. 적극 재정과 방위력 증강에 대한 일본 산업 전략을 예상하면 가격 경쟁력과 기술 신뢰도를 앞세운 일본 기업으로서는 추격형 공세를 펼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자동차와 기계 산업은 엔저의 수출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정부 차원의 전략 산업 육성까지 더해질 경우 한국 기업의 수익성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습니다. 한국이 기술과 수주 경쟁력에서 우위를 유지하고 있는 조선업의 경우는 친환경·특수선 분야 중심으로 일본이 재진입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중간재·부품 시장도 경쟁 우려 분야입니다. 일본은 반도체용 핵심 소재, 정밀 기계 부품, 고기능 화학소재 등 고부가가치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분야에서 여전히 세계적인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일본 제조업이 장기간 축적해 온 기술력과 품질 신뢰도에 기반한 강점이 이어져오고 있는 겁니다.
소재·부품 국산화와 공급망 다변화를 지속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한·일 산업 간 경쟁과 협력이 중첩된 구조를 띄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일본의 산업정책과 안보 전략이 결합되는 국면에서 중간재·부품 시장을 중심으로 경쟁 구도가 한층 구조화될 가능성은 분명한 변수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월5일(현지시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공식만찬을 마친 후 시진핑 국가주석과 휴대폰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공동취재)
중·일 갈등↑…공급망 재편 파급
특히 일본의 개헌 가속은 중·일 관계에 더 큰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은 일본의 군사적 역할 확대를 전략적 위협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에 따라 경제적 수단을 활용한 압박 여지는 더욱 짙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센카쿠 열도 분쟁 당시 희토류 수출 제한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일본은 희토류와 일부 핵심 광물에 대한 중국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상황입니다. 첨단 산업의 필수 소재인 희토류는 여전히 60% 이상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일본을 겨냥해 희토류 수출 규제를 강화할 경우 일 자동차·전자기기 산업은 생산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일본 주요 경제연구소가 최악의 상황을 가정(희토류뿐만 아니라 기타 핵심 광물 및 중간재까지)한 최대 손실 규모를 보면, 실질 국내총생산(GDP) 감소폭은 3.2%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즉, 갈등이 심화될 경우 생산 차질과 비용 상승 발생 등 글로벌 공급망 전반으로 충격이 전이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다카이치 내각은 '경제 안보'를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 중입니다. 2026년 예산안에서 공급망 다변화 지원 및 핵심 광물 조달 안정화(제3국 공동 개발 등)를 위해 390억엔 규모의 기금이 추가 편성된 바 있습니다.
최가윤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이슈분석을 통해 "일본의 대중국 공급망 의존도를 중심으로 양국의 교역 비중(대중 수출 17.6% 수입 22.5%)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희토류의 경우 공급망 다각화 및 비축분 확대 등을 추진해 왔으나 여전히 60% 이상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초기에는 자체 재고와 정부 비축분에 의존하더라도 제3국을 통한 조달의 안정성은 매우 불확실"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러한 '차이나 리스크'의 전이는 한국에도 위협 요인입니다. 한국은 일본으로부터 정밀 소재와 부품을 수입해 완제품을 생산하는 구조입니다. 일본의 공급망 마비는 곧 한국 정보기술(IT) 및 제조 산업의 연쇄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2019년 일본 수출 규제를 계기로 제조산업의 뿌리인 소부장 산업의 수요·공급간 협력 등 첨단 소·부·장 국산화 지원을 해왔지만 수출액, 특허등록 건수, 매출액 등 주요 지표는 하락·정체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1월27일 경기 평택시 평택항에 수출용 자동차가 세워져 있다. (사진=뉴시스)
한·미·일 '경제·기술 블록화'
다카이치 시대의 가장 뚜렷한 변화는 안보 협력이 '경제·기술 블록화'로 진화한다는 점입니다. 이는 한·미·일 간 경제와 기술 영역이 빠른 블록화를 맞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한·미·일 공조는 반도체, 인공지능(AI), 방산, 해양안보 기술 분야에 공동 연구와 표준, 공급망 규범의 형태로 구체화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거대한 '배타적 가치 사슬' 흐름은 공급망 안정과 기술 보호라는 기회를 제공하며 중국 자원 무기화에 맞설 우군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공급망 안정성과 기술 보호라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나 '블록화' 고착화의 경우 장기적으로 종속적 위치에 머물 위험도 존재합니다. 반도체·배터리 산업에 대한 투자 방향과 기술 전략을 둘러싼 선택이 기업 경쟁력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실용주의 외교와 기술 고도화 해법이 절실해지고 있습니다.
지난 6일 부산 남구 신선대(사진 아래) 및 감만(위) 부두 야적장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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