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차남 김동원, 글로벌 집중…한화생명 계열분리 '장기전' 돌입
2026-01-26 17:02:51 2026-01-27 00:34:20
 
[뉴스토마토 신수정 기자] 한화그룹 3남 김동선 부사장이 독립 경영 본궤도에 오른 가운데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의 행보가 주목됩니다. 김동원 사장은 한화생명 중심 금융지주 분할을 장기 과제로 두고 글로벌 보폭을 넓히며 독립을 준비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김동선, 기술·유통 인적분할로 첫 독립
 
26일 재계 등에 따르면 한화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는 한화는 지난 14일 이사회를 열고 △한화비전(영상보안) △한화모멘텀(기계) △한화세미텍(반도체설비) △한화로보틱스(로봇) 등 기술 부문과 △한화호텔앤드리조트(호텔·리조트) △한화갤러리아(백화점) △아워홈(단체급식) 등 유통 부문을 자회사로 편입시킨 신설 지주회사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가칭)’를 설립하는 인적분할안을 의결했습니다.
 
분할존속회사인 한화는 분할 과정에서 재무적으로 약 8600억원의 순자산이 분할신설회사인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로 이전됩니다. 분할 이전 채무에 대해서는 분할신설회사도 연대 책임이 있기 때문에 기발행 회사채, 기업어음은 전액 한화에 잔존하는 방향으로 운영됩니다. 분할기일은 오는 7월1일이고 분할 비율은 존속법인 76%, 신설법인 24%입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세 아들의 승계를 염두에 두고 사업 부문별로 자리를 맡겼었는데요. 이들 3남 중에서 김동선 미래비전총괄(부사장)이 이번 인적분할을 계기로 가장 먼저 홀로서기에 나서게 됐습니다. 이러한 인적분할은 그룹 계열분리를 위해 가장 흔히 사용되는 자본시장 기법입니다.
 
장남인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지주사 한화 대표이사로 있으면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한화솔루션 대표, 한화오션 기타비상무이사 등을 맡고 있습니다. 방산·조선·에너지 등 중추 사업을 관장하며 그룹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은 2015년부터 오랜 기간 금융부문 경력을 쌓고 있습니다. 한화생명은 한화손해보험, 한화투자증권, 한화자산운용, 한화저축은행 등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 금융지주에 가까운 구조를 지녔습니다.
 
한화그룹은 한화에너지 아래 한화와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 2개 지주사가 양립하는 구조로 재편됩니다. 김동환 부회장과 김동원 사장이 맡은 사업 부문들은 존속법인인 한화에 그대로 남습니다.
 
재계나 금융권 안팎에선 지난해 3월 김승연 회장이 세 아들에 보유하던 한화 지분 절반을 증여한 데에 이어 그룹 계열분리의 밑작업으로 비춰지는 이번 인적분할까지 ‘한화 3세’ 경영 승계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앞서 김승연 회장은 지난해 3월31일 한화 보유지분 22.65%의 절반인 11.32%를 세 아들에게 증여했습니다. 장남 김동환 부회장이 4.86%로 가장 많은 지분을 확보했고, 금융 계열사를 전담하는 김동원 사장과 기술·유통 등을 맡은 김동선 부사장이 각각 3.23%씩 나눠 받았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한화생명 중심 금융분리 장기 과제 
 
일각에선 인적분할을 계기로 한화생명 중심의 금융지주 분할도 초읽기에 들어간 것이 아니냔 시각도 제기됐습니다. 그러나 김동원 사장의 실질적인 영향력이 미미한 단계고, 금산분리(금융과 산업 분리) 등의 지배구조 규제 장벽이 높아 금융지주 분할이 당장 현실화하기는 어렵다는 견해가 지배적입니다.
 
한국기업신용평가는 한화 인적분할 결정 등에 대해 “금번 인적분할 이외에 금융부문의 분할이나 지배주주간 지분거래 등 추가적인 지배구조 변경 계획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면서도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지배주주 간의 독자적인 경영활동 강화, 계열 분리 등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현재 한화는 한화생명 지분 43.24%를 보유하며 생명보험사 중심으로 금융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습니다. 한화생명은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GA) 한화생명금융서비스(88.89%) △한화손해보험(51.36%) △한화자산운용(100%) △한화저축은행(100%) 등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한화손해보험 아래로 캐롯손해보험(59.6%) 등을, 한화자산운용 아래로 한화투자증권(46.08%) 등을 지배하는 수직적 구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반면 김동원 사장의 한화생명 개인 지분은 0.03%로 매우 미미한 수준입니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는 금융회사를 계열사로 둘 수 없기 때문에 순수 지주사로 전환하려면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금융 분야를 독립시켜야 합니다. 그런데 한화가 보유한 한화생명 지분 43.2%가 정리되면 김동원 사장이 보유한 지분만으론 지배력의 한계가 뚜렷한 상황입니다. 금융 계열사 전반을 지배하려면 지분 추가 매입과 이를 위한 대규모 자금 투입이 불가피합니다. 
 
또한 금융지주회사법상 한화생명이 자회사 지분을 과반 보유하는 조건을 만족해야 합니다. 이를 충족하더라도 보험업법 및 대주주 적격성 심사, 내부통제 강화 등 복합적인 규제를 거쳐 금융당국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한화생명은 현재 그룹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며 든든한 자금줄 역할을 하고 있는데요. 제조·서비스 부문의 인공지능(AI) 및 데이터와 금융 서비스를 결합한 신사업을 추진해 합법적 금산분리 활로를 모색 중입니다. 정부가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추진한다면 금융부문 분할에 대한 검토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글로벌 경영서 존재감 키우는 김동원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은 글로벌 행보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지배구조나 지분에 대한 준비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경영 일선에서 실무 역량을 키워가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김 사장은 2014년 한화L&C에 입사해 한화그룹 경영기획실 디지털팀장을 맡아 업무를 시작했다가 2015년 12월 한화생명으로 자리를 옮겨 최고디지털책임자(CDO)를 거쳐 2023년 2월부터 최고글로벌책임자(CGO) 직책을 맡아 글로벌 경영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인 '다보스포럼'과 보아오포럼 등 글로벌 네트워크를 찾아 적극적으로 사업 기회를 모색해 나갔는데요. 올해도 다보스포럼에 직접 모습을 드러내 글로벌 벤처캐피털인 리버티시티벤처스(LCV)와 업무협약을 맺고, 글로벌 핀테크 혁신 기업 공동 투자와 디지털 금융 생태계 확장을 위해 협력을 끌어냈습니다. 
 
이 밖에도 2023년 인도네시아 리포손해보험 인수, 2024년 인도네시아 노부은행 지분 40% 매입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미국 증권사 벨로시티 지분 75% 매입 SPA 체결 등 성과를 증명해 독립 경영 기반을 착실히 마련하고 있습니다. 해외 진출에 힘입어 해외법인 4곳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49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5% 증가했습니다.
 
재계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글로벌 책임자로서 왕성한 활동을 보이면서 CGO로서 보폭을 넓히고 있다”며 “해외 글로벌 활동들은 해외 사업 부문을 중심으로 CEO(최고경영자)의 최종 결제 아래 진행이 되긴 하지만, (김동원 사장도) 실제로 경영 능력이 입증되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화그룹 사옥과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사진=한화그룹, 뉴시스, ChatGPT 합성)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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