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눈쇠올빼미가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다. 사냥할 때는 작은 새나 쥐가 오가는 길목을 지켜보다가 빠르게 급습하듯 낚아챈다.
"미네르바의 올빼미는 황혼이 저물어야 그 날개를 편다." –게오르크 빌헬름 프리드리히 헤겔(1770~1831), 『법철학』 서문 중
올빼미가 고개를 270도 돌려 사물을 살피는 것처럼, 고개를 갸웃하며 이 문장을 읽어봅니다. 황혼이 저물어야 날개를 편다니, 무슨 말일까요? 한낮의 빛이 흩어지고 노을 내려앉는 그 시간을 떠올립니다. 올빼미를 상징하는 것 중 하나는 밤에 밝게 빛나는 눈동자입니다. 아무도 볼 수 없는 어둠 속에서도 사물을 식별하는 눈이지요. 헤겔의 이 말은 흔히 어떤 일들은 당장에는 알기 어렵지만, 한 차례 시간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더 정확한 이해와 판단이 가능하다는 뜻으로 쓰입니다. 오랜 시행착오 끝에 무르익은 지혜의 가치를 말할 때 종종 인용하는 말이지요.
말이 그렇다는 것인데, 한국에서 통칭 '부엉이' 혹은 '올빼미'라고 불리는 현실의 새들 또한 대개 해가 저물고 어둠이 깔릴 즈음에야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합니다. 그렇다면 헤겔의 문장 속 '미네르바의 올빼미'는 실제로 어떤 새를 가리키는 걸까요?
미네르바는 로마 신화에서 지혜의 신이고, 그리스 신화에서 아테네(Athene)라고도 불립니다. 정의와 평화를 수호하는 미네르바 또는 아테네를 상징하는 새를 작은 올빼미로 설명하곤 하는데, 그 새가 바로 금눈쇠올빼미(Little Owl)입니다. 학명 아테네 녹투아(Athene noctua)라는 이름에서도 존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Noctua는 라틴어로 '밤의 새', '올빼미'를 뜻하지요. 그러니까 아테네의 올빼미라는 말입니다.
금눈쇠올빼미는 '금눈'이라는 이름처럼 황금빛 눈이 또렷하고, 몸길이는 약 23㎝로 작은 체구여서 작은 새에게 붙이는 '쇠' 자가 이름에 들어갑니다. 눈 전체를 둘러싼 흰 눈썹이 특징이고 하얀 가슴에는 세로로 갈색 줄무늬가 있습니다. 이 새는 유럽과 북아프리카, 아시아에 넓게 분포합니다. 미국의 조류학자 올리버 루터 오스틴(Oliver L. Austin)은 『한국의 새(The Birds of Korea)』에서 금눈쇠올빼미가 한반도를 찾아오는 겨울철새일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매년 가을과 겨울 한국에서 금눈쇠올빼미 관찰 소식이 전해지는데, 주로 넓은 개활지에서 발견되곤 합니다. 낮에는 암벽이나 구조물의 틈 같은 곳에 숨어 쉬다가 어둠이 내려앉을 때 슬금슬금 사냥을 나오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한낮의 강한 빛이 서서히 누그러지고 바람에 갈대가 살살 흔들리는 초저녁입니다. 금눈쇠올빼미는 논둑이나 돌무더기 같은 곳에 앉아 주변을 살피고 있습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나면 시선이 천천히 그쪽으로 움직입니다. 눈동자는 잠시 고정돼 있는 듯하다가 재빨리 날아가 한 번에 낚아챕니다.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제자리로 돌아온 발톱에는 사냥감이 된 들쥐가 들려 있습니다.
그 장면을 떠올리며, 다시 이 글의 첫머리로 돌아가 철학자의 문장을 읽어봅니다. '사랑(philo)'과 '지혜(sophia)'가 합쳐진 말이 '철학(philosophia)'이라고 하지요. 지혜를 사랑하는 것이 철학이라면, 어둡고 길을 찾기 어려운 순간에도 성급히 단정하지 않고 한 번 더 가늠하며 올바른 방향을 찾는 지혜를 펼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황혼에서야 날아오르는 미네르바의 올빼미처럼요.
글·사진=김용재 생태칼럼리스트 K-wild@naver.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