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대출금리 치솟는데 고정금리 성과 홍보에 혈안
2026-02-02 14:00:42 2026-02-02 15:41:38
[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금융위원회가 30년 만기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상품을 연내 출시하겠다고 밝혔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붙고 있습니다. 기준금리 인하기임에도 체감 대출금리가 떨어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고정금리 확대 또는 가계부채 질적 개선이라는 정책 성과에만 혈안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체감 대출금리 고공행진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르면 이달 중 민간 금융사의 초장기 고정금리 주담대 출시 방안을 발표합니다. 현재 시중은행은 무늬만 고정금리일 뿐 5년 혼합형(5년 고정+이후 변동금리)이나 주기형(5년마다 금리 변경)을 취급하고 있는데, 처음부터 만기까지 단일 고정금리를 적용하는 상품을 내놓겠다 게 금융위 구상입니다. 
 
그러나 당국이 고정금리 비중 확대라는 중장기적 가계대출 구조 개편에만 공을 들이면서도 단기적으로 가계 부담을 키우고 있는 대출금리 문제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 종료 가능성을 시사한 데다 가계대출 규제가 지속되면서 대출금리는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달 30일 기준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혼합형 금리는 연 4.25~6.39%입니다. 지난달 23일보다 상단이 0.02%p 올랐는데, 혼합형 금리 지표인 은행채 5년물 금리가 0.04%p 상승했기 때문입니다.
 
예대금리차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습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4대 은행이 지난해 11월 신규 취급한 가계 예대금리차(정책서민금융 제외)는 평균 1.35%p입니다. 2년 전 기록한 0.74%p와 비교했을 때 약 2배 수준입니다. 주담대 준거 금리가 되는 은행채 금리가 은행채 금리가 오른 영향이 그대로 반영된 반면 예금금리는 한때 3%대까지 반짝 올랐지만 다시 하락세입니다. 
 
단순히 시장금리가 반영된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은행들이 가산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우대금리 조건은 까다롭게 하는 방식으로 대출 수요 관리를 하고 있는데, 결국 가계대출 관리 정책 영향으로 실수요자들이 체감하는 금리는 좀처럼 낮아지지 않는 상황입니다. 
 
금융위는 고정금리 비중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로드맵을 제시하며 '가계부채의 질적 개선'이라는 표현을 반복적으로 쓰고 있습니다. 기준금리 변동이 잦은 환경에서 대출 차주의 금리 리스크를 줄이고 금융시스템의 충격을 완화하겠다는 목적입니다. 은행권 고정금리 비중은 2020년 45.5%에서 지난해 말 65.6%까지 확대됐습니다.
 
금융위 관계자는 "고정금리 비중이 사상 최고치까지 올랐지만 고정금리로 분류되는 상품 상당수가 혼합형이라는 점에서 무늬만 고정금리라는 비판도 지속돼왔다"며 "금융권과 협의해 차주가 금리 변동 없이 상환 부담을 오랫동안 일정하게 가져갈 수 있는 상품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이르면 이달 중 민간 금융사의 초장기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출시 방안을 발표한다. 현재 시중은행은 이름만 고정금리일 뿐 5년 혼합형(5년 고정+이후 변동금리)이나 주기형(5년마다 금리 변경)을 취급하고 있는데 처음부터 만기까지 단일 고정금리를 적용하는 상품을 구상하는 것이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은행 대출 창구 모습. (사진=뉴시스)
 
"비정상적 금리 체계부터 점검해야"
 
은행권에서는 초장기 고정금리 주담대 출시에 난색입니다. 금리 인하기에 고객들이 변동형 주담대 상품을 더 선호하는 등 장기 고정금리 수요가 부족하고, 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기조에 따라 은행들이 주담대 상품 판매를 사실상 제한하고 있어 초장기 고정금리 주담대 상품을 내놓을 유인이 부족하다는 지적입니다.
 
여기에 주담대 시장에서 대출을 10년 이상 유지하는 비율은 극히 제한적이고, 금리 환경에 따라 고정형과 변동형 수요가 급격히 이동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초장기 고정금리 상품이 출시되더라도 금리가 높게 책정될 경우 실제 이용자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우세합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객들은 6개월 변동형 주담대 금리가 더 낮은 경우 5년 고정형 상품에서 금세 이동한다"고 전했습니다. 실제로 지난달 전체 신규 가계대출의 변동금리 비중은 51.1%로 지난 2024년 12월(53.2%) 이후 1년 만에 절반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통상 금리가 오를 것으로 전망되면 고정금리가 상대적으로 유리하지만, 고정금리보다 변동금리가 더 낮은 상황이 지속되면 차주들은 변동형 대출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정책금융 상품을 제외한 일반 고정금리 대출 금리가 변동금리 대출 금리보다 상대적으로 높다 보니 변동금리 대출에 대한 선호가 더 높다"고 말했습니다.
 
금융당국은 초장기 대출을 늘려 가계부채의 질을 개선하고 양적인 측면에서도 개선세를 이어 나가겠다는 방침입니다. 다만 당국은 전체적인 총량 규제는 강화해 가계대출 증가세는 계속 옥죌 예정입니다. 금융위는  올해 전체적인 가계대출 총량 증가율을 지난해(1.8%)보다 낮게 가져갈 계획입니다.
 
김동우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률적인 고정금리 목표치를 설정하는 방식보다는 주택시장 상황과 금리 환경, 차주 특성을 반영한 정교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면서 "고정금리 확대라는 방향성 자체보다도 현재 왜 대출금리가 비정상적으로 높게 유지되고 있는지, 가산금리 구조와 우대금리 체계가 합리적인지부터 점검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금융당국이 고정금리 대출 비중 확대 수치를 내세워 정책 성과를 강조하는 데만 집중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시장 수요와 차주 부담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정부서울청사 내 금융위원회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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