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떼고 포 떼고' 무뎌지는 농협개혁법
2026-01-30 16:50:16 2026-01-30 16:50:16
[뉴스토마토 이종용·이재희 기자] 농협 개혁 법안이 국회 논의 과정에서 무뎌진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법안이 상임위원회 논의와 정부 의견 청취 등 과정을 거치면서 입법 취지가 퇴색하고 있다는 우려인데요. 지난 21대 국회에 이어 이번 22대 국회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연출되고 있습니다.
 
비상임조합장 연임 제한서 '현직' 열외 
 
30일 정치권 및 금융권에 따르면 국회 농림축산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윤준병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농협법 개정안은 상임위원회를 통과해 법제사법위원회로 올라간 상태입니다. 이른바 '농협개혁법'으로도 불리는 이 법안의 주요 내용은 △비상임조합장 연임 2회로 제한 △자산규모 500억 이상 지역농협 외부 회계감사 주기 단축 △준법감시인 도입 △임원 공개 모집 원칙 △인사 회의록 작성 의무화 △농협계열사 농업지원사업비(농지비) 상한 인상 등이 담겨있습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비슷한 내용의 농협개혁법안이 진행됐었지만 농협중앙회장의 연임을 허용하는 이른바 '셀프 연임' 논란 속에 임기 만료로 폐기되는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입니다. 비상임조합장 연임 제한 등이 담긴 농협개혁법이 이번 국회에서 속도감 있게 진행되는 점은 고무적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문제는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농협개혁법이 당초 발의된 내용보다 퇴보했다는 점입니다. 상임조합장과 달리 그동안 비상임조합장에는 연임 제한이 없어 장기 집권 문제가 반복돼 왔다는 점에서 규제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계속된 부분입니다.
 
지난달 초 농해수위 법안심사소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비상임조합장 연임 제한의 적용 시기를 두고 의원들 간 격론이 벌어졌습니다. 이만희·김선교 국민의힘 의원은 "선출직 권리를 제한하는 제도 변경인 만큼 왜 필요한지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토론이 선행돼야 한다", "근거 없이 비리가 많을 것이라는 추측만으로 연임을 제한하는 것이 맞느냐"고 지적했습니다.
 
반면 윤준병 의원은 "비상임조합장 연임 제한은 21대 국회 내내 논의돼 온 사안"이라고 말하며 맞섰고, 같은 당 임미애 의원은 "지역 조합원들로부터 법으로 (비상임조합장의) 연임을 막아달라는 요구가 많다"고 거들었습니다. 전종덕 진보당 의원도 "비상임조합장이 11선까지 하는 사례가 실제로 존재한다. 농민들이 체감하는 심각한 문제이고 시대적 흐름"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비상임조합장 연임 제한 포함이 합의가 됐지만 농협법 개정안의 부칙에 포함된 적용 시기를 두고 이견을 보였습니다. 비상임조합장 연임 제한을 즉시 적용하지 않으면 법 시행 전 비상임 전환 꼼수가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반면 이미 비상임 전환을 준비 중인 조합장들에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맞섰습니다.
 
결국 '법 시행 이후 선출되는 비상임조합장부터 적용하고, 법 시행 이후 선출되어 개시되는 임기를 그 첫번째 임기로 본다'라고 부칙이 정해졌습니다. 이 때문에 농협법 시행 전까지 비상임 전환 시도가 더 늘어날 수 있으며, 연임제한을 사실상 우회하는 구조가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농해수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비상임 연임 제한이라는 상징적 성과는 남았지만, 시행 방식에서 개혁 강도가 한 단계 낮아졌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제3차 농림축산식품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윤준병 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농비지 최저상한 5%→3% 조정
 
농지비 부과율 상향 조정에 대해서도 상임위를 거쳐 수위가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농지비는 농협 계열사들이 농협중앙회에 내는 분담금으로, 농업·농촌·농민 지원 재원을 안정적으로 마련하려는 목적이 있습니다. '농협' 명칭(브랜드) 사용에 대한 농협 계열사들의 사용료라 불리기도 합니다.
 
현재 농협중앙회 정관에 따라각 농협 계열사에서 납부하는 농지비의 최저상한은 총회에서 정한 부과율에 해당 계열사의 직전 3년 평균 매출액(금융계열사는 영업수익 기준)을 곱한 금액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농지비 부과율 최저상한은 농지비 규정이 신설된 2012년 이래 계속 2.5%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당초 농협개혁법에는 현행 농지비 최저상한 2.5%를 5%까지 상향하는 방안이 담겼었습니다. 농협금융지주 등 계열사가 벌어들이는 이익 규모가 커지고 있는데 농업 지원 재원은 정체됐다는 문제의식 때문입니다. 하지만 농림축산식품부와 금융위원회 등이 "농지비 비율을 올릴 경우 농협은행의 부담이 커지고 자본비율 하락으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의견을 농해수위에 제시했습니다.
 
결국 최종적으로는 농지비 부과율 상한은 현행 2.5%에서 3%로 상향하는 방안이 확정됐습니다. 당초 검토됐던 5% 상향안과 농해수위 소위에서 잠정 합의됐던 3.5%안에서도 낮아진 수준입니다. 농업 지원 확대라는 개혁 취지가 금융 계열 부담 논리에 밀려 상당 부분 후퇴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입니다.
 
이 같은 현상은 지난 국회에서도 반복됐습니다. 21대 국회 농해수위에서는 지역농협 개혁과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농협법 개정안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농협중앙회장 연임을 허용하는 '셀프 연임' 조항이 포함되면서 논란이 커졌습니다. 당시 농해수위 소속 일부 의원들은 "개혁 법안에 현직 중앙회장에게 유리한 조항이 끼워 들어갔다"며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고, 여야 구도뿐만 아니라 같은 당 의원끼리도 고성이 오가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농해수위 한 의원실 관계자는 "개혁법안을 발의한 의원들이 '농협 로비를 받은 것이냐'고 반발했고 다른 의원들이 '나를 겨냥해서 하는 말이냐'며 고성을 주고 받았다"며 "여야 간 싸움이 아니라 당시 민주당 내부에서도 찬반이 갈려서 같은 당 의원끼리도 험한 말이 오고 가서 보좌진들이 진땀을 뺐다"고 했습니다.
 
'셀프 연임' 조항이 담긴 농협개혁법안은 법제사법위원회에 올라갔지만 당시 일부 법사위 의원들이 강하게 반대의견을 표시하면서 결국 최종 법안 처리 과정에서 무산됐습니다. 다른 관계자는 "입법 과정에서 현실성과 수용성을 고려한 조정은 불가피하다"면서도 "법안 취지가 약화되는 구조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부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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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을 살리고 농업인의 삶은 지키려면 가장시급한것이 지역농협 조합장의 임기를 단임제로 전환해야 합니다.

2026-01-30 21:36 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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