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종이빨대 제조업체들이 정부의 정책 뒤집기로 인한 피해 책임을 기후부에 묻고 나섰습니다. 업체들은 종이빨대 시장 축소가 단순한 사업 실패가 아닌 정부의 정책 전환 과정에서 발생한 구조적인 피해라고 강조했습니다. 업체들은 피해 보상 마련과 함께 특례 적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최광현 전국종이빨대생존대책위원회 공동대표가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변소인 기자)
전국종이빨대생존대책위원회는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종이빨대 정책의 경과와 현황에 대해 발표한 뒤 정책 피해와 보상에 대해 촉구했습니다. 위원회는 지난 2023년 11월 플라스틱 빨대 규제 계도 기간이 무기한 연장되고 지난달 플라스틱·종이 등 모든 빨대 사용이 원칙적으로 금지되면서 종이빨대 시장은 완전히 무너졌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대규모 설비 투자로 인한 손실과 재고가 그대로 부채로 남았다고 호소했습니다. 이들이 주장하는 손실액은 300억원에 달합니다.
종이빨대 시장은 정부가 친환경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한 일회용품 규제 흐름에 맞춰 형성된 시장입니다. 다수 업체는 정책 시행 일정에 맞춰 생산 설비를 증설하고 금융권 대출을 통해 공장을 신설하거나 확대했습니다. 대출 시에도 친환경 사업이기 때문에 대출 순위가 높았습니다. 종이빨대 제조업체들은 대출을 적극 활용해 사업을 확대했습니다. 한지만 누리사랑 대표는 "가족들 불쌍해서 살 수가 없다"고 운을 뗀 뒤 "나라 믿고 어렵게 사업을 시작했지만 유예가 계속 되면서 이렇게 힘들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렇게 될 거면 차라리 대출을 처음부터 해주지 말았어야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업계는 기후부가 피해 기업을 위한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정책 철회 이후 기후부가 제시한 대응은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진흥공단의 기존 금융제도를 안내하는 수준에 그쳤습니다. 이는 정책 피해를 전제로 한 특례 지원이 아니라 일반 기업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통상적 절차에 불과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미 상당수 종이빨대 업체는 대출 한도 소진과 연체로 인해 추가 금융 접근이 어려운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담보와 신용을 전제로 한 기존 금융제도는 정책 피해 기업의 현실과 맞지 않으며 실질적인 회생 수단이 되지 못한다고 업체들은 지적했습니다. 정책으로 인해 발생한 손실을 다시 빚으로 떠안게 만든다는 이야기입니다.
위원회는 이날 5가지 요구안을 발표했습니다.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 복원 △피해 보상 △특례 금융 지원 △친환경 바우처 도입 △프랜차이즈 식음료 기업의 친환경 제품 사용 장려 정책 수립 등입니다.
업계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원래 취지대로 복원될 경우 상당 부분의 시장 회복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동시에 정책 철회로 발생한 손실에 대해 정부 차원의 보상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특례 금융 지원 역시 주요 요구 사항입니다. 산업 위기 지역이나 재난 피해 기업에 적용되는 수준의 특례 금융을 정책 피해 기업에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금융 문턱을 낮춰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또한 업계는 친환경 제품 소비를 촉진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친환경 바우처 도입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소상공인과 식음료 매장이 친환경 제품을 구매할 경우 사용할 수 있는 바우처를 도입하면 정책 목표와 산업 회복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공공 부문과 대형 프랜차이즈의 역할도 강조됐습니다. 공공기관과 준공공기관에서 친환경 제품을 우선 구매하고 대형 프랜차이즈의 친환경 제품 사용을 장려하면 종이빨대 보유 재고 소진이 가능할 것으로 본 것입니다.
정진호 전국종이빨대생존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이제는 종이빨대나 플라스틱빨대나 관심 없다"면서 "정부가 다른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도와만 준다면 이 시련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는 "어머니, 장모님 등 모든 지인에게 손을 벌려서 마지막까지 사업을 해봤는데 이제는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을 느꼈다"며 "기후부에서 싫어하는 친환경 빨대는 다시는 생각하지 않겠다"고 단언했습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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