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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지 말고 뛰십시오. 누군가의 먹이가 되지 않으려면 인공지능(AI)을 활용해야 합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경고는 2026년 대한민국 ‘굴뚝산업’의 생존 명제가 됐습니다. AI가 국가 경쟁력의 척도인 상황에서 정부도 ‘2026 경제성장전략’의 핵심축으로 제조업 AI 전환(AX)을 선언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거대한 전환기, 변화의 최전선에 서 있는 K-제조업은 초격차 경쟁력 확보를 위해 첨단 AX 기지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치열한 현장의 도전과 한계를 세 차례에 걸쳐 보도합니다._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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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대한민국 경제의 고도성장을 견인했던 ‘장치산업’의 공식이 붕괴하고 있습니다. 대규모 설비 투자와 숙련공의 암묵지로 상징되던 ‘철강·석유화학’ 현장마저 이제 AI가 생존의 전제 조건으로 이식되는 중입니다. 1년 365일 거대 설비를 멈춤 없이 가동해야 하는 산업에서, 미세한 공정 최적화만으로도 수천억 원의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 AI가 부상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압도적인 저가 물량 공세와 글로벌 환경 규제라는 샌드위치 압박 속에, AI는 선택이 아닌 체질 개선을 위한 ‘마지막 병기’입니다.
스마트와이어볼이 제철소 내 원료 이송 컨베이어벨트 위를 이동하면서 이상 유무를 판단하고 있다. (사진=포스코)
포스코의 진화, ‘지능형 제철소’
1973년 첫 쇳물을 쏟아낸 이후 반세기 넘게 제철소 공정을 지배해온 것은 베테랑 엔지니어들의 ‘감(感)’이었습니다. 고로 곳곳에는 온도계와 센서가 촘촘히 설치돼 있지만, 수천 도의 쇳물이 소용돌이치는 고로 내부는 직접 들여다볼 수 없는 ‘거대한 블랙박스’와 같습니다. 센서가 읽어내는 단편적인 수치만으로는 쇳물의 미세한 흐름이나 원료의 불균일한 분포를 완벽히 통제하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입니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POSCO홀딩스(005490))회장은 취임 후 “기업 경쟁력의 핵심은 기술이며 AX로 패러다임 전환에 대비해야 한다”고 선언하며 장인의 영역을 데이터로 치환하기 시작했습니다. 2019년 국내 기업 최초로 세계경제포럼 ‘등대공장’에 선정되며 입증된 스마트팩토리 기술력을 바탕으로, 이제는 인간과 AI, 로봇이 협업하는 ‘인텔리전트 팩토리’로의 진화를 서두르고 있습니다. 현장 도메인 지식에 능통한 엔지니어가 직접 AI 모델 개발에 참여해 수십 년간 축적된 ‘암묵지’를 자산화한 것이 핵심입니다. 개발된 AI는 ‘노황(고로 내부 상태)’을 초 단위로 예측해 최적의 온도를 자동 제어하고, 도금 공정에서는 머리카락 굵기보다 세밀하게 표면 도금량을 조절해 품질 편차를 ‘제로’에 가깝게 줄였습니다.
공정 전반에 투입된 ‘AI 메스’는 ‘극한의 고부가 강재’를 구현하는 핵심 병기입니다. 대표적 성과는 전기차 모터의 효율을 결정짓는 ‘최고급 무방향성 전기강판’ 생산입니다. 강판은 얇을수록 효율이 높지만, 두께를 줄일수록 판이 터지거나 우는 등 제어가 기하급수적으로 까다로워집니다. 포스코는 여기에 AI를 투입해 수천 가지 합금 배합과 냉각 속도를 초 단위로 미세 조정함으로써, 인간의 감각만으로는 불가능했던 ‘초박형 두께’와 ‘에너지 저손실’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습니다.
바닷물 속에서도 수십 년을 견뎌야 하는 해상풍력용 하부구조물 강재 생산에도 AI가 핵심 역할을 합니다. 강재의 성질을 결정짓는 열처리 공정에서 AI가 강판 내부의 결정립 크기를 나노 단위로 예측·제어함으로써, 기존보다 훨씬 가벼우면서도 인장 강도는 월등히 높은 ‘초고강도 특수강’을 구현해냈습니다.
4족 보행 로봇이 광양제철소 1고로에서 고온, 고위험 현장 순찰 및 점검을 하고 있다. (사진=포스코)
민동준 연세대 신소재공학과 명예특임교수는 “AI는 단순히 인건비 리스크를 줄이고 안전 비용을 최적화하는 것을 넘어 소위 현장 말로 ‘솜털을 민다’고 할 만큼 미세한 부분까지 싹 정리해 효율을 극한으로 끌어올리는 작업”이라며 “2조원짜리 거대 설비인 고로에 소프트웨어를 깔아 얻어낼 수 있는 이득은 4000만원짜리 자동차에 깔아 얻는 이득과 비교해 훨씬 크다”고 짚었습니다.
LG화학, 전 공정 ‘AX’ 가속
글로벌 공급과잉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석유화학 업계는 어느 때보다 처절합니다.
LG화학(051910)은 이 위기를 정면 돌파하기 위해 기존 3대 성장동력(친환경 소재, 전지 소재, 혁신 신약)에 ‘고부가 스페셜티’를 더해 ‘4대 성장동력’으로 사업 체계를 전격 확장했습니다. 사업 우선순위를 재설계하는 과정에서 이를 지탱하는 핵심 엔진은 단연 AI입니다.
코딩 지식이 없는 일반 임직원도 업무 데이터를 활용해 직접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CDS(Citizen Data Scientist) 플랫폼’의 전사적 도입이 한 예입니다. 아울러 비전문가 임직원 40여명이 단 3개월의 파일럿 운영 기간 동안 품질 예측 및 공정 이상 감지 등 20여개의 실전 과제를 직접 해결하며 현장 AX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특히 대산 NCC 공장에 투입된 ‘AI 스케줄러’는 인간이 계산하기 힘든 수천 가지 변수를 초 단위로 분석해 최적의 생산 레시피를 도출합니다. 공정 효율을 숙련공 대비 3% 이상 향상시켰으며, 단일 공장에서만 연간 100억원 이상의 추가 수익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LG화학은 청주 양극재 공장을 ‘마더 팩토리’로 삼아 축적한 데이터와 예측 모델을 미국 테네시 공장에 전격 이식하고 있습니다. 공정 이상을 스스로 감지하는 ‘자율 주행형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해 세계 최고 수준의 생산 체계를 완성한다는 전략입니다.
자동화 로봇이 로봇 자동화 실험실에서 야간 분석실험을 하고 있다. (사진=LG화학)
여수공장 ‘플레어 스택’ 공정에는 딥러닝 영상 분석 기술이 적용됐습니다. AI가 불꽃과 그을음을 실시간으로 인식해 산소 투입량을 스스로 조절하며 연소 효율과 안전성을 동시에 잡았습니다. 가상 세계에 공장을 구현하는 ‘디지털 트윈’ 기술로 설비 이상을 사전에 파악하고, AI 시뮬레이션을 통해 신제품 개발 주기를 최대 30~50% 단축하며 고기능 스페셜티 시장 선점 속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독일 바스프와 미국 다우가 AI로 에너지와 비용을 20% 이상 감축하는 사이, LG화학은 제조를 넘어 ‘AI 계약검토 솔루션’ 등 비제조 영역까지 AX를 확장해 리스크 관리와 업무 시간을 30% 단축하고 있습니다. LG화학은 “4대 성장동력 중심의 매출을 2024년 5조8000억원에서 2030년까지 3배 이상 성장시켜 미래 기반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2회는 지능형 공장을 돌릴 전력조차 부족한 ‘전맥경화’ 위기 속에서, K제조업이 맞닥뜨린 인프라의 한계를 진단합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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