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사상 최대에도…반도체 빼고는 '먹구름'
세계 6번째 7천억달러 수출 '축포'
반도체 착시 뒤 관건은 '기초 체력'
2026-01-01 17:38:41 2026-01-01 18:07:18
[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지난해 한국 수출이 역대 최대 수출 실적을 기록했지만, 반도체를 제외하면 올해 품목별 전망은 한층 어두워집니다. 자동차는 간신히 증가세를 지켜냈고, 이차전지·석유화학 등 제조업 핵심군은 수출액이 두 자릿수 감소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수출액 4분의 1이 '반도체'…AI 열풍 속 커지는 의존도
 
1일 산업통상부가 발표한 '2025년 연간 및 12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수출액은 전년보다 3.8% 늘어난 7097억달러(1025조2600억원)로 집계됐습니다. 사상 처음 7000억달러를 돌파한 것으로, 2년 연속 역대 최대치입니다. 
 
이로써 한국은 세계에서 6번째로 7000억달러 수출을 달성한 국가가 됐습니다. 2018년 처음 6000억달러 수출을 넘어선 뒤 7년 만입니다.
 
전체 실적을 끌어올린 것은 최대 수출품인 '반도체'였습니다. 반도체 수출액은 22.2% 늘어난 1734억달러(250조9098억원)로, 전체 수출액의 24.4%를 차지했습니다. 전년에 이어 최대 실적을 다시 쓴 것으로, 월별 기준으로도 지난해 4월부터 9개월 연속 최대 기록을 경신 중입니다. 
 
인공지능(AI)·데이터센터 투자 열풍에 더블데이트레이트5(DDR5)·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고부가 제품 수요가 강세를 보였습니다. 수요가 공급을 넘어서면서 재고가 소진됐고, 이전보다 높은 단가가 반영되면서 메모리 고정가격도 오름세를 보였습니다. 특히 DDR5 고정가(2025년 4분기 기준)는 전년 동기 대비 313.5% 급등했습니다.
 
2위 수출 품목인 자동차는 1.7% 증가한 720억달러(104조1840억원)로 간신히 증가세를 지켰습니다. 전체 수출의 절반가량을 책임지던 '최대 시장 미국'에서 관세 부담과 현지 생산 확대 영향으로 수출액이 13.5% 줄어든 탓입니다. 전기차도 전체 수출액이 13.6% 감소하며 부진했습니다. 
 
대신 하이브리드차 수출이 늘었고, 중고차 수요도 증가했습니다. 지역별로는 유럽연합(EU) 등지에서 판매가 받쳐주며 전체 흐름이 플러스로 돌아섰습니다.
 
선박은 증가율만 놓고 보면 가장 두드러졌습니다. 수출액은 24.9% 증가한 320억달러(46조3040억원)로 2018년 이후 가장 높았습니다. 2021~2023년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고부가 선박 등의 대규모 수주가 실적으로 본격 반영된 결과입니다. 
 
이 밖에도 바이오헬스(163억달러·7.9%↑), 컴퓨터(138억달러·4.5%↑), 무선통신기기(173억달러·0.4%↑) 등 15대 주요 품목 가운데 6개 수출이 늘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석화·철강·이차전지…제조업 핵심군은 '역성장'
 
반면 그 외 제조업 핵심군은 확연한 하향세를 보였습니다. 다른 제조 공정의 기초 소재를 생산해 '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석유화학과 철강은 각각 9%, 11.4% 수출액이 감소했습니다. 산업부는 두 산업의 구조조정을 주도하고 있지만, 실제 설비 감축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이행될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특히 철강은 미국의 50% 품목관세와 중국발 공급 과잉,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3중 악재를 맞닥뜨려 올해에도 부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 산업부 관계자는 "철강업계는 석화만큼 어렵지는 않아, 구조조정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이차전지는 감소 폭이 11.9%으로 가장 컸습니다. 해외 생산이 늘고, 미국의 전기차 지원 축소와 관세 부과에 더해, 유럽 시장 경쟁도 심해진 영향입니다.
 
자동차부품(212억달러·5.9%↓), 섬유(97억달러·7.5%↓), 일반기계(469억달러·8.3%↓), 가전(78억달러·8.8%↓), 디스플레이(127억달러·9.4%↓), 석유제품(455억달러·9.6%↓) 등도 일제히 감소했습니다. 제조업 전체 흐름은 소수 품목에 의존하는 구조가 더 뚜렷해졌습니다.
 
특히 전체 수출액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까지만 해도 15.9%였으나 2024년 21%로 올라선 데 이어 올해 더 확대됐습니다. 시장에서는 반도체 업황이 '수퍼사이클'(초호황)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마냥 낙관하기는 어렵습니다. 여전히 미국에서는 AI가 기술적 한계에 부딪히거나, 수익성 논란으로 투자가 줄면 반도체 수요가 급감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1일 부산 남구 신선대 부두 야적장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은행은 지난해 11월 발표한 '최근 수출 및 경상수지 상황에 대한 평가와 전망'에서 "반도체 수출이 그간 미국 관세 충격의 부정적 영향을 완충해왔다"면서도 "그 과정에서 의존도가 높아졌기 때문에 향후 반도체 경기가 하강 국면으로 전환하면 경제 전체에 미치는 파장이 예전보다 클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반도체 경기가 꺾일 경우 한국 경제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산업연구원은 '2026년 경제·산업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반도체 수출이 성장 흐름은 유지하겠지만, 기저효과와 수요 안정화로 인해 두 자릿수 증가세를 이어가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7000억달러 수출 시대 유지의 관건은 '반도체가 얼마나 더 끌어주는가'보다 '반도체 말고도 버텨줄 산업이 있느냐'가 될 전망입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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