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사이언스)3D 광음향·초음파 유방 스캐너 개발
포스텍 연구진, “빛과 소리 겹쳐 볼 수 있다”
불필요한 유방 조직검사 줄일 수 있는 기회
2025-12-24 11:07:16 2025-12-24 16:13:28
유방암은 조기 발견이 곧 생존율로 이어지는 질환입니다. 그러나 유방 조직이 치밀한 여성의 경우 기존 유방 촬영술만으로 병변을 가려내기 어렵고, 이를 보완하는 초음파 검사 역시 검사자 숙련도에 따라 결과 편차가 크다는 한계를 안고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위양성(잘못된 양성)’ 판정이 늘고, 필요 없는 조직검사가 시행되는 현실도 반복돼 왔습니다.
 
이 같은 난제를 정면으로 겨냥한 기술이 국내 연구진과 글로벌 의료기기업체, 지역 병원의 협력으로 등장했습니다. 포항공대 김철홍 교수 연구진은 지멘스 헬시니어스 초음파 프로브 연구팀과 함께 ‘머신러닝 기반 3차원(3D) 광음향·초음파 자동 유방 스캐너’를 개발하고, 세명기독병원 유방외과 의료진과 임상 적용 가능성까지 검증했습니다. 연구 성과는 미국과학진흥협회(AAAS)가 발행하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11월26일 실렸습니다.
 
유방암은 조기 발견할 경우 생존율이 높아지는 질환이다. 대학 병원 ‘유방암클리닉’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유방암 자가진단 방법을 교육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초음파 약점, ‘광음향’으로 메우다
 
초음파는 실시간·비침습·저비용이라는 장점으로 임상에서 널리 쓰입니다. 하지만 병변의 ‘악성 가능성’을 가르는 결정적 단서가 부족해 위양성(false positive) 문제를 피하기 어려웠습니다. 다시 말해 질병이 없거나, 아직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단계가 아닌데도 ‘질병이 있다’고 판정될 우려가 컸던 것입니다.
 
연구팀은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광음향(photoacoustic)’ 기술을 결합했습니다. 빛을 쏘아 조직에서 발생하는 음향 신호를 영상화하는 방식으로, 혈관 구조와 조직의 산소 상태를 동시에 파악할 수 있습니다. 암 조직에서 흔히 나타나는 혈관 신생과 저산소 환경을 정밀하게 포착해, 단순 형태 관찰을 넘어 생물학적 특성까지 읽어내는 것입니다.
 
더 큰 변화는 ‘자동 스캐너’입니다. 검사자가 손으로 탐촉자를 움직이는 기존 방식과 달리, 유방 전체를 일관된 경로로 자동 스캔해 3D 영상을 생성합니다. 검사자 간 차이를 줄이고, 재현성을 높이는 구조입니다. 머신러닝은 다중 파장의 광음향 정보와 초음파 데이터를 결합해 새로운 점수 체계로 정리합니다.
 
3D 스캐너 시스템의 전체 개요도. (A) 임상 환경에서의 시스템 구성. (B) PA 및 초음파 신호 획득(DAQ)과 체적 영상 재구성의 개요도. PRT, 펄스 반복 시간. (C) 체적 데이터 및 다중 평면 시각화(동영상 S1). a.u., 임의 단위; FB, 섬유 다발; TR, 초음파 변환기. (이미지=Science Advances)
 
임상 연구 결과는 분명했습니다. 환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혈관 생성과 산소포화도를 측정해 초음파 평가와 결합한 결과, 민감도는 96.7%로 유지하면서 특이도는 66.7%까지 끌어올렸습니다. ‘암을 놓치지 않으면서(민감도 유지) 불필요한 의심을 줄였다(특이도 향상)’는 의미입니다. 곧 조직검사 감소로 이어질 수 있는 중요한 지점입니다.
 
산·학·병 협력의 성과
 
김철홍 교수는 “초음파의 장점을 살리되, 진단 특이도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새로운 영상 플랫폼”이라며 “객관적 영상 정보를 통해 유방 질환 진단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백남선 세명기독병원 원장은 “대학과 병원이 실제 환자 데이터로 임상 적용 가능성까지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습니다. 지멘스 헬시니어스 초음파 프로브 연구팀 박성식 상무는 “개발 단계부터 긴밀한 협력이 기술 완성도를 높였다”며 “지역 기반 산·학·병 협력 모델이 의료기기 혁신의 중요한 토대가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유방암 진단의 핵심은 ‘놓치지 않되, 과잉을 줄이는 것’입니다. 빛과 소리를 겹쳐 본 3D 광음향·초음파 스캐너는 이 두 목표를 동시에 겨냥합니다. 자동화와 데이터 결합으로 검사자 의존성을 낮추고, 생물학적 정보를 더해 진단 신뢰도를 높였습니다. 이번 연구는 산업통상자원부·보건복지부·식품의약품안전처, 한국보건산업진흥원, 한국연구재단, BK21 FOUR, Glocal 30 등 범정부 연구개발 지원으로 이뤄졌습니다.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daum.net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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