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사이언스)“알츠하이머 멈출 신약 후보 찾았다”
조기 진단-조기 개입 가능성 열렸다
소분자화합물(NU-9), 뇌 손상 줄여
2025-12-24 11:08:35 2025-12-24 16:12:33
알츠하이머병은 기억력 저하 증상이 나타나기 훨씬 이전부터 조용히 시작됩니다. 병리적 변화는 오래전부터 뇌 안에서 진행되지만, 임상시험이나 의료적 개입은 대개 증상이 드러난 뒤에야 이뤄집니다. 이 간극이 치료 실패의 중요한 원인이라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있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증상 발현 이전 단계에서 병의 진행 자체를 멈출 가능성을 보여준 동물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연구진은 실험용 소분자 화합물 NU-9가 알츠하이머병 동물 모델에서 초기 뇌 손상을 현저히 줄이고, 염증 반응을 억제했다고 밝혔습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알츠하이머와 치매(Alzheimer’s & Dementia)>에 12월18일 실렸습니다.
 
치매 촉발하는 고독성 단백질 규명
 
알츠하이머병 연구의 중심에는 오랫동안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플라크가 형성되기 이전 단계의 아밀로이드 베타 올리고머가 더 중요한 요인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발병하면 돌이킬 수 없는 병’ 알츠하이머병의 조기 개입 가능성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삼성전자가 알츠하이머 극복을 위해 노력하는 연구자들을 소개하는 영상. (사진=뉴시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특히 독성이 강한 단백질(highly toxic protein)을 규명했습니다. 신경세포 기능 장애, 염증, 면역세포 활성화 등 뇌의 초기 변화를 유발하는 것으로 보이는, 이전에 알려지지 않은 고독성 아밀로이드 베타 올리고머(toxic amyloid beta oligomers, 독성 펩타이드 클러스터)의 하위 유형을 확인했습니다. 이 하위 유형은 신경세포 내부에서 아주 이른 시기에 나타난 뒤, 인접한 성상세포(astrocyte) 표면으로 이동해 강한 염증 반응을 촉발하는 것으로 관찰됐습니다. 연구진은 이 하위 유형을 특정 항체로 검출할 수 있어 ‘ACU193+ 올리고머’로 명명했습니다.
 
이 연구의 제1저자인 다니엘 크란츠(Daniel Kranz) 박사는 “이 하위 유형은 알츠하이머병 초기 병리의 기폭제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며 “기억력 저하가 나타나기 훨씬 전부터 신경 기능 장애와 면역 반응을 유도한다”고 설명했습니다.
 
NU-9는 약 15년 전부터 개발이 시작된 소분자 화합물로, 신경퇴행성 질환에서 독성 단백질 응집을 제거하는 세포 내 경로를 복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번 연구에서 연구진은 증상이 나타나기 전 단계의 알츠하이머병 생쥐 모델에 NU-9를 60일간 경구 투여했습니다. 결과는 조기 신경염증의 핵심 지표인 반응성 성상세포증(astrogliosis)이 크게 감소했고, 성상세포에 결합된 독성 올리고머 수가 급감했으며, 인지 저하와 연관된 비정상적 TDP-43 단백질도 현저히 줄었습니다. 이 같은 효과는 특정 부위에 국한되지 않고 뇌 전반에서 관찰됐습니다. 
 
연구의 교신저자인 윌리엄 클라인(William Klein) 교수는 “NU-9는 신경염증의 본질인 반응성 성상세포증을 강력하게 억제했다”며 “알츠하이머병 초기 단계 개입의 가능성을 명확히 보여준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치료 시점입니다. 연구진은 NU-9를 증상 발현 이전에 투여했습니다. 이는 기존 임상시험 접근과 큰 차이가 납니다. 크란츠 박사는 “증상이 나타날 때쯤이면 병리 과정은 이미 상당 부분 진행돼 있다”라며 “늦게 시작하는 치료는 실패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습니다.
 
이 연구의 공동저자이며 NU-9를 개발한 리처드 실버먼(Richard Silverman) 교수는 이를 고지혈증 치료에 비유합니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다고 당장 심근경색이 오는 것은 아니지만, 미리 약을 써 위험을 낮춘다”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알츠하이머병 바이오마커가 확인된다면, 증상 이전에 NU-9 같은 약물로 병의 궤적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최근 과학계의 활발한 연구 결과는 가까운 미래에 알츠하이머도 관리 가능한 질병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고 있다. 알츠하이머 카페 모임에 참석한 환자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기 진단과 결합하면 ‘예방적 치료’
 
최근 혈액 기반 알츠하이머 조기 진단 기술이 개발 단계에 들어서면서, ‘조기 진단–조기 개입’이라는 전략이 보다 현실성을 얻고 있습니다. NU-9는 이미 다른 질병인 루게릭병(ALS) 동물 모델에서 효과를 입증했고, 미국 식품의약국(FDA) 임상시험 승인을 받은 바 있습니다. 
 
연구진은 앞으로 NU-9 투여 동물을 장기간 추적해 실제로 인지 저하가 예방되는지, 신경세포 건강이 어떻게 유지되는지를 평가할 계획입니다.
 
알츠하이머병은 그동안 ‘발병하면 되돌릴 수 없는 병’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그러나 이번 연구 결과는 조기 개입의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아직 동물 실험 단계지만 조기 바이오마커와 예방적 치료가 결합된다면, 알츠하이머병은 암이나 심혈관질환처럼 미리 관리하는 질환으로 대전환이 이뤄질 수도 있다는 기대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daum.net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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