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공대 등 10곳 '글로컬 대학' 지정…지방대 소멸 해법?
5년간 국고 1000억원 지원…2026년까지 비수도권 30곳 선정
고등교육계는 반발…"나머지 대학 도태·소멸하는 결과만 초래"
2023-11-13 17:20:11 2023-11-13 18:18:49
 
 
[뉴스토마토 장성환 기자] 정부가 5년간 국고 1000억원을 지원하는 올해 '글로컬 대학' 사업에 전북대·포항공대 등 10곳이 지정됐습니다. 부산대·부산교대와 같이 공동으로 신청한 곳도 있어 총 14개 대학입니다.
 
하지만 고등교육계에서는 '글로컬 대학'에 선정되지 못한 나머지 대학들을 모조리 말살시키는 정책이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글로컬 대학', 국립대 7곳·사립대 3곳 지정…강원·경북 2곳씩
 
김우승 글로컬대학위원회 부위원장은 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올해 '글로컬 대학 평가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글로컬 대학' 사업은 지역과 지역 대학의 동반 성장을 이끌어 갈 대학에 국립대학 육성 사업 등 '일반 재정 지원 사업' 예산을 집중 투입하는 정책입니다. 올해 10곳에 이어 오는 2026년까지 비수도권의 총 30곳을 '글로컬 대학'으로 지정합니다. 앞서 올해 '글로컬 대학' 예비 지정 신청에는 총 108개 대학이 94개의 혁신기획서를 제출해 15곳이 예비 지정된 바 있습니다.
 
올해 '글로컬 대학' 본지정 대학은 △강원대·강릉원주대 △경상국립대 △부산대·부산교육대 △순천대 △안동대·경북도립대 △울산대 △전북대 △충북대·한국교통대 △포항공대 △한림대 등 10곳입니다.
 
대학 형태별로 보면 국립대가 7곳, 사립대가 3곳 지정됐습니다. 단독 선정된 대학은 6곳, 공동으로 선정된 대학은 4곳입니다. 공동 선정된 대학은 제출한 실행 계획서에 따라 통폐합을 추진해야 합니다. 시도별로는 강원과 경북이 각각 2곳으로 가장 많이 선정됐으며, 경남·부산·울산·충북·전남·전북에서도 1곳씩 선정됐습니다.
 
교육부와 글로컬대학위원회는 본지정 평가의 경우 대학에서 제출한 실행 계획이 얼마나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지, 대학 발전과 지역 발전 전략이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돼 있는지, 지자체의 지원 의지가 충분한지 등을 기준으로 살폈다고 밝혔습니다.
 
올해 '글로컬 대학'에 선정된 대학들은 대학 내·외부의 장벽을 과감히 허물고, 대학과 지역의 협력 전략·과제 등을 충분히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학제 변혁과 학생 선택권 전면 보장 등 대학 내 학과의 벽을 무너뜨리거나 지자체·기업 등의 협력과 참여가 구체화된 곳이 선정됐다는 게 교육부의 설명입니다.
 
올해 '글로컬 대학' 평가 결과에 이의가 있는 대학들은 22일까지 이의 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교육부는 이의 신청 내용을 검토해 이달 말 '글로컬 대학'을 최종 확정할 계획입니다.
 
김우승 글로컬대학위원회 부위원장이 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올해 '글로컬 대학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사진 = 장성환 기자)
 
"다른 대학 지원할 예산 모아 '글로컬 대학'만 지원…불균형 심화"
 
그러나 이러한 '글로컬 대학' 사업을 두고 고등교육계에서는 강한 반발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해당 정책이 표면적으로는 '지방대 살리기'를 표방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글로컬 대학'에 선정되지 못한 나머지 대학들의 도태와 소멸을 초래하는 결과만 낳을 수 있다는 겁니다.
 
양성렬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이사장은 "다른 대학에 지원할 고등교육 관련 예산을 다 긁어모아 '글로컬 대학'에만 집중 지원하겠다는 건데 그렇게 되면 대학 간 불균형만 심화될 뿐"이라며 "극소수의 대학만 남기고 전국 대다수 대학을 존폐 위기로 내모는 시장 만능주의 대학 구조조정 정책"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실제로 지방대에서는 위기의식이 커지고 있습니다. 같은 지역에서 특정 대학만 '글로컬 대학'으로 지정될 경우 다른 대학들은 '글로컬 대학'보다 뒤떨어진 대학이라고 낙인찍혀 신입생 감소와 재정 악화라는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합니다.
 
영남권의 한 지방대 관계자는 "'글로컬 대학'에 선정되지 못하면 관련 예산을 지원받지 못하는 건 물론이고 '글로컬 대학'으로의 학생 쏠림 현상 등 각종 부수적인 피해도 클 것으로 보인다"면서 "나머지 대학들은 다 고사돼 죽으라는 것이냐"고 토로했습니다.
 
교육부가 '글로컬 대학'에 요구하는 '혁신성'이 기존 대학의 시스템을 다 붕괴시키고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김용석 대학정책학회 학회장은 "교육부가 '글로컬 대학' 선정 조건으로 내건 요소들로 인해 대학들이 교과과정을 대대적으로 개편하고 있는데 이게 제대로 된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충분한 검토 없이 시간에 쫓겨 이뤄지고 있다"며 "이는 기존 대학의 시스템을 다 무너뜨릴 뿐만 아니라 급작스러운 교과과정 개편에 따른 혼란으로 학생들 교육의 질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일침했습니다.
 
한편 교육부는 내년 1월 '2024년 글로컬 대학 추진 계획'을 발표하고, 4월에 예비 지정을 거쳐 7월 중 본지정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입니다.
 
김우승 글로컬대학위원회 부위원장이 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올해 '글로컬 대학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사진 = 장성환 기자)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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