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일명 '채상병 특검법'(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 끝내 21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됐습니다. 민주당은 22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채상병 특검법'을 재추진한다는 방침인데요. 차기 국회에서는 민주당을 포함한 범야권의 의석수가 재의결 정족수인 200석에 육박해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무력화에는 한 발 더 가까워졌습니다. 다만, '용산 거수기' 역할을 자처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이탈을 예측하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습니다. 이에 따라 22대 국회도 여야의 '강대강 대치'가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2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재의결 안건으로 상정된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의 부결을 알리는 문서가 김진표 국회의장에게 전달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재의결 매직넘버 '17→8'…절반 '뚝'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의에 부쳐진 채상병 특검법은 재석 의원 294명 중 찬성 179표, 반대 111표, 무효 4표로 최종 부결됐습니다.
헌법 제53조제4항은 "대통령의 재의 요구가 있을 때 국회는 재의에 붙이고, 재적 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전과 같은 의결을 하면 그 법률안은 법률로서 확정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요. 이날 표결에 참석한 294명의 3분의 2인 196명에 턱없이 부족한 득표수로 채상병 특검법은 앞서 윤 대통령의 거부권이 행사된 법안들과 마찬가지로 폐기 수순을 밟게 됐습니다.
21대 국회에서는 총 10개 법안에 거부권이 사용됐습니다. 지난해 4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시작으로 간호법 제정안,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쌍특검법(대장동 50억 클럽·김건희 여사 특검법), 이태원 참사 특별법(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 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 제정안) 등 민주당 주도의 민생·쟁점 법안을 계속해 외면했습니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제외한 모든 법안은 국회 재표결 끝에 일제히 폐기됐습니다. 180석에 달하는 범야권이 모두 같은 선택을 한다고 가정했을 때, 국민의힘(113명)과 자유통일당(1명), 무소속 하영제 의원 등 115명 중에서 17명가량이 당의 뜻에 반하는 선택을 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22대 국회에서도 윤석열정부를 향한 강공을 예고한 민주당 입장에서 '매직넘버'가 절반으로 줄어드는 것은 긍정적입니다.
지난 4·10 총선에서 민주당은 171석을 확보해 21대 국회보다 더 많은 의석으로 제1당의 지위를 유지했습니다. 여기에 조국혁신당이 12석을 얻었고, 개혁신당과 정의당이 각 3석, 새로운미래·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이 각각 1석을 확보했습니다.
범야권이 총 192석을 차지한 것입니다. 재의결 정족수 200석에서 단 8석이 부족한 수치입니다. 다시 말해 범야권이 모두 재표결에 찬성한다는 가정 아래, 108석을 얻은 국민의힘에서 8명만 이탈을 한다면 거부권도 무력해지는 셈입니다.
22대 국회도 '거부권 정국'…관건은 수직적 당정 관계
하지만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수직적 당정 관계'에 큰 변화가 없다면 거부권 무력화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날에도 표결에 참석한 국민의힘 의원들 중 최소 5명이 가결표를 던질 것을 예고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이탈 규모는 그에 못 미쳤습니다.
사안에 따라서는 개혁신당이나 새로운미래 등에서 민주당의 뜻에 동참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한 표가 아쉬운 상황에서 범야권의 단일대오가 무너지는 것은 민주당에 썩 좋은 그림은 아닙니다.
또한 표결이 무기명 투표로 진행되는 점은 범야권 내부의 이탈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이날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은 본회의 표결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탈표 던지기로 한) 5명이 예정대로 다 했다면 민주당에서 이탈표가 한 표 생긴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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