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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 갚기도 벅차"…유통사, 적자에 시름
이마트, 사상 첫 적자에 희망퇴직 실시
홈플러스·AK플라자는 적자 행진
온라인 위주 시장 재편에 고객 발길 '뚝'
2024-03-25 16:35:07 2024-03-25 16:36:54
 
[뉴스토마토 김충범·김성은 기자] 국내 주요 유통사들의 이자지급 능력이 약화했습니다. 고물가로 인한 소비 여력 위축, 이커머스 시장 급성장으로 오프라인 위주 기업들이 맥을 못 추고 있는데요. 일부 기업은 적자의 늪에 허덕이는 가운데 재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25일 뉴스토마토가 각 사 사업보고서를 집계한 결과, 주요 유통기업 7곳 중 5곳의 지난해 이자보상비율이 1을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자보상비율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입니다. 이 수치가 1 미만일 경우 벌어들인 이익으로 이자도 감당하지 못함을 의미합니다. 3년 이상 이자보상비율이 1을 하회하는 기업은 잠재적 부실을 안고 있는 한계기업 또는 좀비기업으로 분류합니다.
 
지난해 이마트와 AK플라자, 홈플러스는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이자보상비율이 마이너스를 보였습니다.
 
이마트는 지난해 사상 첫 적자를 냈습니다. 2022년 연결기준 1357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으나 지난해 469억원의 영업손실로 돌아섰죠. 같은 기간 이자비용은 3175억원에서 4177억원으로 31.6% 늘었습니다.
 
영업이익 감소세와 이자비용 증가세에 이자보상비율은 2021년 1.5배에서 2022년 0.4배로 떨어진 뒤 지난해 더욱 악화됐습니다.
 
이마트의 실적 둔화와 이커머스 분야 투자 성과 지연은 신용등급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22일 이마트의 장기신용등급을 기존 'AA'에서 'AA-'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등급전망은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변경했습니다.
 
나신평은 "이마트는 2021년 옛 이베이코리아 인수 등을 통해 이커머스 업태 내 시장 지위를 제고하고자 했으나, 옴니채널 전략 등의 효과 발현이 지연되며 시장 지위가 저하되고 있다"면서 "이마트 성수·가양점의 운영 종료와 대량 소비수요 감소에 따른 트레이더스 부문 실적 둔화로 오프라인 유통사업 비중이 높은 회사의 별도 기준 영업수익성도 저하됐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자체적인 잉여현금흐름 창출 등을 통한 재무 레버리지의 완화에는 기간이 소요될 전망"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오프라인 유통채널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 지속, 이커머스와 건설 부문 실적 부진 등에 따른 영업현금흐름 창출력 저하, 유휴자산 매각을 통한 자금유입 규모 감소를 그 이유로 들었습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홈플러스의 이자보상비율은 2년 연속 마이너스를 이어갔습니다. 지난 2022년 3월부터 2023년 2월까지 개별기준 260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전년 동기 -1335억원에서 적자 폭이 확대됐습니다. 이자비용은 3856억원에서 3908억원으로 소폭 늘었습니다.
 
지난해 2월 기준 홈플러스의 부채비율은 944%에 달합니다. 홈플러스를 인수한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메리츠금융그룹과 1조3000억원 규모의 차입금 리파이낸싱 지원을 합의하면서, 홈플러스는 자금 조달에 대한 급한 불을 끈 상태입니다.
 
2020년부터 4년 연속 적자 행진을 지속하는 AK플라자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별도기준 영업손실은 2020년 221억원에서 2023년 269억원으로, 이자비용은 127억원에서 135억원으로 늘어 상황이 악화됐습니다.
 
롯데쇼핑의 이자보상비율은 전년 0.8배에서 0.9배로 확대됐지만 여전히 1을 밑돌았습니다.
 
지난해 3월 한화솔루션에서 인적분할해 신규 상장한 한화갤러리아는 3월부터 12월까지의 영업이익 98억원보다 높은 208억원의 이자비용을 보이면서 이자보상배율이 0.5배로 집계됐습니다.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이 지난해 각 3.8배, 2.7배로 비교적 높은 이자보상비율을 나타냈는데요. 전년 동기 각 5.4배, 4.6배와 비교하면 크게 하락한 수준입니다. 신세계와 현대백화점 모두 영업이익은 감소한 반면 이자비용은 41%, 57.5% 늘어난 탓입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고객들이 장을 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오프라인 유통사의 위기
 
오프라인 유통사들의 생존 고민은 날로 깊어지고 있습니다. 고물가와 경기 침체로 개인이 지출할 수 있는 가처분 소득은 감소세에 있고, 코로나19 사태 이후 소비 형태가 온라인 위주로 재편되며 오프라인 고객 발길이 줄어드는 판국입니다.
 
이에 쿠팡 등 이커머스 업체들이 득세했죠.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알리익스프레스, 테무와 같은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이 국내로 진출하며 온라인 시장 경쟁도 치열해졌습니다.
 
오프라인 매장은 설비 투자와 인건비가 따르는 만큼 온라인을 쫓아가기에 한계가 있습니다. '유통 공룡' 이마트도 버티지 못하고 창립 이후 처음으로 전사 희망퇴직을 실시할 정도입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 오프라인 유통 업체들이 적자의 늪에 허덕이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라며 "현장 점포 방문 고객이 줄면서 매출이 점점 악화하는 흐름에 놓인 데다, 이커머스 업황 약진으로 오프라인 업계의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약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 교수는 "대형마트의 경우를 예를 들면 마진이 30% 안팎 수준에서 형성되고 있는데 기본적인 운영비, 인건비 등이 소요되다 보니 이 마진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특히 지방 소도시의 점포일수록 이 같은 경향은 더욱 심해진다"며 "반면 이커머스는 이 같은 고정 비용이 적게 들고 마진도 10% 내외 수준이다. 마트가 대대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해야 이커머스 업계와 그나마 대적할 수 있을 정도다. 오프라인 점포 입장에서는 실적을 높이기 쉽지 않다"고 분석했습니다.
 
 
김충범·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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