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지하 기자] '갤럭시' 상표권을 두고 삼성전자와 2라운드 법적 분쟁을 벌이는 현대카드가 최근 상당수 소송을 접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삼성전자의 손을 들어줬던 앞선 1심 판단을 뒤집기 어렵다는 판단에 한발 물러선 모습입니다. 다만 본업인 카드업과 밀접한 상표에 대해서는 법적 다툼을 이어간다는 방침입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2심 격인 특허법원에 삼성전자를 상대로 낸 상표 등록무효 소송 총 25건 가운데 18건에 대한 소 취하서를 지난 1월24일 제출했습니다. 이는 같은 달 8일 해당 사안을 특허법원에 제소한 지 불과 2주일여 만입니다.
양사가 다툼을 벌이는 상표는 △Hyundai Card 도메인 갤럭시 △도메인 갤럭시 △Domain Galaxy △갤럭시 노스 △Galaxy North 등 총 5종이며, 이들이 지정하는 상품 분류는 9, 35, 36, 38, 42 등 다섯 가지입니다.
현대카드가 이번에 소송 진행을 그만둔 상표들의 상품 분류는 9, 38, 42입니다. 컴퓨터소프트웨어와 온라인 데이터베이스 접속제공업, 플랫폼업 등 삼성전자가 그동안 갤럭시를 앞세워 활발히 사업을 전개한 영역이기도 합니다.
1심 격인 특허심판원이 삼성전자의 갤럭시가 국내에서 높은 인지도를 갖춘 저명한 상표라고 판단했기에 2심에서 이를 다퉈도 승소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해당 소송을 접은 것으로 해석됩니다.
반면 현대카드는 나머지 7건에 대해서는 법적 다툼을 그대로 진행할 방침입니다. 특허법원에 1월24일 보정서를 제출한 데 이어 지난달 23일에는 보정권고 기한 연장신청서를 냈습니다. 해당 상표의 상품 분류는 35와 36으로 본업인 카드업과 관련성이 높습니다.
상품 분류 35는 데이터베이스 마케팅업과 쿠폰 배포를 통한 제품 및 서비스 홍보대행업 등 카드사의 마일리지 사업에 해당합니다. 36류는 거래분석 및 금융정보제공업, 멤버쉽신용카드발행업 등 카드업을 가리킵니다.
현대카드는 2심에서 이들 상품 분류가 카드업에 해당할 뿐 삼성전자의 갤럭시 관련 업종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점을 주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번 소송 취하 건에 대해 현대카드 측에 문의했지만 아무런 답변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이를 두고 이승룡 한양국제특허법인 파트너변리사는 현대카드가 일종의 '전선 좁히기' 전략을 취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이 변리사는 "1심에서 삼성전자가 승리한 주된 이유는 삼성전자 갤럭시가 저명하고 식별력이 높다는 점이 인정됐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현대카드가 소송을 접기로 한 상품 분류들은 삼성전자의 사업 영역과 관련성이 높지만 소송을 이어가기로 한 35류와 36류는 본업인 카드업과 밀접한 만큼 2심에서 승산이 있다고 판단, 다투려는 전선 자체를 좁힌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2022년 6월 현대카드를 상대로 특허심판원에 상표 등록무효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에 현대카드는 자사의 상표가 삼성전자의 갤럭시와 쉽게 구별할 수 있어 소비자에게 혼동을 일으키지 않는다며 맞섰습니다.
지난해 11월16일 특허심판원은 우선 삼성전자의 갤럭시가 국내에서 높은 인지도를 갖춘 저명한 상표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현대카드가 도메인 갤럭시 등 상표를 출원한 2020년 11월 당시 삼성전자 갤럭시는 이미 국내외에서 널리 알려진 상표라는 것입니다.
특허심판원은 갤럭시와 달리 도메인 문구 자체에도 식별력이 없다고 봤습니다. 도메인은 인터넷 주소의 지정 단위로 컴퓨터와 전자기기 및 IT 분야에서 사용하는 일반적 용어에 불과, 뒤에 결합된 갤럭시가 소비자에게 인식될 가능성이 더 높다는 판단입니다.
이에 특허심판원은 "현대카드 도메인은 식별력이 미약하고, 해당 상표 지정상품 대부분도 삼성전자의 선사용상표인 갤럭시 관련 제품과 경제적으로 관련성이 밀접하다"며 "삼성전자 갤럭시를 연상시키고 영업 혼동 일으킬 수 있다"며 삼성전자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신지하 기자 ab@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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