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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션 트렌드①)과거 답습 필패…뚜렷한 시청층 겨냥 필수
성공 프로그램 베끼면서 높아진 피로감
"기존 팬덤 보유하거나 확실한 컨셉 있어야"
2024-03-05 14:14:59 2024-03-05 15:07:43
 
[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스타 등용문으로 역할을 했던 오디션 프로그램이 신통치 않습니다. 재능을 알릴 길이 없는 일반인과 뮤지션 등 불특정 다수에 열린 공정한 장이었고, 길거리 캐스팅으로 원석을 찾아내야 했던 연예 기획사 입장에선 손쉬운 인재 발굴의 기회였지만, 범람하는 오디션 프로그램 속에서 기존 흥행공식을 답습하는 행태가 이어지면서 시청자의 외면을 받고 있는데요.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오디션 프로그램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어봅니다. (편집자주)
 
한 때 대한민국은 오디션 공화국이라는 말도 있었습니다. 지상파부터 케이블 방송까지 채널만 돌리면 나오는 게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TV 오디션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알린 시초로는 '슈퍼스타 K'가 꼽힙니다. 유럽에서 시작된 리얼리티 쇼의 열풍이 '아메리칸 아이돌', '프로젝트 런웨이' 같은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져 미국 TV로 이식되면서 외국 오디션 성공 사례들을 바탕으로 한국형 오디션 프로그램이 제작된 겁니다. 
 
'슈퍼스타 K'에서 시작된 열풍은 일반인 중 신인 가수를 선발하던 초기 형태에 그치지 않고, 연기자를 선발한다거나 아마추어 밴드, 심지어 아나운서 채용까지 점차 다양한 장르로 오디션 프로그램의 포맷을 차용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기존 포맷 답습, 시청자 외면
 
하지만 오디션 프로그램이 범람하면서 예전 수준의 인기는 사라진 듯 합니다. 1020 시청자의 TV 이탈도 영향이 있겠지만 성공 프로그램을 앞다퉈 베끼면서 피로감이 높아졌습니다. 출연자 소개와 이들의 연습 과정, 경연 무대라는 형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대표적인 게 지난 2022년 방영된 MBN 예능 프로그램 '디 오리진'인데요. 초반 0.2% 시청률로 시작해 0.1%로 마무리했습니다. MBC 걸그룹 서바이벌 오디션 '방과 후 설렘'도 시청률 1.9%로 출발해 1.1%로 종영하며 1%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가요계의 '대부'라고 할 수 있는 박진영·싸이와 손잡고 만든 SBS '라우드'는 9%대 시청률로 시작했지만, 종영 때는 2%대까지 하락했습니다. 
 
정민재 음악평론가는 "슈스케가 방영될 때처럼 TV를 보는 시대가 아니어서 오디션 프로그램이 막연하게 대중 전체를 대상으로 하기보다 시청 타깃이 명확해야 성공 확률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시청 타깃이 명확하지 않은 프로그램은 SBS(034120)에서 제작했지만 최고 시청률이 1.1%, 평균 시청률 0%대인 '유니버스 티켓'이나 KBS의 '아이돌 리부팅 프로젝트-더 유닛'이 대표적입니다. 더 유닛은 가수 비가 심사위원으로 출연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초반 기대감을 모으기도 했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시청률이 하락해 1%대까지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기존 팬덤 보유 등 시청층 분명해야
 
기존 팬덤을 보유한 확실한 색채를 지닌 오디션 프로그램일 경우 시청층이 분명하다는 강점이 있습니다.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이 흥행하는 것도 시청층이 분명한 장점 때문인데요.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살펴보면, 엔씨티(NCT)의 새 팀 멤버들을 선발하는 'NCT Universe: LASTART'(엔시티 유니버스: 라스타트)의 경우 에스엠(041510) 팬들이, 올해 상반기 M-net에서 방영 예정인 글로벌 걸그룹 데뷔 프로젝트 '아이랜드2'(I-LAND2)의 경우 와이지엔터테인먼트(122870) 출신 프로듀서 테디가 심사위원으로 나서는 만큼 기존 YG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을 거란 전망이 나옵니다. 아이랜드2는 오디션을 통해 걸그룹을 탄생시키는 과정을 담는데요. 신규 걸그룹은 향후 CJ ENM(035760) 산하 레이블 웨이크원(WAKEONE) 소속으로 활동하게 됩니다. 
 
신인 보이그룹 NCT 위시(NCT WISH)가 4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데뷔 쇼케이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확실한 컨셉 중요"
 
정민재 음악평론가는 "막연한 기획, 평범한 구성으로는 더 이상 시청자의 관심을 끌기 힘들다"며 "한마디로 야마(컨셉)가 확실해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예전 슈스케는 '대국민 오디션'이라는 확실한 컨셉이 있었고 지난 2011년 첫 방영된 '일요일이 좋다-K팝스타 시즌1'이 잘된 이유도 '아이돌'이라는 컨셉을 확실하게 갖고 왔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JTBC ‘싱어게인’ 역시 '한 번 더'라는 확실한 주제를 담고 있습니다. 기회가 필요한 가수들이 대중 앞에 다시 설 수 있도록 돕는 리부팅 오디션 프로그램인데요. 오랜 무명을 겪은 가수들이 프로그램의 문을 두드리면서 시청자들의 눈물과 공감을 샀습니다. 
 
정 평론가는 "박진영과 싸이의 심사위원 조합으로 눈길을 끌었던 더 라우드나 와이지의 믹스나인 같은 프로그램의 경우 흥행 오디션 프로그램을 이끌었던 프로듀서지만 기존 컨셉에서 나아간 게 없어 흥행에 실패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엠넷 '아이랜드2 : N/a' 티저 화면. (사진=뉴시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성남 엔터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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