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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관계 맞아떨어진 '북일'…정상회담 성사될까
고위급 회담 이어 '공개 호응'…"조건없는 만남 충분히 가능"
2024-02-29 15:33:34 2024-02-29 17:40:47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북한과의 물밑 접촉 사실을 공개하고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이에 호응하면서 '북일 정상회담'이 성사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지지율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외교 성과'가 절실한 기시다 총리와 최근 강화된 한일 협력을 약화시키려는 북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인데요. 기시다 총리가 '조건 없는 만남'을 내건 만큼 북일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과 함께 납북자 문제와 북한 핵문제에 대한 북일 간 이견이 커 실제 성사 가능성은 낮다는 반론도 제기됩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해 9월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8차 유엔 총회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조기 정상회담 하겠다는 의향을 거듭 강조했다. (사진=뉴시스)
 
기시다 '6월 방북설'…고위급 물밑 접촉도
 
일본 주간지 <주간현대>는 지난 19일 기시다 총리가 오는 6월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양측은 지난해 3월과 5월 동남아시아에서 고위급 회담을 하는 등 본격적인 접촉에 나섰습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해 5월 납북자 귀국을 촉구하는 집회에 참석해 북일 정상회담 실현 의지를 밝힌 바 있는데, 당시 박상길 북한 외무성 부상은 담화에서 "일본이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결단을 내린다면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답했습니다.
 
기시다 총리는 같은 해 9월 유엔(UN) 총회 연설에서도 "조건을 붙이지 않고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직접 마주하겠다는 결의를 전달하겠다"며 "정상회담을 조기에 실현하기 위해 고위급 협의를 실시할 생각"이라고 밝혔습니다. 
 
다소 주춤하는 듯 보였던 북일 간 논의는 올해 1월 초 김 위원장이 일본 노도반도 지진 피해 위로 전문을 보내며 기시다 총리를 '각하'라고 칭하면서 재부상했습니다. 
 
특히 김 부부장은 지난 15일 담화에서 "정치적 결단을 내린다면 두 나라가 얼마든지 새로운 미래를 함께 열어갈 수 있다"며 "기시다 총리가 평양을 방문하는 날이 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5월 히로시마 G7 정상회의장인 그랜드프린스호텔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미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기시다, 방한·방미서 동의 얻어 '북일 정상회담' 수순"
 
국내 전문가들은 북일 정상회담이 시기의 문제일 뿐 성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는 공통된 전망을 내놨습니다.
 
김태주·김종원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27일 '일북 정상회담 가능성' 보고서에서 "김여정 담화 발표 다음 날 미 국무부 대북 정책 총괄 담당자인 정 박 동아시아태평양담당 부차관보 겸 대북 특별부대표는 일본과 북한의 대화 움직임에 대해 모든 종류의 외교와 대화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표명, 일북 접촉이 상당한 수준까지 진전됐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들은 기시다 내각이 북일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배경에 '지지율'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최근 자민당 비자금 스캔들로 기시다 총리의 지지율이 10%대까지 추락했는데요. 기시다 총리가 4월 예정된 미일 정상회담과 함께 일본 사회의 숙원사업 중 하나인 납북 문제를 해결한다면 외교 성과를 극대화 해 지지율을 회복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남북 관계 단절을 선언했기 때문에 남한과 별도로 대일 관계 개선을 시도할 수 있는 명분과 전략적 공간을 확보한 겁니다. 또 강화된 한일 협력을 북한이 약화시키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봤습니다.
 
북일 정상회담이 성사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납북자 문제입니다. 관련해 조성렬 북한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는 <뉴스토마토> 통화에서 "기시다 총리가 '조건 없는 북일 대화'를 내걸었기 때문에, 조건부 회담은 성사가 어려울 수 있지만 조건 없는 정상회담은 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기본 장애물인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이 문제가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일본은 북한과 핫라인을 구축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일본이 미국이 대통령 선거 국면에 들어가면서 북한에 대한 한미일 연대가 이완되는 시기를 활용하려는 구상으로 보고 있습니다. 
 
북한 여자 축구팀이 2024 파리 올림픽 최종예선을 위해 일본을 방문한 것이 물밑 교류의 한 장면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습니다. 조 교수는 "북한의 경우 체육지도자 뿐 아니라 노동당 관계자들도 같이 보내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북일 정상회담) 논의가 있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일본에 있는 납치 피해자 가족들의 나이가 점점 고령이 되고 있기 때문에 기시다는 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북한 입장에서도 일본이 독자적으로 가하고 있는 제재를 풀기 위해서라도 회담에 임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기시다 총리가 다음달 20일에 방한할 가능성이 높은데, 윤석열 대통령에게 북일 정상회담에 대한 동의를 얻고 4월에 미국을 방문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지지를 얻어 북한 문제를 해결하려 할 수 있다"고 관측했습니다.
 
북일 정상회담의 가능성 자체는 있지만 김 위원장이 기시다 총리가 아닌 차기 총리와 정상회담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북, 기시다 이후 정부와 회담할 수도" 
 
주니가타 한국총영사를 역임한 정미애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은 "기시다 총리가 물러나는 것이 사실상 확실한 상황에서 북한이 기시다와 정상회담을 하는 것에 실익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일본 중의원 선거가 끝난 뒤 차기 총리와 북한이 정상회담을 하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다"고 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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