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정부 '법적 다툼' 전면전…사정칼날 '촉각'
환자 피해 300건 넘어…수술 지연 228건
'면허정지' 엄포에도…전공의 사직 더 늘어
29일 마지노선…정부, 법적 조치 준비 마친 듯
현장조사 준비하는 공정위…사정기관 조준
2024-02-28 16:48:09 2024-02-29 08:53:16
 
 [뉴스토마토 이민우 기자] 의사단체와 정부 간 갈등이 법적 다툼으로 이어지는 등 파국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정부는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전현직 간부를 경찰에 고발한 데 이어, 환자를 뒤로한 채 병원을 떠난 전공의에 대해 법·행정적 절차를 위한 시동을 걸고 있습니다.
 
특히 경찰, 공정거래위원회 등 사정당국들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사업자단체행위 금지와 검찰고발 잣대를 들이댈 수 있는 공정위의 경우는 전공의 사직 및 개원의 동향을 중심으로 의료계 현장 조사에 돌입할 예정입니다.
 
2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가 운영하는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를 통한 신규 피해 사례 건수는 26건 추가로 발생했습니다. 지금까지 누적 피해 사례 신고 건은 304건입니다.
 
피해 사례는 '수술 지연'이 228건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진료취소와 진료거절은 각각 31건, 입원지연 14건입니다. 
 
28일 서울 한 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미복귀 전공의, '면허정지' 겨냥
 
의료대란을 막기 위해 복지부는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업무개시명령'을 내렸고, 오는 29일을 '마지노선'으로 병원에 돌아오지 않은 전공의를 대상으로 법적 조치에 나설 계획입니다. 최소 3개월 면허정지 처분 및 사법절차를 예고했습니다.
 
정부는 수련병원의 전공의 대표자 등의 집에 직접 찾아가 업무개시명령을 했습니다. 이를 두고 사법 절차 착수 전 업무개시명령의 송달 근거를 만들기 위해서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더욱이 복지부가 고발을 위한 준비를 마무리했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그간 정부는 우편 및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등을 위주로 전공의들에게 현장 복귀 요청을 해왔습니다.
 
복지부는 29일 이후 첫 근무일인 3월4일부터 미복귀 전공의 수를 파악하는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입니다. 미복귀자를 집계한 복지부는 경찰에 고발, 경찰은 피고발인을 대상으로 출석요구서를 보내는 등 수사가 임박한 모습입니다.
 
앞서 복지부는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전현직 간부 5명을 경찰에 고발하는 등 의사단체와의 법적 다툼의 신호탄을 쐈습니다. '선배 의사'들을 대상으로 우선 고발을 진행, 사실상 전공의들에게 병원 복귀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전한 셈입니다.
 
보건복지부는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를 통해 누적 304명의 피해신고서가 접수됐다고 28일 밝혔다. 사진은 서울의료원 권역응급의료센터 모습. (사진=뉴시스)
 
복귀 '미미'…업무개시명령 '무의미'
 
복지부에 '면허정지·사법조치' 엄포에도 현장에 복귀하는 전공의는 미미한 상황입니다. 여전히 복귀하는 전공의보다 이탈하는 전공의가 더 많은 실정입니다.
 
지난 27일 오후 7시 기준 상위 99개 수련병원 전공의 중 9937명이 사직서를 낸 것으로 복지부는 파악하고 있습니다. 전날(9909명)과 비교해 28명의 전공의가 사직서를 추가로 냈습니다.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도 8992명으로 전날 8939명보다 53명 늘었습니다. 전체 전공의 중 73.1%가 사직서를 내고 환자를 뒤로한 채 병원을 떠났습니다.
 
의정 갈등의 골은 나날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의협은 복지부의 최근 행태를 두고 한국이 '전체주의 국가'로 변모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의협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전임의와 인턴 및 상당수 전공의의 계약이 갱신되는 2월29일을 앞두고 정부는 초조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며 "급기야 각 수련병원의 전공의 대표자들의 자택에 찾아가 직접 업무개시명령을 하며 전공의들을 겁박하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한국이 언제든 정부가 명령만 내리면 그것이 곧 헌법 위에 군림할 수 있고 대화와 타협보다는 처벌을 통한 겁박으로 모든 일을 해결하려는 '전체주의 국가'로 변모하는 모습"이라고 강조했습니다.
 
28일 세종 관가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오는 29일부터 일선 병원에 조사관 등을 파견해 현장조사를 벌일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공정거래위원회 현판. (사진=뉴스토마토)
 
시정당국 현장조사 등 정조준
 
공정위는 29일부터 일선 병원에 조사관을 파견하는 등 의료계 현장조사를 벌일 예정입니다. 
 
공정위 측은 '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은 아니다. 현재 예정된 조사는 없다'면서도 공정위 소관 상황이 발생하면 즉시 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준비를 마쳐둔 상태입니다.
 
공정위 관계자는 "전공의 사태가 개원의나 사업자 단체로 확산한 것은 아니다"며 "범정부 협조 체계가 있어 공정위도 개원의 동향을 중심으로 계속 모니터링을 하고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주요 쟁점은 전공의 파업에 의사단체가 영향을 미쳤는지가 관건이 될 전망입니다. 
 
대형 병원에서 수련하는 전공의들이 파업에 나서면 환자들이 2차 병원 또는 지역 의원으로 분산됩니다. 대형 병원의 의료 차질이 오히려 개원의들의 수익 증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공정위 관계자는 "판례나 심결례를 비교해 봐야 하지만 이례적인 해석일 수 있겠다"며 "여러 해석의 가능성에 대해 확답을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세종=이민우 기자 lmw383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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