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의대생 '블랙아웃'…학부모·교수·정치권도 '변수'
의대 2000명 증원 수 조정?…정부 "사실 아냐"
"2000명도 태부족…흔들림 없이 추진할 것"
의대생 집단휴학에…교수·학부모 반발 우려도
"코로나19 상황 끝…의대 증원 무르기 어려워"
2024-02-19 17:34:08 2024-02-21 08:59:11
 
 
 [뉴스토마토 이민우 기자] 잇따른 전공의 사직에 정부가 '진료유지명령'을 발령했지만 휴대전화를 꺼놓고 외부 연락을 차단하는 이른바 '블랙아웃(Blackout)'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더욱이 집단 휴학을 제출한 의대생들을 필두로 한 학부모와 교수들이 결집, 의대 증원 반대에 돌입할 가능성도 농후합니다. 총선 표심을 고려해야 하는 정치권의 속내도 셈법이 복잡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19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설명회를 열고 "의대 증원 2000명은 결코 많은 숫자가 아니다"며 의대 증원 추진의 의지를 피력했습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19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설명회를 열고 "의대 증원 2000명은 결코 많은 숫자가 아니다"며 의대 증원 추진의 의지를 분명히 했다. 사진은 의과대학 현판 모습. (사진=뉴시스)
 
의대 증원 2000명…"협상·조정 없을 것"
 
이는 의대 증원과 관련해 '2000명 증원을 발표했다가 협상을 통해 일정 수준으로 조정할 것'이라는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한 행보로 읽힙니다.
 
박민수 복지부 차관은 "2035년이 되면 입원 일수는 현재보다 45%, 외래 일수는 13% 증가한다"며 "의사도 고령화되어 2030세대는 줄고 65세 이상 의사는 늘어난다"고 설명했습니다.
 
복지부에 따르면 2035년에는 전체 의사 중 20대 의사의 비율은 100명당 4명 이하로 떨어질 전망입니다.
 
박민수 차관은 "2021년 기준으로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우리나라 2.1명, 독일 4.5명, 프랑스 3.2명, 일본 2.6명이다"며 "한국 의사 수를 독일 수준으로 맞추려면 12만4000명, 프랑스 수준으로 맞추려면 5만5000명, 일본 수준으로 맞추기 위해서는 2만4000명이 더 필요하다"고 부연했습니다.
 
그러면서 "특정 직역에 의해 대다수의 국민이 지지하는 국가 정책이 좌우되지 않도록 정부는 흔들림 없이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19일 서울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집단사직 엄포…압박 수위 높인 정부
 
정부는 이날 오전 11시를 기해 전국 211개 수련병원 전공의를 대상으로 진료유지명령을 내렸습니다. 이는 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 등 '빅5' 병원 전공의들이 19일 집단사직서를 제출하고 20일부터 진료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데 따른 조처입니다.
 
사실상 복지부가 전공의 파업을 저지하기 위해 압박 수위를 높인 것입니다. 박 차관은 "진료유지명령도 위반하게 되면 상응하는 처벌이 있다"며 "업무개시명령과는 처벌의 종류가 다르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전공의들이 개별 명령이 송달되지 않도록 휴대전화를 끄고 외부와의 접촉을 단절하는 '블랙아웃'으로 맞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서울대, 세브란스, 서울아산, 삼성서울, 서울성모병원 '빅5' 병원 전공의들은 예고한 대로 집단 사직서를 속속 제출하면서 집단 휴진 사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2020년 7월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의대 400명 증원 당시에도 전공의들의 80%가 파업 선언·투쟁을 벌인 바 있습니다. 올해는 더 많은 전공의가 결집할 가능성이 큽니다.
 
현재 추진 중인 의대 증원 수가 2020년 정부가 추진했던 의대 증원 규모보다 5배 많습니다. 또 과거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등 의사 국가고시 응시를 거부했던 의대생들이 현재 전공의 신분입니다. 당시 의사 국가고시 응시 의대생은 전체의 14%에 불과했습니다.
 
19일 오전 광주의 한 대학병원 로비에서 환자들이 접수 순번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교수·학부모 반발 우려도
 
의대 증원 반대를 위한 의대생들 집단 휴학과 해당 교수·학부모들의 결집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앞서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는 오는 20일 동시 휴학계를 내고 1년간 휴학을 결정한 바 있습니다.
 
개강을 앞두고 전국의 2만명가량의 의대생 집단 휴학으로 대학 운영의 차질은 물론, 의대생들의 학부모와 의대 교수가 결집하는 등 의대 증원 반대에 나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2020년 당시에도 의대생 학부모와 교수가 들고 일어나 의대 증원을 추진하는 정부를 압박한 바 있습니다.
 
더욱이 총선을 앞두고 표심을 챙겨야 하는 일부 정치권도 의대 증원에 힘을 실어줄지 미지수입니다. 14만 회원을 보유한 의협 내 각 지역으로 퍼진 의사들이 지역 표심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정형선 연세대학교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2020년과 달리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이 끝났고 의대 증원을 위한 명분이 정부 입장에서 충분한 상황"이라며 "정부가 달랐을 때도 의사 수 확대에 대한 공통된 의견이 정치권에서 나온 바 있기 때문에, 의대 증원 확대가 정치적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습니다.
 
세종=이민우 기자 lmw383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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