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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앤에프, 코스피 이전 잔혹사 재확인
상장첫날 8.9%↓…1월 코스피 이전종목 모두 하락
HLB·셀트리온제약 남았는데…다 떠나도 에코프로형제 웃는다
2024-01-30 16:00:00 2024-01-30 16: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29일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이전상장한 엘앤에프가 여지없이 하락했습니다. 이로써 지난 2개월 사이 코스피로 자리를 옮긴 코스닥 대어들은 전부 이전 초반 코스피 적응에 실패한 기록을 갖게 됐습니다.
 
29일 코스피시장에서 엘앤에프는 8% 급락하며 14만5100원에 마감하며 시가총액 61위에 랭크됐습니다. 엘앤에프는 코스닥에서 시총 4위에 올라 있던 종목으로 이전 직전까지 시총이 5조7780억원에 달했으나 이날 급락하면서 시총도 5조2000억원대로 주저앉았습니다. 30일 시장의 상승과 함께 엘앤에프도 강보합세를 보였으나 전일의 낙폭을 되돌릴 힘은 보이지 않습니다.  
 
엘앤애프는 2차전지 양극활물질 관련 소재를 제조하는 기업으로, 2020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2차전지 붐에 편승해 주가가 10배 이상 올랐습니다. 하지만 작년 하반기부터 2차전지주들이 약세를 보인 결과 지금은 고점 대비 반토막 신세입니다. 지난 4분기에 2800억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내는 바람에 지난해 2223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했습니다. 
 
하필이면 실적을 발표한 날이 이전상장 직전 장마감 후였기에, 이날의 하락을 실적 악화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으나, 공교롭게도 최근 코스피로 옮긴 종목들이 빠짐없이 상장 첫날 하락하는 기록을 이어가게 됐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지난 12일 셀트리온과 합병하면서 코스피에 입성했으나 전혀 힘을 쓰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셀트리온헬스케어에서 셀트리온 신주로 바뀌어 상장한 첫날 셀트리온 주가는 20만원이 깨졌습니다. 1월 증시가 약세 후 횡보 중이었지만 바이오 섹터는 투심이 모이며 상승을 준비했는데 유독 셀트리온만 18만원대 초반에서 더 이상 오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난해 1조원대 영업이익을 올렸단 소식을 알리며 주가가 80만원대로 올라선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입니다.
 
이들보다 먼저 코스피에 온 포스코DX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해 말 포스코DX의 시가총액은 11조2809억원으로 코스닥 4위였습니다. 하지만 올해 2일 코스피에 상장한 첫날부터 6.2% 하락하면서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고 아직도 하락세를 완전히 돌려놓진 못한 상황입니다. 
 
엘앤에프나 포스코DX의 경우 전기차 배터리 업황이 중요한데 테슬라가 납품업체들에게 공급가 인하를 요구하겠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분위기는 좋지 않습니다. 
 
이들은 모두 코스닥 시총 5위 안에 있던 대어급이란 공통점이 있습니다. 코스닥 시절 코스피 이전 소식에 환호했던 투자자들로서는 배신감이 들 법합니다. 코스피가 코스닥 기업들의 피난처가 될 수 있을 거란 환상도 여지없이 깨졌습니다. 
 
아직 코스피로 이전하겠다는 기업은 더 남아 있습니다. HLB와 셀트리온제약입니다. 앞서간 대어들이 비운 자리를 차지해 각각 코스닥 시총 3, 4위에 올라 있습니다. 
 
HLB는 최근 간암치료제의 미국식품의약국(FDA) 허가를 앞두고 있다는 소식에 기세를 올리는 중입니다. 지난주에만 42% 급등했고 30일에도 급등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자체 개발한 리보세라닙과 중국 항서제약의 캄렐리주맙의 병동 투여요법으로 1차 치료제 허가를 추진 중입니다. HLB 투자자들에게 리보세라닙은 애증의 신약입니다. 수년 동안 매번 기대감만 키우다 좌절하길 반복했는데 이번엔 실현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셀트리온제약의 경우 코스피로 이전상장 후 셀트리온으로 흡수합병될 것이란 전망이 있습니다. 셀트리온의 신약을 국내 유통하는 판매사 역할인데, 해외를 담당했던 셀트리온헬스케어의 합병 결과만 본다면 크게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주로 시총 상위권 기업들이 빠져나는 바람에 이전 러시가 마무리된 후 코스닥시장은 제법 위축될 전망입니다. 하지만 현재 코스닥 1, 2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는 반사이익이 예상됩니다. 덩치 큰 기업들이 빠져나간 만큼 코스닥150지수 내 비중이 확대되기 때문입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증권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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