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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속 '장애' 읽기) "문제행동이 아니라 단지 서툴 뿐”
‘딩동댕 유치원’이 전하는 발달장애에 대한 메시지
2023-12-14 06:00:00 2023-12-14 06:00:00
EBS 어린이 프로그램 ‘딩동댕 유치원’을 보면서 2% 부족한 점이 눈에 띄어 아쉬운 마음이 컸습니다. 어떤 부분이 아쉬웠냐고요? 자폐성 장애인 캐릭터로 나오는 별이가 너무 예뻤기 때문에 아쉬웠어요. 
 
외모 평가를 하는 게 아닙니다. 별이의 모든 행동이 예쁘고 사랑스럽기만 한 점을 말하는 겁니다. 별이는 어쩜 그리 얌전한 데다 지시 따르기도 잘하고 대답도 곧잘 할까요. 모든 발달장애인이 별이만 같으면 이 세상에 아무 걱정이 없겠다 싶을 정도였어요. 
 
그토록 많은 장점을 가진 드라마였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행했던 가장 큰 실책, 예쁜 데다 무해하기만 한 발달장애인에 대한 판타지가 ‘딩동댕 유치원’에서 반복될까 걱정되기 시작한 겁니다. 
 
그런데 괜한 우려였나 봅니다. 역시 제작진은 생각이 있었던 거군요. 어느 날 아침에 본 방송은 별이로 인한 친구들의 고충을 다루더라고요. 별이 행동은 친구들과 같지 않았어요. 칫솔을 집어던지며 장난을 쳤고, 도서관에서 책을 정리하지도 않았어요. 친구들은 당황하죠. 별이는 왜 그럴까? 통합교육 중인 현장에서 자주 접하는 질문과 고민이었습니다.  
 
딩동댕 선생님이 나서서 친구들에게 별이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합니다. 과연 어떻게 별이에 대한 이해를 구할까. 저도 덩달아 귀를 기울였어요. 선생님은 별이의 서툰 점에 대해 얘기를 하더라고요. 누구나 어떤 일을 하는 데 있어 서툰 시기가 있다. 별이도 그런 것이다. 그럴 땐 주변에서 도와야 한다고 했습니다. 
 
별이의 어떤 행동을 문제행동이 아닌 서툴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로 받아들이고 설명하는 모습이 고맙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발달장애인이 꼭 도움만 받는 존재는 아닌데 그런 접근이 장애인에 대한 시혜적 접근을 은연중에 설파하는 건 아닐지 살짝 우려도 됐습니다. 
 
아들(자폐성 장애)은 통합교육 받던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은 학교에서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는 왕자님이었어요. 교실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반 친구들이 우르르 다가와 옷도 벗겨주고, 책가방에서 책도 꺼내줬거든요. 아들이 주체적으로 무엇인가를 하기 시작한 것은 이듬해 특수학교로 전학하고 나서부터였어요. 반 친구들 모두가 발달장애인이라 살뜰한 챙김을 받을 수 없자 비로소 자발적인 행동을 하기 시작하더라고요. 
 
다시 ‘딩동댕 유치원’으로 돌아와 봅니다. 더 느린 속도로 더 많은 반복 과정을 통해 사회에서 통용되는 규칙과 규범을 배워가야 하는 별이의 장애 특성을 잘 설명한 것은 좋았습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앞으로는 다른 친구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별이만의 강점에 대한 이야기도 나올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기능적인 강점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특정 일에 누구보다 즐거워할 수 있는 능력도 큰 강점이고, 관계에서 친근함을 느낄 때 그 마음을 투명하게 표현할 수 있는 것도 강점이고, 자연 친화적인 모습도 강점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한 별이로 인해 비장애인인 다른 친구들이 긍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모습도 방송에서 자주 볼 수 있길 바랍니다.
 
유치원 친구들은 별이의 장애 특성을 알고 나자 그림카드(AAC, 의사소통대체수단)를 만들자고 의견을 내고 이를 실행에 옮기더라고요. 발달장애에 대한 단순 이해를 넘어 지원 영역까지 넘어간 것이었죠. 딩동댕 유치원이 현실보다 낫다며 허탈한 웃음이 나왔습니다.
 
미래는 현재와 다를 수 있겠죠. ‘딩동댕 유치원’을 보면서 자란 세대는 지금 우리 세대와는 분명 다를 것입니다. 그 희망의 선두에, ‘딩동댕 유치원’이 있는 듯 합니다.
 
류승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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