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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민주당은 왜 ‘대안적 병립형’마저 외면하는가
2023-12-11 06:00:00 2023-12-11 06:00:00
지난 5월 국회 공론조사 참가 시민 패널의 다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유지 또는 강화’를 지지했다. 숙의 끝에 나온 결론이다. ‘비례대표 의석 비중 확대’, ‘권역 아닌 전국 단위의 비례대표 선출’도 다수 의견이었다. 정당이 되도록이면 지지율에 가까운 의석수를 얻도록 하자(비례성을 높이자)는 취지가 일관되게 나타난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주류가 옹호하는 ‘권역별 병립형’은 공론조사 결과를 완벽히 거스른다. 
 
거대쌍당의 행태에 이해가 가는 구석이 하나는 있다. 연동형 비례제에서 지역구 의석이 지지율을 웃도는 정당은 비례대표 의석을 하나도 갖지 못하며, 비례대표에서 그 당을 지지한 표는 비례대표 의석 배분에 쓰이지 못한다. 하지만 그것이 권역별 병립형 비례제를 고집할 명분은 될 수 없다. 2020년 총선처럼 비례대표 의석 일부를 병립형으로 남겨두고 여기에 위성정당 방지법을 도입해도 된다. 
 
완전 병립형으로 회귀하더라도 비례성을 강화하는 방법도 있다. 지역구 의석을 대폭 줄이고 그만큼 비례대표를 늘리는 것이다. 절반으로 줄이는 것이 최선이다. 비례성이 획기적으로 올라갈 뿐만 아니라 기술적으로도 그게 가장 용이하다. 다만 이에 대해 두 가지 문제제기가 있을 것이다. “그럼 지역구 출마가 좌절될 수많은 사람들은 어떡하냐?” “비례대표 의석이 너무 불어나면 국민들이 반감을 가질 것이다.” 방법이 있다. ‘광역 비례대표 개방형 명부’다.  
 
첫째, 지역구에서 줄인 의석을 광역별로 묶어(서울과 경기처럼 의석수가 많은 광역단위는 2개 구역으로 쪼개서) 비례대표 선거를 치르자. 가령 현재 총 12석을 보유한 대구 지역은 6개의 소선거구로 재편되고, 나머지 6석은 대구 단위 비례대표제로 선출한다. 지역구가 줄면서 붕 뜬 정치인들은 광역으로 향하면 된다. 둘째, ‘비례대표는 내가 직접 뽑지 못하잖아’라는 불만은, 소선거구에서 아깝게 진 후보에게 비례대표 의석을 우선 배분하는 ‘석패율제’, 정당뿐 아니라 후보도 찍을 수 있는 ‘개방형 명부’로 해소한다. 
 
이러한 광역 비례제는 소선거구와 다른 층위에 중대선거구를 설치하는 것이기도 하면서,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선호하는 ‘권역별 병립형 비례제’이기도 하다. 여기서 정당들은 기반이 두터운 지역과 ‘험지’ 모두에서 의석을 챙길 수 있다. 단, 전국구 비례 의석 쪼개기가 아니라 지역구 의석을 재편하는 방식이라서, 소수정당에게도 기회를 열어주고 비례성을 올려준다. 그럼 원래 있던 전국구 비례대표 47석은? 광역 비례대표 의석수도 정당 지지율에 온전히 비례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경우 의석이 모자란 정당에게 보태주는 보정용으로 남긴다. 
 
내가 제안하는 제도는 근본적으로는 소선거구와 비례대표가 병립하고, 비례대표제 내부에서는 광역 비례와 전국구 비례가 연동되는 구조를 가진다. 병립형 비례제에 연동형의 성격이 섞이고, 소선거구제, 중대선거구제, 권역별 비례제, 전국 단위 비례제가 총망라된 셈이다. ‘대안적 병립형’이라 해도 좋다. 위성정당의 여지도 사라진다. 소선거구와 비례대표는 연동되지 않고, 광역 비례와 전국구 비례는 하나의 투표용지에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거대쌍당이 대안적 병립형마저 거부한다면, 병립형 회귀의 목적이 위성정당 방지가 아니라 권력 독과점이라는 뜻이다. 항상 선거제 개혁을 반대했던 국민의힘보다 “선거제 개혁을 하려면 먼저 우리를 지지해야 한다”고 떠들어온 민주당이 더 돋보인다. 선거제 개혁 가능성은 국회의 민주당 의석이 40%쯤일 때 최고조에 달했지만, 60%쯤으로 치솟자 오히려 사그라들었고 이제는 파탄 직전까지 왔다. ‘비례대표제 확대 없는 병립형 회귀’와 ‘권역 쪼개기 개악’은 민주당과 정치개혁이 영구 결별하는 분기점이 될 것이다.
 
김수민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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