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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DF, 연금 개시 늦춰야 수익률 오른다
평균수익률 ‘2060’이 ‘2030’의 2배
‘원금보장’ 벗어나면 무난한 선택지…성장세는 주춤
2023-11-21 02:00:00 2023-11-21 02: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연금자산 운용의 핵심 상품으로 떠오른 타깃데이트펀드(TDF) 수익률이 연금 수령 시기를 늦출수록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주식과 채권 비중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2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서 제공하는 TDF의 평균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연금 수령 개시 연령이 늦을수록 펀드 성과가 좋았습니다. 
 
연금개시 2025년 TDF 5.2%…2060년은 12.3% 
 
TDF의 연초 이후 수익률을 연금 수령 시기별로 비교한 결과 17일 기준 △2025 TDF의 평균수익률은 5.22% △2030 펀드는 6.82% △2035 7.91% △2040 8.04% △2045 9.13% △2050 9.65% △2055 11.21% △2060 12.37% 등 수령 시기가 늦을수록 운용 성과가 더 좋은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같은 결과가 나타난 것은 주식과 채권 비중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TDF는 펀드 가입 시 연금 수령 목표 시점(Target Date)을 설정하고 그에 맞춰 주식과 채권의 비중을 조절하도록 설계된 상품입니다. 운용 초기엔 주식 비중을 높여 높은 성과를 추구하다가 연금 개시 시점이 다가오면 채권 비중을 키워서 안정성을 도모하는 방식입니다. 이를 투자자들이 가입 당시에 선택하도록 했습니다. 
 
언제 연금 수령이 시작되는지는 펀드 이름에 표시돼 있습니다. 예를 들어 NH-Amundi하나로TDF2030 증권투자신탁(이하 펀드)은 2030년부터 연금을 받기로 약속한 펀드입니다. 한국투자TDF알아서ETF포커스2060 펀드는 2060년이 연금 개시 연령입니다. 두 펀드는 연금 운용 기간이 30년이나 차이 나기 때문에 한국투자TDF알아서ETF포커스2060 펀드가 주식 비중을 높인 채로 더 장기간 운용하게 됩니다. 물론 운용사와 펀드매니저 개인의 운용 성과도 다르겠지만 출발에서부터 차이가 있는 것입니다.
 
현재 전체 자산운용사들이 내놓은 TDF 상품은 170개로 운용사별 대표 TDF 상품이 있고 이를 다시 은퇴 시점별, 클래스별로 나누면 숫자가 크게 늘어납니다. 다만 연금 계좌에서 선택할 수 있는 ETF는 각 운용사의 대표 상품으로 좁혀집니다. 투자자는 이 중에서 연금 개시 연령과 국내와 해외 투자 여부 등을 고려해 상품을 선택하면 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연금수령 미뤄야 좋은데 빨리 받길 원해
 
TDF의 운용 성과는 주식시장의 부진에 비해 나쁘지는 않습니다. 운용사별로는 ‘한국투자 TDF알아서’ 펀드의 평균수익률이 15.29%로 가장 앞서 있습니다. 2위 ‘KB온국민TDF’ 펀드의 11% 수익률과 제법 차이가 벌어져 있습니다. 
 
최근 6개월 성적만 놓고 보면 ‘KB온국민TDF’, ‘KB다이나믹TDF’ 등 KB자산운용의 상품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3개월 수익률로 더 단축시키면 ‘대신343TDF’가 선두에 등장합니다. 반대로 장기 운용 성과에서는 ‘NH-Amundi하나로TDF’가 3년 수익률이 가장 높습니다. 
 
한 가지 흥미로운 부분은, 일반 펀드의 경우 투자금(설정액)은 성과가 좋은 펀드로 쏠리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TDF는 다르다는 사실입니다. 앞서 본 것처럼 TDF의 운용수익률은 연금 개시 연령이 늦을수록 높지만, 설정액 비중은 2025, 2030 펀드의 비중이 가장 컸습니다. 좋은 성과보다, 최대한 연금을 빨리 수령하는 것이 더 중요하게 여겨진다는 의미입니다. 
 
연금은 세액공제 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에 ‘55세부터 수령 가능’하다는 기본 조건에 부합해야 하므로 가입자의 연령도 그에 맞춰 제한됩니다. 따라서 ‘2030’ 펀드는 주로 중장년층이, ‘2060’ 펀드는 젊은층이 가입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럼에도 40대 후반에 가입하면서 55세부터 수령하는 식으로 설정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연금의 장기 성과와 연금소득세 절세보다는 지금 받는 세액공제 혜택을 중시한 결과입니다. 
 
또한 설정액을 운용사별 비중으로 구분해서 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DF 상품 비중이 40%에 육박합니다. 미래에셋은 장단기 운용 성과에서 자사 상품을 상위에 올리지 못했지만 TDF 판매에서는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예금 벗어난 투자자에겐 ‘모범답안’
 
TDF 시장은 지난해까지 빠르게 성장하다가 올해 들어 기세가 한풀 꺾인 모습입니다. 올해 주가가 부진했고 채권도 금리 상승의 타격을 받아 TDF가 인기였던 2021~2022년에 판매된 펀드들의 성과가 그리 좋지는 않은 탓입니다. 한편으론 작년 말부터 은행 수신금리가 좋아 예금과 채권으로 이동한 자금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매년 12월이면 직장인들의 연말정산에서 세액공제 상품이 조명받기 때문에 TDF 설정액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개인연금(사적연금) 시장의 성장은 TDF에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연금저축,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계좌 내 운용 상품을 고를 때 은행권의 예금을 벗어나면 마땅한 대안 찾기가 어렵습니다. 적극적인 투자자는 상장지수펀드(ETF), 채권, 리츠(REITs) 등 다양한 수단을 활용하지만, 일반인 특히 이제 막 원금보장의 영역을 벗어나려는 이들에겐 금융회사 직원의 추천이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TDF가 연금 운용의 모범답안이 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습니다.
 
연초 이후 두 자릿수 수익률을 기록 중인 TDF가 있다는 사실도 왜 TDF가 무난한 모범답안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증권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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