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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시대? 화석연료 귀환 대비해야
전쟁·미국 대선 등 석유산업 관심 커질 전망
변동성 큰 업스트림보다 마음편한 미드스트림
2023-11-14 02:00:00 2023-11-14 02: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국제유가가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유럽과 중동 두 곳에서 동시에 전쟁이 벌어지고 있으나 경기 둔화 영향이 유가 상승을 억제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내년엔 석유 연료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ESG 시대에 화석연료의 귀환을 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1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국제유가(WTI)는 배럴당 76.91달러를 기록했습니다. 13일 거래는 이보다 소폭 하락한 가격으로 출발했습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충돌로 두 지역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유가는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번 중동지역 전쟁도 개전 초기에 잠깐 90달러 위로 솟구쳤다 80달러 아래로 하락해 현재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내년엔 이보다 조금 오를 전망입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내년 WTI 전망치는 배럴당 84달러입니다. 1년 내내 80달러를 웃돌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하나증권이 70~90달러로 예상하는 등 국내외 기관들이 대부분 비슷한 가격대를 제시했습니다. 내년 미국의 금리 인하, 전쟁의 확전 여부 등 유가에 영향을 줄 변수는 있지만, 지금 상황이 어느 정도에서 제어된다는 가정하에는 80달러 부근을 오갈 것으로 보입니다. 
 
유가가 오르면 물가를 자극해 미국도 고금리를 계속 유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란이 전쟁에 개입하는 강도가 높아지더라도 미국이 제재에 적극 나서지 못할 것이란 의견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무엇보다 내년 세계경제 성장이 둔화될 것이란 전망이 유가 상승을 막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일 원유 생산량을 줄인 사우디와 러시아가 감산을 중단할 가능성도 크지는 않습니다. 사우디는 천문학적 재정이 필요한 네옴시티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고유가가 필요합니다. 전쟁 양상이 급변하는 경우에도 유가를 자극할 수 있습니다. 즉 지금은 유가를 올릴 이유와 떨어뜨릴 이유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셈입니다. 
 
트럼프 주목받으면 석유기업 뜬다? 
 
유가가 오르면 석유·가스 산업 밸류체인에 대한 관심이 커집니다. 그런데 내년엔 유가가 제자리를 맴돌더라도 대비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하나의 변수, 미국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분위기를 감안하면, 민주당 후보 존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의 강력한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재대결이 예상됩니다. 현재 두 후보의 지지율 차이가 크지 않아 지금으로선 누가 당선될지 예측하는 것이 무리입니다. 
 
다만 트럼프 후보가 당선될 경우 혹은 그 전에라도 후보로 당선되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그의 지지율이 오를 경우 석유 등 화석에너지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큽니다. 
 
민주당은 집권기간 동안 친환경 에너지 보급을 지원했습니다. 반면 트럼프는 미국 정유업체들의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임기 당시에도 이상기후, ESG 등의 메가트렌드에서 벗어나 화석연료에 힘을 실었습니다. 인프라 투자에 있어서도 바이든 대통령이 전기차 등 친환경 에너지 관련 인프라 투자에 공들였지만, 트럼프는 재임 당시 전통산업, 제조업 중심의 투자에 더 관심을 보였습니다. 디트로이트 등 러스트벨트의 지지를 감안할 때 전기차보다 내연기관 차량에 관심을 가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따라서 트럼프 후보의 대통령 당선 여부와 상관없이, 미국의 대선 관련 뉴스가 전해질 내년 1년 동안 자산시장은 이와 관련된 온갖 재료와 노이즈, 기대감에 반응할 가능성이 큽니다. 유가가 급등하지 않아도 관련 산업과 자산가격이 움직일 수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세금폭탄 덜 맞을 종목 골라야
 
2022년 미국 증시는 크게 하락했지만 에너지 섹터는 연간 70% 가까이 급등했습니다. 엑손모빌, 쉐브론 등 정유기업이 수혜를 받았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전인 2021년 쉐브론에 다시 투자했던 워렌 버핏은 올해에도 옥시덴탈 주식을 추가 매수했습니다. 
 
이들은 원유·가스 채굴 및 개발, 정유 등 업스트림(up-stream) 영역에 속해 있습니다. 업스트림 기업들은 유가 변화에 따른 변동성이 커 고위험 고수익이 예상됩니다. 올해 미 정유기업들 주가는 횡보했습니다. 
 
투자자에겐 이보다 안정적인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수송, 저장 등 미드스트림(mid-stream) 영역의 기업들이 조금 편하게 다가갈 수 있을 겁니다. 호르무즈해협의 긴장감이 높아지면 해당 지역을 운항하는 탱커 운임이 오를 수도 있습니다.
 
미드스트림 영역에 속한 기업들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로는 종목기호 MMP, EPD, AMLP, EMLP, AMJ, MLPA, MLPX, AMZA, ATMP 등이 있습니다. 
 
문제는 이들이 거의 모두 마스터합자회사(MLP, Master Limited Partnerships)라는 점입니다. MLP는 일반 주식과 달리 투자금에 대한 배당 권리를 갖는 개념입니다. 잘 모르는 영역의 기업들을 묶어서 투자하는 장점이 있는 반면 국내 투자자들은 세금폭탄을 안고 투자해야 합니다. 외국인이 미국 에너지 관련 기업(PTP 종목)에 투자하는 경우 매도 시 매도대금의 10%를 과세합니다. 이익금의 10%가 아니라 매도대금에서 10%를 뗍니다. 손실이어도 과세된다는 점에 특히 주의해야 합니다. 
 
또한 MLP 종목은 배당금에도 37% 세율을 메깁니다. 배당수익률이 높아 고율의 세금을 떼고도 5% 배당수익률이 넘는 종목이 많지만 아무래도 PTP 과세는 큰 걸림돌입니다. 
 
차라리 ETF보다는 PTP에 해당하지 않는 개별 종목을 매수하는 것이 나을 수 있습니다. 관심 있는 종목이 PTP에 해당하는지는 증권사 HTS 내 ‘PTP 종목 조회’ 화면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PTP가 아닌 대표적인 미드스트림 종목으로 킨더 모건(kinder morgan, 종목기호 KMI)이 있습니다. 북미지역 에너지 인프라의 리더로, 미국 내 7만1000마일에 달하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으로 미국 생산량의 40%를 수송하며 미국 천연가스의 15%를 저장합니다. 원유 및 석유제품 전용 파이프라인도 1만마일에 달하며 141개 터미널도 갖고 있습니다. 
 
엔브리지(Enbridge, ENB)는 북미에서 가장 긴 원유, 정유제품 운송 시스템을 운영하는 기업입니다. 북미지역 원유의 30%, 미국 내 소비되는 가스의 20%를 운송합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증권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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