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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속 '장애' 읽기)장애인 세상에서 비장애인이 태어나면….
영화 ‘다운사이드 업’을 통해 보는 ‘다름’에 대한 메시지
2023-09-06 06:00:00 2023-09-06 06:00:00
오늘은 ‘다운사이드 업’이라는 벨기에 단편영화 한 편을 소개할까 합니다. 모두가 운동화 끈을 묶을 수 없는 세상에서 유일하게 운동화 끈을 묶을 수 있는 남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다운사이드 업’의 세계관 먼저 살펴볼게요. 모두가 다운증후군이 있는 세상에서 비장애인 에릭이 태어납니다. (실제로 등장하는 모든 배우가 다운증후군이 있습니다)
 
의사가 부부에게 말합니다. “부모는 그 사람을 키울지 말지 결정할 수 있습니다”
 
임신 7개월에 태어난 아들이 신생아중환자실에 있을 때 옆 인큐베이터엔 다운증후군이 있는 아기가 있었어요. 아기 부모는 한 번도 면회에 오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아빠로 보이는 청년이 의사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엄마로 보이는 여성은 하염없이 울고 있었어요.
 
의사가 재차 물었습니다. 정말 포기할 거냐고. 청년은 그렇다고 말했습니다. ‘양육 포기’를 하던 순간이었습니다. 슬픈 현실이었죠.
 
영화는 현실을 정면으로 비틀어서 비장애인을 다수와 ‘다른 사람’으로 만듭니다. 사회는 소수자인 에릭을 위해 화장실과 주차 공간 등 비장애인용 시스템을 구축하지만 ‘다르다’고 낙인찍힌 에릭을 마음으로는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자신이 잘못된 몸에 갇혔다며 절망하던 에릭은 남들과 같아지기 위해 수술을 받기로 결심합니다. 그런데 수술을 앞두고 자신과 똑같은 소수자(비장애인) 여성을 발견합니다. 두 사람은 수술하지 않은 채 서로에게 의지해 살아가면서 찍찍이 운동화를 개발합니다.
 
이제 사람들은 더 이상 신발 끈이 풀린 채 다니지 않고 모두가 찍찍이 신발을 신고 있습니다. 처음에 등장했던 의사가 다시 등장해 말합니다. “이것은 남들과 다른 사람도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라고. 
 
자폐성 장애인의 엄마인 저는 요즘 심적으로 조금 힘듭니다. 사람들은 “발달장애인을 혐오하는 게 아니라 갑질 부모를 혐오하는 거야”라고 말하지만 그럼에도 단서를 붙이거든요. 아무리 장애가 있어도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아야 받아들일 수 있다고.
 
우리 사회가 유독 ‘장애인이 주는 피해’에 집중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봤으면 합니다. 이 세상에 피해를 주기만 하는 존재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발달장애인도 마찬가지죠. 오히려 이런 시기이기에 발달장애인만의 매력이 더 많이 부각되면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영화에서도 말하듯 남들과 다른 사람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그들만의 방식으로 일조합니다. 제 아들도 그래요. 온통 가면을 쓰고 있는 사람들의 위선에 진저리가 날 때면 겉마음과 속마음이 같은 아들 옆에 가만히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큰 위안을 받습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그 솔직한 감정 표현이라니. 국물을 먹다 매운 고추라도 먹으면 얼굴 근육 전체가 매운 고추로 물드는 게 보입니다. 불을 뿜는 것 같은 귀를 다급히 막아대는 두 손과, 얼얼한 혀를 내밀고 헉헉대는 동작 하나하나가 너무 생생하고 솔직해서 보고만 있어도 웃음이 납니다. 남편과 그런 말을 자주 해요. “저 녀석 없었으면 웃을 일이 뭐 있겠나”
 
게다가 아들 덕에 우리 가족은 더 똘똘 뭉치게 됐어요. 처음엔 아들을 지키기 위해서였는데 어느덧 서로를 위할 줄 아는 친밀한 가족 구성원으로 다시 태어나게 됐달까요. 
 
이런 것만 봐도 아들은 저에 비해 훨씬 가치 있는 존재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이 사회에 기여하는 게 세금 내는 것 외엔 없는데 아들은 주변을 행복하게 하거든요. 주변 사람들의 삶의 방식까지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거든요. 아들이기에 가능한 일이죠.  
 
단단한 메시지가 담겨있는 짧고 아름다운 단편영화 ‘다운사이드 업’. 모두에게 자신 있게 권합니다. 
 
류승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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