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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일본해(日本海)를 계기로 외교의 발생을 전환하자!
2023-08-25 06:00:00 2023-08-25 06:00:00
우리나라 애국가는 “동해 물과 백두산이~”로 시작합니다. 미국은 2023년 8월 15일 동해를 ‘일본해’로 부르기로 했습니다. 미 국방부는 한미일 미사일 훈련 장소를 ‘동해’ 대신 ‘일본해’라고 공식 표기하면서, 미국 정부 정책이라고 했습니다. 미 국방부의 발표는 공식적으로 “국제수로기구(IHO)에 동해/일본해 병기”를 노력해 온 대한민국 외교부의 노력과 국민적 열망에 찬물을 끼얹어 버렸습니다.
 
18세기에서 1900년 초까지 수많은 지도에서 동해는 조선해(Sea of Korea)로 표기되었고, 일본에서 발간된 지도조차도 문화적 영향력으로 인해 조선해라고 표기했습니다. 대한제국이 나라를 잃고 일제 식민지가 된 상태에서 일본 주도로 국제수로기구에 '일본해(Sea of Japan)'로 명칭을 등록한 해가 1929년입니다. 우리나라는 해방과 한국전쟁, 개발도상국으로 국제적 외교역량이 없을 때, 국제수로기구의 두 번째와 세 번째 지도편찬에 목소리를 내지 못했습니다. 뒤늦게 1997년부터 동해/일본해 병기를 노력해 왔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2% 미만이었던 동해/일본해 병기 비율이 2005년 18.1%, 2007년 23.8%, 2011년 28.2%, 2014년(비공식 통계) 40%에 근접한다는 통계도 있고, 일본을 제외한 G7 국가는 50.4%가 병기하고 있다고 합니다. 대한민국 외교부는 공식적으로 활동하고, 민간은 민간 차원에서 전방위적으로 활동해 왔습니다. 일례로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주최한 미국 메이저리그(MLB) 홈페이지 지도에서 '일본해'를 표기했다가 한국 측의 항의를 받고 삭제한 일이 있을 정도로 물불 갈리지 않고 싸웠던 결과입니다.
 
동해의 명칭에 국민이 민감한 것은 단지 동해가 애국가의 가사에 들어가 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바로 동해 한 가운데 ‘독도’가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바다의 명칭이 그 나라의 소유권과 주권을 결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동해가 일본해가 된다고 독도가 일본 땅이 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일본 극우들은 노골적으로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고 있습니다. 한미일 합동 군사훈련이 벌어지는 곳이 ‘일본해’로 표기되고, 일본 군함이 군사작전을 전개하는 곳이 독도 인근의 해역이 될 것은 뻔한 사실입니다. 윤석열 정권은 한미일 준 군사동맹 수준까지 밀어붙이면서도 동해/일본해 병기 조항 하나도 관철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마구 퍼주기' 외교를 하면서 최소한의 실리도 챙기지 못하는 '청맹과니'입니다. ‘한미일 정상회의’ 전후에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국익을 위한 외교는 팽개치고 사대주의에 빠진 들러리 외교의 결과가 아닌지 의심이 듭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동해 명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발상의 전환을 말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서쪽 바다이면서 동시에 중국의 동쪽 바다인 서해를 국제적으로 ‘황해(Yellow Sea)’라고 하듯이 동해를 청해(Blue Sea), 또는 평화해(Peace Sea)라고 부르자”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보수언론과 극우들은 말도 안 되는 발상이라고 맹공을 퍼붓는 바람에 더 이상 논의의 전진은 없었습니다. 전 세계는 황해처럼 백해, 흑해, 홍해 등 색깔로 표시하여 국제적인 지도나 문서 표기를 통해 국가 간 명칭 분쟁 갈등을 해결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이런 중립적인 바다 명칭조차도 거론되는 것을 반대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외교적 실패를 만회하는 길은 평소 존경한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외교 철학을 이어받아서, 동해를 가치 중립적 명칭을 제안하는 담대한 발상 전환을 통해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두수 시대정신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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