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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개방형 통상국가, 벗어 던지기?
2023-08-23 06:00:00 2023-08-23 06:00:00
1960~70년대 한국은 자원이 없으니 수출로 먹고 살아보자고 수출입국 전략을 세웠다. 점차 국내 시장도 개방하고 대외적으로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앞장섰다. 노태우 정부 때는 중국 소련과 수교하는 북방 정책을 폈다. 수출과 투자가 잘 되면 그만이지 이념과 진영 굴레가 왜 필요해? 자유무역주의를 존중하는 개방형 통상국가 전략이 우리한테 잘 맞았다. 그런 노선으로 한국은 세계 10위권 경제 강국으로 성장했다.
 
정부가 이제 노선을 바꾸자고 하는 건가? 안보는 미국과 함께 하고 경제는 중국과 함께 한다는 ‘안미경중’은 틀렸고, 앞으로는 ‘안미경미’ 즉 ‘안보와 경제를 모두 미국과 함께 해야 한다는 생각을 대통령실 사람들이 외교와 경제 부처에 설파한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전임 정부들이 안미경중을 정책이라고 추진하진 않았다. 중국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중국이 한국한테 무역과 투자 1위 대상 국가가 됐을 뿐이다. 어쨌든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광복절 경축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굳건한 한미동맹, 나아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의 연대와 협력은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가 번영하고 발전하는 토대가 됩니다.” “생사가 걸린 안보에서 협력하는 관계는 먹고 사는 문제가 걸린 경제와 첨단 과학 기술 분야에서도 긴밀하게 협력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엊그제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 결과는 중국 북한 러시아와 맞서, 한국이 미국 일본과 진영을 짜고, 안보와 경제를 그 틀에서 함께 해결하자는 생각으로 간추릴 수 있다. 미국과 일본이 주장해온 전략에 한국이 올라탄 모양새다.
 
머리가 복잡해진다. 지금까지 우리 군인들은 미군과 손잡고 북한 위협을 잘 억제했다. 재난과 재해, 감염병 사태에 대비하고 인도적 목적의 유엔평화유지군 활동에 참여해 평판도 잘 쌓았다. 앞으로 일거리가 늘어난다. 예를 들어 중국과 대만이 분쟁을 벌이면 우리도 관여하도록 한미일 3국이 협의체를 만들었다. 장래에 우리 군인들이 대만 해협까지 가서 특정 국가 군인들과 대립하는 시나리오도 나올 수 있다. 손자병법에서는 적을 줄이거나 고립시키고 친구를 늘려야 안보가 튼튼해진다고 가르쳤다. 북한이 아닌 특정 국가가 한국을 적으로 취급하지도 않는데…. 이렇게 안보 부담을 늘려도 되는 걸까?
 
경제로 가면 머리가 더욱 아파진다. 정상회의 합의를 보면 미국 중심으로 특정 국가에 대한 수출을 통제하거나 자원을 자체 조달하는 경제블록을 짜고 한국도 여기에 참여한다고 한다. 미국과 소련이 자유 진영, 공산 진영별로 안보와 경제를 해결하며 체제 경쟁을 벌이던 냉전 시대를 연상하도록 하는 생각이다. 지금 상황은 어떤가? 나라와 나라 사이 경제 의존성이 높아졌다. 정치 권력이 인위적으로 무역 질서를 좌지우지하기 어렵다. 미국 정부가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를 추진하자, 미국 반도체 산업협회가 “우리 제품은 어디에 팔라고?”라며 정부를 비판할 정도다.(2023년 7월17일 성명서)
 
한국인들은 고민한다. 특정한 안보+경제 블록에 몸을 깊이 담으면 세계 시장에서 접근할 수출과 투자 대상이 좁아지기 쉽다. 이념과 진영에 얽매이지 않고 실용 위주로 달려온 개방형 통상국가 노선과 어울리지 않는다. 올해 상반기 중국과 아세안 대상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 줄었다. 수출 시장 주축이 무너지고 있다. 올해 국내총생산은 역대 최저 수준인 1.4% 증가에 머물러 심각한 경제 침체가 우려된다. 이런 마당에 대한민국 성장 열쇠였던 개방형 통상국가 노선을 버려야 하나? 대안은 있나?
 
박창식 전 국방홍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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