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오펜하이머가 국내 박스오피스를 덮쳤는데요. 8월15일 광복절 개봉 첫날 55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압도적인 수치를 보였습니다.
올여름 극장가에서 주목받던 선두주자인 '밀수'와 천만 관객을 동원한 저력을 보여줬던 '아바타: 물의 길'의 오프닝 스코어인 31만8084명과 35만9031명을 단숨에 넘어선 수준입니다. 2023년 개봉 외화 최고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했던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의 22만9756명과 비교하면 두 배가 넘는 기록입니다. 북미 흥행에 이어 글로벌로 이어지는 놀라운 흥행 저력입니다.
오펜하이머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원자폭탄 개발 프로젝트인 맨하탄 프로젝트를 주도한 물리학자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으로 '원자폭탄의 아버지'라 불리는 그의 생애를 조명했습니다. 더불어 2차 대전 종식을 가져왔던 원자폭탄의 개발 과정을 상세히 그리고 있습니다. CGV를 비롯한 국내 극장가는 오펜하이머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 매진 행진이 이어졌습니다. 저 역시 늦은 예매로 목이 부러지게 맨 앞에서 관람을 했죠.(영화 스포는 생략)
오랜만에 극장을 찾아 영화를 관람한 김에
CJ CGV(079160) 주가를 다시 들여다봤습니다. 현재 1조원대 유상증자를 진행하면서 주가 침체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대형 흥행작의 등장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력을 보기 위함인데요. 상황은 녹록치 않아 보입니다. CJ CGV는 이번달에만 6% 가까이 하락 중이며, 지난 6월20일 유증 발표 이후와 비교하면 40% 가까이 밀린 상황입니다. 사실상 반토막이죠. 대규모 유증에 따른 주가 희석화 우려가 주가에 선반영됐다고 가정하면 어느 정도 흥행작에 따른 반등을 기대해 볼 만한데 여전히 주가는 하락 중입니다.
유증 우려가 반영된 현재 주가 흐름에서 시장 참여자들은 영화 산업 자체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주가에 투영하는 것으로 읽히는데요. KOBIS(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전국 관객수는 2013년 2억명을 넘어선 이후 2019년에 2억2600만명선까지 급증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2020년과 2021년 코로나19의 여파로 관객수가 급감해 각각 5900만명, 6000만명 수준으로 쪼그라들었습니다. 작년엔 1억1000만명을 회복했고, 올해 8월 현재까지 8100만명이 영화관을 찾았습니다. 현재 추세라면 올해는 1억명대 후반까지도 기대해 볼 수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과거 2억3000만명을 바라보던 시절까지 회귀가 가능할지는 미지수입니다.
사실상 일상의 정상화가 시작된 올해임에도 관객수 회복이 더딘 이유는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유튜브 등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의 성장이 꼽힙니다. 업계에서는 OTT 등을 포함한 시장의 성장이 극장 관람 수요를 대체해 영화관 시장의 수요를 감소시키는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판단합니다. 스마트폰 등 모바일을 포함한 온라인 매체가 영화 관람장소의 선택의 폭을 확장시킬 수 있는 만큼 영화관 산업 자체에는 위협입니다.
영화관 산업의 침체 우려에도 영화 자체는 성장하고 있습니다. 콘텐츠란 이름으로 OTT 성장과 맞물려 영화 산업 자체는 성장하는 것이죠. 결국 영화관 산업의 성장을 위해선 영화관에서 봐야하는 대작 콘텐츠의 출시와 흥행이 필요합니다.
오펜하이머에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영화 전체를 (고가의) IMAX 카메라로 촬영했고, 직접 개발한 65mm 흑백 IMAX까지 도입했다고 합니다. 흥행과 평단의 인지도 모두를 갖춘 대작 감독이기에 가능했을지 모를 제작비라면 CGV의 미래 역시 대작 콘텐츠 육성에 달렸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최성남 증권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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