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카카오택시·배민은 무슨 죄?
2023-07-25 06:00:00 2023-07-25 06:00:00
리걸테크 플랫폼과 대한변호사협회의 갈등에 난데없이 카카오택시와 배달의민족이 등장했습니다. 법무부가 로톡 가입 변호사에 대한 변협의 징계가 적법한지를 판단하는 징계위원회가 열렸던 지난 20일, 변협이 기자브리핑에서 카카오택시와 배민을 택시 요금, 배달비 인상의 원흉으로 지목했기 때문입니다. 변협은 "카카오택시에 장악된 택시는 이제 쉽게 잡을 수 없고 택시비는 대폭 상승했다. 배민에 장악된 음식시장은 배달료가 얹어져 한끼 식사비가 배 가까이 상승했다. 로톡이 장악한 법조의 미래는 바로 이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법을 다룬다는 분들이 이 같은 '감정적'인 선동을 한다는 사실에 실소를 금할 길이 없었습니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택시비와 배달료의 인상은 모두 수요와 공급에 따른 시장 원리가 적용된 결과입니다. 택시요금 인상의 도화선이 됐던 심야택시 대란 당시의 상황을 살펴보자면, 야간에 택시를 타려는 손님은 많지만 그 시간대 운행을 하는 기사는 적었기 때문에 가격 조정이 이뤄지게 됐습니다. 같은 시간을 운행하더라도 더 큰 수입을 얻을 수 있다면 일을 하려는 기사가 많아질 것이고, 승객 입장에서는 돈을 좀 더 지불하더라도 택시가 필요하다면 택시를 탈 것입니다. 물론 당시 탄력요금제와 기본요금 인상 등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카드를 한꺼번에 사용했다는 아쉬움은 남지만 택시비 인상의 배경은 수급 불균형이었습니다. 
 
배달료도 마찬가지입니다. 짜장면, 치킨, 족발 등 일부 음식에 한정됐던 배달음식의 종류가 확대되면서 소비자들은 소정의 배달료를 기꺼이 부담했습니다. 그러던 중 코로나19로 배달 수요가 급증하면서 라이더 구하기가 어려워졌고 결국 배달비 인상으로 이어졌지요. 과도한 요금 인상이 고객 이탈로 이어진 것은 두 플랫폼 모두 겪은 부작용입니다. 
 
다시 리걸테크 산업과 변협의 싸움으로 돌아가보죠. 변협은 리걸테크 플랫폼으로 '주식회사 사무장', '주식회사 변호사'의 난립을 문제삼고 있습니다. 자신들의 가치가 떨어지는 상황을 걱정하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카카오택시와 배민을 끌어들여 법률 서비스 이용료의 인상을 우려합니다. 법률 서비스에 대한 대중의 접근성이 높아진다면 경쟁이 활성화되면서 이용 요금은 낮아지게 될 텐데 '반대를 위한 반대'로 보이는 것은 기분 탓일까요. 리걸테크 플랫폼을 반대한다면서 얼마 전에는 '나의 변호사'라는 앱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앱 출시와 함께 이 앱만을 독점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입장도 첨부했는데요. 앞서 변협이 주장한 카카오택시와 배민의 부작용이 독점적 지위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 역시 모순적인 행동입니다. 
 
결국, 변협은 자신들의 과실을 나눠주기 싫어 이 같은 몽니를 부리고 있다고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카카오택시가 독점적 사업자가 되는 데에는 '타다 금지법'이 한 몫을 했습니다. 택시업계의 반대에 직면해 우버, 타다와 같은 다양한 형태의 운송 사업을 제한했기 때문에 고객은 다양한 가격대의 다양한 택시 서비스를 제공받을 기회를 잃은 것입니다. 
 
지난주 법무부의 징계위원회가 종료된 후 유승민 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한변협이 '이권 카르텔'이 됐다. 윤 대통령이 이권 카르텔을 혁파하겠다면 '법조 카르텔'부터 깨부셔야 한다. 카르텔을 혁파하는 최선의 방법은 경쟁을 촉진하는 것이고, 로톡은 변호사 시장의 경쟁을 촉진하고 법률 소비자인 국민에게 이익을 가져다준다"고 일침했습니다. 변협도 이미 정답을 알고 있을 것입니다. 시대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스스로 카르텔이 아님을 증명해야 할 것입니다.
 
김진양 IT팀장(jinyang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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