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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전 영업적자 '불가피'…44조 적자 해소 '첩첩산중'
2분기 인상 '적자 2조원' 줄어든데 그쳐…7조~8조 적자 불가피
3분기 전기료 동결 가닥…적자해소 대안 부족 지적
"역마진 구조 벗어나기 위해선 전기요금 현실화뿐"
2023-06-18 12:00:00 2023-06-18 12:00:00
 
 
[뉴스토마토 주혜린 기자]  한국전력의 누적 적자가 44조원을 넘어섰습니다. 대규모 적자에도 불구하고 전기요금은 소폭 인상하는 것에 그치면서 경영난 극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특히 3분기 전기요금까지 '동결' 가능성이 커지면서 올해 적자 탈출은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전기를 판매할수록 손해를 보는 '역마진' 구조 개선 없이는 한전의 정상화가 어렵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18일 한전과 증권가에 따르면 한전은 올해 3분기에 가까스로 흑자 전환하더라도 연간 적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분석을 보면 증권사들은 한전이 1분기에 6조1776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데 이어 2분기에도 약 2조9500억원의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글로벌 에너지 가격 하락과 전력시장가격(SMP) 하락으로 3분기에 약 95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 전환은 가능하다는 예측입니다. 다만 4분기에 다시 1조6300억원의 적자를 낼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분석입니다.
 
한전이 지난 2021년부터 2년 동안 쌓아온 적자는 38조5000억원에 달합니다. 하반기에 추가 요금 인상이 없다면 한전의 올해 적자가 7조5000억~8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됩니다. 
 
지난해 말 기준 한전의 총부채는 192조8000억원으로 부채 비율이 460%에 달했습니다.
 
18일 한전과 증권가에 따르면 한전은 올해 3분기에 가까스로 흑자 전환하더라도 연간 적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역마진 구조로 인해 한전이 전기를 팔면 팔수록 오히려 적자가 불어나는 탓입니다. 한전의 전기요금에 대한 원가회수율은 2022년 70%(추정치)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한전의 적자 해소를 위해 올해 전기요금을 킬로와트시(㎾h)당 51.6원 인상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통상 전기요금이 10원 오를 때마다 한전의 연 매출이 5조 원 늘어납니다. 인상된 요금이 적용되는 시기가 3개월에 불과하지만 전체 전기 사용량의 77%를 차지하는 산업·일반용의 인상분이 크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올해 인상 폭은 지난 1분기 11.4원에 2분기 8원을 더해 19.4원 오르는 데 그쳤습니다. 전기 요금 인상에도 불구하고 한전의 경영 적자 해소에는 역부족입니다. 
 
전력통계월보에 따르면 올해 3월 한전은 kWh당 전기를 173.3원에 구입해 139.3원에 판매하며 여전히 34원씩 손해를 봤습니다. 
 
전기요금이 ㎾h당 8원 인상되면서 한전의 판매수입은 2조6600억원 증가할 전망입니다. 이는 한전의 영업손실 규모를 보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입니다.
 
산업부 계산대로라면 3·4분기에는 30.5원을 더 올려야 합니다. 한전의 자료 제출을 기점으로 3분기 요금 논의가 본격 시작돼지만, 이미 요금은 동결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합니다.
 
한전은 16일 3~5월(직전 3개월) '실적연료비'를 집계해 정부에 제출했습니다. 연료비조정단가는 이미 상한인 kWh(킬로와트시)당 5원으로 산정되어 있기 때문에 추가적인 요금 인상을 위해선 기준연료비를 인상해야 합니다.
 
산업부는 한전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토대로  기획재정부와 함께 논의해 오는 20일까지 한전의 요구 사항이 타당한지 검토합니다. 이후 21일 한전이 최종 결정된 3분기 전기요금 인상안을 발표하면 내달 1일부터 변경된 요금이 반영됩니다.
 
18일 한전과 증권가에 따르면 한전은 올해 3분기에 가까스로 흑자 전환하더라도 연간 적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하지만 여름철 전력 수요 급증 등이 맞물려 요금 인상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습니다. 여당도 총선이 일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요금 인상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강경성 산업부 2차관은 "국제 에너지 가격 추이와 우리 물가, 국민 부담과 능력, 한전의 재무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한전에서 연료비 조정단가 자료를 제출하면 이를 토대로 관계부처와 협의해 결정하겠다"면서도 "국민 부담 등을 고려할 때 쉽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이번에 추가 인상 시기를 놓치면, 4분기에는 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옵니다. 9월 말부터 본격 총선 시즌이 다가오면서 요금 인상을 반대하는 여권 의견이 더 나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전은 지금 회사채를 발행해 부족한 자금을 메우고 있습니다. 올해 한전은 벌써 10조원에 달하는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습니다. 이는 지난해 연간 한전채 발행액(약 32조원)의 3분이 1수준입니다. 만약 자금 부족 사태가 장기화하면 그만큼 한전채를 계속 발행해야 합니다.
 
한전은 25조7000억원 규모의 비용을 절감하기로 하는 등 자구책을 발표하기도 했지만, 적자 늪에서 벗어나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전기요금 추가 인상 없이는 적자 해소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정혜정 KB증권 연구원은 “올해도 한전이 연간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여전히 전기요금이 충분히 인상될 가능성이 작다는 실망감이 주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정 연구원은 “석탄을 중심으로 한 국제 에너지가격 수준이 낮아지면서 하반기부터 전력조달 단가가 전년 동기 대비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지난 2021년부터 누적된 적자 규모가 44조7000억원에 달해 재무건전성 회복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우종률 고려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한전이 40조 이상 적자를 기록한 게 흔한 상황이 아니다. 한전이 공기업이라 지금 적자를 버티고 있는 것"이라며 "러·우 전쟁으로 가스 비용 많이 올랐을 때 영국이나 유럽에선 파산한 전력 업체들도 있다. 정부에서 보증을 하고 있으니까 버틸 수 있는 것으로 사기업이었으면 망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우 교수는 "정부에서 한전 내부 인건비 줄이는 등 자구책을 얘기하지만 그것만으로 될 것 같지는 않다. 전력시장에서 사오는 가격은 높다보니까 전기요금 올리는 것 외에는 딱히 방안이 없어 보인다"고 조언했습니다.
 
18일 한전과 증권가에 따르면 한전은 올해 3분기에 가까스로 흑자 전환하더라도 연간 적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건물의 전력량계. (사진=뉴시스)
 
세종=주혜린 기자 joojoosk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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