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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록의 대형 펍’ 만든 골든벨 사나이, 브라이언 애덤스
29년 만에 내한 단독 공연 “너무 오랜만이라 한국 팬들 미안하다”
100분 동안 23곡 내리 쏟아…'고전 록' 상징들 곳곳에 투영
2023-03-03 16:59:45 2023-03-03 16:59:45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멋드러진 오픈 카와 선글라스, 일사불란한 무용단과 전자 기타를 멘 장발의 연주자들, 잠시 뒤 U2(아일랜드 세계적인 록 밴드) 조슈아트리 콘서트에서나 보던 그 각도와 그 쾌속의 상쾌한 로드 투어 뷰.
 
2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캐나다 출신 전설 브라이언 애덤스(64·Bryan Adams)의 단독 공연은 '고전 록'이라 하면 떠오를 온갖 상징을 무대 뒤 스크린에 투영하며 80·90년으로 시계를 되감았습니다.
 
1994년 첫 내한 이후 무려 29년 만인 이번 한국 공연에서 애덤스는 대표 히트곡 퍼레이드로 1500여 관객과 호흡했습니다. 최대한으로 절제한 영상미와 밴드 편제(전자 기타, 어쿠스틱 기타, 베이스기타, 드럼, 피아노)의 단출한 무대 편성, 그러나 허스키하면서도 깔끔하게 올라가는 고음과 시원한 록 사운드를 듣다보니, 흡사 빨려들어가는 것 같더군요. 벤쿠버의 어느 겨울, 로드 투어를 돌다 마주친 시끌 벅적한 대형 '펍(Pub)' 같은 곳으로...
 
2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캐나다 출신 전설 브라이언 애덤스(64·Bryan Adams)의 단독 공연. 사진=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이 펍의 '골든벨'을 울리는 사내는 바로 브라이언 애덤스.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 1위를 기록한 '헤븐'을 비롯해 '서머 오브 '69'(Summer of '69), '섬바디'(Somebody) 등의 히트곡을 배출한 싱어송라이터. 영화 '로빈 후드' 영화 주제곡으로 세계 최고 권위 대중음악 시상식 '그래미 어워즈'에서 주제가 부문을 수상했고, 1993년 로드 스튜어트·스팅과 함께 발표한 영화 '삼총사' OST '올 포 러브'(All For Love)로도 유명합니다.
 
싱어송라이터이자 사회운동가이며, 사진가란 독특한 이력도 갖고 있는 덕에 이날 공연의 미장센은 시작부터 남달랐습니다. 퀸부터 더1975까지 록의 고전과 현재를 오가는 선곡들을 오프닝 직전 틀어줄 때, 멋드러진 오픈 카를 점검하는 그의 영상이 흘러나오며 기대감을 서서히 고조시켰습니다.
 
록 팬이라면 가슴 뜨거울 만한 장면들이 여럿 있었습니다. 검은 배경에 '나쁜 음악으로 인해 세상에 어둠이 드리워졌던 이유는'이란 흰색 글자가 흘러가다 '없었기 때문이다. 록이'에서 껌벅이며 배로 커지고 조명이 섬광처럼 번쩍일 때. 초반 들려준 'Somebody'에서처럼, 기타의 스트랩핀 윗 부분 바디를 흔들어주며 지글대는 음향 왜곡 효과를 계속해서 내며 원곡을 변주하거나 기타를 360도 회전하는 묘기를 부릴 때. 대표곡 '에이틴 틸 아이 다이(18 til I Die)' 속 원래 노랫말 "난 55세에 18세가 될 거야!"을 65세로 개사했음에도, 펄펄 끓는 허스키 목소리가 일순간 경계를 허물고 낭창한 고음으로 날아 오를 때. 
 
2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캐나다 출신 전설 브라이언 애덤스(64·Bryan Adams)의 단독 공연. 사진=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함께 가봅시다! 멈추지 말고!(Here We go! Can't Stop it!)" 어느덧 예순 중반이 된 애덤스였지만, 체력과 히트곡 라이브는 건재했습니다. 검은 가죽 재킷에 스니커즈를 신고 물 한 모금 마시지 않고도 100분 가량을 흔들리 없이 끌어가며 흠 잡을 데 없는 가창을 선사했습니다. "30년 만에 다시 오게 돼 미안합니다. 다음 번엔 오래 걸리지 않을 것입니다. 그땐 한국어도 배워오겠습니다."
 
세계적 메가 히트곡 '헤븐'과 '(에브리싱 아이 두) 아이 두 잇 포 유((Everything I Do) I Do It for You)'에서는 떼창이 터져 나왔습니다. 1950년대 후반 미국에서 유행한 '로커빌리(rock-a-billy)' 풍 '유 비롱 투 미(You Belong To Me)'를 부를 때는 애덤스가 "오늘 '최고의 춤꾼'을 스크린에 띄워줄 것"이라며 분위기를 유도하자, 객석은 댄스 플로어가 됐습니다. 앙코르 직전, 피아노를 중심으로 멤버들이 몰려 가족애적 분위기를 풍기며 후주를 길게 늘이다가, 결국 모든 것은 사랑이라는 애덤스의 독백 귀결로 끝나기까지('All For Love'), 총 23곡을 내리 연주했습니다.
 
특히 이날 외국인 관객 무리들이 여느 공연보다 많이 보였는데, 떼창을 주도하며 공연장 분위기를 이끌던 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주러시아 대한민국 대사관에서 일한다는 안나(43) 씨는 "러시아에서 우리 또래라면 브라이언 애덤스를 15~16세부터 들어왔을 것"이라며 "가슴으로부터 쓴 노래들은 사랑과 긍정적인 감정들로 가득 차 있다. 듣고만 있어도 삶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준다는 것을 오늘도 느꼈다"고 했습니다.
 
영국에서 건너온 뱅크스(37) 씨는 "나야말로 영화 '로빈후드(1991)' 세대"라며 "애덤스의 노래는 우리 세대에겐 교과서 같은 노래들이다. 자유와 사랑이 넘치는 애덤스의 노래를 라이브로 들을 땐, 우리 나라에선 맥주를 권한다. 오늘 집에 가서 꼭 한 잔 할 것"이라며 웃었습니다.
 
김도헌 대중음악 평론가도 "모두가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를 트럭 단위로 쌓아놓고 세계를 순회하는 전설"이라며 "’18 til I Die‘처럼 63세에도 18세 때와 큰 차이가 없었다. 기교가 난무하는 세상에 기본의 승리를 목격했다"고 봤습니다.
 
2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캐나다 출신 전설 브라이언 애덤스(64·Bryan Adams)의 단독 공연. 사진=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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