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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그토록 바라는 ‘무속’의 ‘사바하’
2023-02-28 07:00:18 2023-02-28 07:00:18
신정 일치 사회였던 고대국가 시절, 동서양을 막론하고무속은 나라의 번영과 안녕을 기원하는 국가 차원 행사였습니다. 현대 사회는 어떨까요? 우주 시대를 눈앞에 둔 현대인도 일상의 크고 작은 일에 무속’, 즉 미신을 따릅니다.
 
(귀신) 없는 날 이사 날짜를 잡기도 하고, 동지에는 팥죽을 먹고, 현관 앞에는 노란색 꽃을 두기도 합니다. 제 아내는 평생 저축 한 푼 못하고 사는 이유가 집에 부엉이가 없어 그렇다며 인터넷에서 부엉이인 척하는 올빼미 장식품을 사기도 했습니다.
 
미신, 다시 말해 무속에 의지하는 마음을 무조건 잘못이라 규정할 필요는 없을 듯 합니다. 그 마음을 들여다보면 인간의 간절한 바람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 간절한 개인적 소망에 옳고 그름의 잣대를 들이밀 필요는 없습니다. 여태까지는 그랬습니다.
 
그런데 무속이 개개인의 바람이 아닌 국가의 공적인 일에 개입한다면 그건 생각이 달라집니다. 국가는 한 개인의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국가는 한 개인의 바람으로 좌지우지될 성질의 것이 아니란 것, 누구라도 알 수 있습니다.
 
저는 요즘 4년 전 개봉했던 영화사바하생각이 많이 납니다. 정말 재미있게 봤습니다. 스토리도 탄탄했고 배우들 연기력도 말할 것 없었죠. 줄거리를 한 줄 요약 하자면성불을 통해 진짜 불사가 된 한 사람이 불사에만 매달린 나머지 가장 온전한 악에 들어선 얘기라 볼 수 있을 듯 합니다. 사이비 종교 헌터로 활동하던 목사 박웅재(이정재)풍사 김제석을 추적하는 내용인데 풍사 김제석이 누구인지가 이 영화 백미이므로 누가 연기했는지 여부는 굳이 밝히지 않겠습니다.
 
극과 극은 통한다 했던가요. 순결한 선은 온전한 악과 가장 흡사한 것 같습니다. ‘사바하에서도 순수한 선을 탐하던 김제석이 오랜 수행 끝에 가장 온전한 악이 돼 혹세무민(惑世誣民) 합니다. ‘혹세세상을 어지럽히고, ‘무민백성을 속인다는 뜻입니다
 
요즘 대한민국 최고 이슈, 무속입니다. 기묘합니다. ‘사바하속 김제석처럼 지금 대한민국의 무속, 진짜인지 궁금합니다. 그 진짜가 최고 선인지 아니면 최악의 악인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 정말 진실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진실 여부가 중요하지 않단 생각도 듭니다. 그저 헷갈릴 뿐입니다. 1년 가까이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하는 원동력의 중심 무속’. 21세기 대한민국이 신정 일치 고대사회인지 그게 가장 헷갈립니다. 국가 일에 무속이 오르내리는 건 집에 부엉이 장식품을 놓아두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니까요
 
‘사바하’는 산스크리트어로성취를 뜻합니다. 지금 대한민국에겐 성취가 간절해 보입니다. 문제는 그 성취가 누구의 간절함인지, 그게 참 궁금합니다.
 
김재범 대중문화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성남 엔터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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