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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은행이 공공재라는 나라
2023-02-16 06:00:00 2023-02-16 08:39:23
'은행의 돈 잔치'
 
윤석열 대통령의 서슬퍼런 발언이 풍파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3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은행의 ‘돈 잔치’로 인해 국민들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금융위는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지난달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는 "은행은 공공재 측면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대통령이 직격탄을 날리자 은행들은 부랴부랴 사회공헌 대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향후 3년간 10조원 규모를 은행 공동으로 조성해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강화한다는 계획입니다. 당초 5000억 규모로 알려졌지만, 비난 여론이 이어지자 20배나 증액한 것입니다.
 
금융당국은 은행의 지배구조까지 손보겠다며 나섰습니다. 금융지주와 은행의 지배구조와 이사회를 정조준하고 있는데요. 공공재 측면이 있는 지배구조가 공정하게 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한다는게 금융감독원장의 발언입니다. 공공재라는 단어가 또 등장합니다.
 
공공재(Public Goods)는 시장의 가격 원리를 적용할 수 없고 누구나 그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도 이용할 수 있는 비배제성의 속성을 지닌 재화를 말합니다. 우리나라 금융시장은 어떨까요. 각 은행의 최대주주는 국민연금공단이지만 실제 주인은 외국인 주주입니다. 이날 기준 국내 최대 금융사인 KB금융지주의 외국인 지분율은 74.22%에 달하고, 하나금융지주(71.88%), 신한금융지주(63.62%) 등도 외국인 지분율이 상당합니다. 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주주도 JP모건 체이스(KB), 블랙록(KB·신한·하나) 등 외국계 자본이 대부분입니다.
 
금융사와 개인간의 계약은 '투자자 자기책임의 원칙' 하에 이뤄집니다. 금융상품의 선택과 투자 비중 선택, 최종 투자에 이르기까지 본인 책임으로 두고 있습니다. 투자 손실에 따른 책임도 투자자 본인이 집니다.
 
물론 금융사를 100% 시장에 맡길 수는 없습니다. 은행의 경우 고객이 믿고 맡긴 돈을 굴리는 곳이기 때문에 그에 걸맞는 자산건전성과 소비자보호 장치를 제대로 갖췄는지 감독을 받아야 합니다. 그래도 금융시장은 100% 정부 책임과 관리 하에 돌아가지 않는 영역입니다.
 
현실에서는 규제산업인 은행업은 금융당국의 입김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몇몇 금융지주 회장의 사임이 금융당국의 의견과 무관하지 않다는 점만 봐도 금융산업에서 정부 입김의 강도를 가늠해볼 수 있겠습니다.
 
당국은 보다 근본적으로 지배구조에까지 '메스'를 대겠다는 방침입니다. 은행(지주)은 주인이 없는 대표적인 소유 분산기업인데다가 엄격한 법적 인가 요건 하에 형성된 사실상의 독과점 체제를 누리고 있는 만큼 지배구조도 합리적이고 투명하게 갖춰야 한다는 인식이 깔려있습니다.
 
특히 은행을 분노의 타깃으로 만드는 동안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주인 없는 회사'입니다. 주인 없는 기업들이 문제가 더 많다는 인식입니다. 호랑이(주인)가 없으니 여우(CEO)가 주인 행세한다는 말도 있습니다.
 
은행은 공공재라는 인식이 정부가 주인이 될 수 있다는 것으로 이어져서는 안될 것입니다. 이미 정부의 주인 행세로 시중금리 왜곡, 낙하산 인사 등 부작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금융시장과 소비자를 위한 길인지, 과도한 관치에 따른 부작용인지 시간이 지나야 드러날 것입니다. 그런데 시장논리와 엇박자를 낼 때마다 그 책임은 결국 국민이 짊어지게 될 것입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증권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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