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무비게이션)극강의 현실 공포에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동명의 일본 소설·일본 영화… 국내 버전 치밀함 현실성 속도감↑
극중 빌런 ‘준영’ 연기 임시완 존재감, 현실의 ‘섬뜩’·악마적 ‘악의’
2023-02-14 07:03:15 2023-02-14 07:03:15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술이나 마약 따위를 지나치게 복용한 결과, 그것 없이는 견디지 못하는 병적 상태. ‘중독’의 사전적 의미입니다. 중독을 일으키는 것들은 당연히 그 첫번째가 마약, 그리고 술 또 담배 등이 있을 겁니다. 약물도 있습니다. IT시대에 접어 들어선 신종 ‘중독’ 가운데 하나로 ‘스마트폰’이 주목 받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중독, 보기보다 심각하고 증세 또한 무섭습니다. 기억력 특히 사고력을 주관하는 뇌의 ‘전두엽’을 극단적으로 퇴화 시킨다는 의학적 소견까지 있을 정도입니다. 저명한 의사들도 해결하지 못하는 현대인의 고질병 ‘스마트폰 중독’. 하지만 문제 없습니다. 대한민국 영화계가 이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명약을 제시했습니다. 오는 17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를 본다면 자신의 손에 들린 ‘스마트폰’을 당장 쓰레기통에 처박아 버리고 싶어질 겁니다. 이건 무조건 장담할 수 있습니다. 무섭다, 섬뜩하다 등 여러 감정을 넘어 이 얘기. 온전히 ‘’진짜 가능할 것 같다”가 아닌 “진짜 내 스마트폰도 혹시?”란 의심까지 불러 일으키게 만듭니다. 스마트폰 하나로 안되는 게 없는 세상. 그 만능주의를 가장 완벽하게 그리고 가장 온전히 ‘역’으로 이용해 버린 극중 빌런 준영(임시완)의 발상이 끔찍하다 못해 혐오스러울 정도입니다. 이 얘기는 영화가 아니라 진짜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진짜가 될 수도 있겠다는 의심까지 불러 일으킵니다. 그래서 영화임에도 영화로 보이지 않습니다.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는 현실성이 너무 강해 더 두렵습니다. 일단 각자의 경험담을 끌어오면 답은 간단합니다. 누구나 한 번쯤 스마트폰 분실을 경험해 봤을 겁니다. 착 발신 전화 그리고 휴대폰 메신저는 물론 공인인증서와 각종 증명서는 물론 온라인 결제 수단 등. 현실에서 이제 스마트폰은 그 자체로 나 자신을 대체하는 일종의 ‘아바타’입니다. 결과적으로 스마트폰 분실은 나를 잃어버리는 것이나 다름없게 된 세상입니다. 그 지점을 파고든 범죄가 이 영화 속에 등장합니다.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스틸. 사진=넷플릭스
 
회사원 나미(천우희)는 너무도 평범한 20대 직장인 여성입니다. 스마트폰 알람에 아침 기상, 그리고 양치질 세수 등. 스마트폰을 보면서 출근하고 스마트폰을 보면서 실시간 절친과 채팅 하고. 스마트폰을 통해 쇼핑도 하고. 친구들과의 저녁 약속 예약과 필요한 은행 업무 그리고 주요 회사 업무 중 하나인 SNS 홍보까지. 나미에게 스마트폰은 없어선 안될 삶 그 자체입니다. 그냥 스마트폰이 나미의 또 다른 정체성입니다.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스틸. 사진=넷플릭스
 
그런 나미의 손에서 스마트폰이 떨어집니다. 친한 친구들과 오랜만에 ‘불타는 주말’을 즐겼습니다. 필름이 끊길 정도로 술을 마시고 집에 들어왔습니다. 절친 은주(김예원)가 아니었으면 옥탑방 평상 밑에서 만신창이로 아침을 맞이할 뻔했습니다. 말도 안되는 몰골로 은주에게 업혀 집안으로 옮겨진 나미. 곧이어 스마트폰 분실을 알게 됩니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어제 만취로 버스를 타고 오던 중 이었습니다. 버스 안에서 떨어뜨렸습니다. 은주의 폰을 통해 전화를 걸어 봅니다. 다행히 누군가 받습니다. 상냥한 목소리의 여성입니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돌려 받을지, 서로 대화를 통해 정합니다. 다행입니다. 나미와 은주는 가슴을 쓸어 내립니다. 하지만 이상합니다. 전화기 너머 목소리 실제 주인공. 여성이 아닙니다. 목소리는 스마트폰 어플을 통해 흘러나온 A.I 녹음 파일. 나미의 스마트폰을 주운 인물은 남자입니다. 이름은 준영. 물론 나미 은주와는 일면식도 없는 사이입니다. 그저 우연히 스마트폰을 주웠을 뿐입니다. 하지만 여기서부터 시작입니다. 관객들도 나미도 그리고 은주도. 준영이 앞으로 선사할 악몽이 어떤 스토리로 흘러갈지.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고 할 수도 없습니다. 그저 관객도 은주도 그리고 나미도. 심지어 나미의 아버지도. 그저 당하기만 해야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당할 수 밖에 없다’가 아니라 ‘당하기만 해야 한다’ 입니다. 쉽게 말해 속수무책이란 얘기입니다.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스틸. 사진=넷플릭스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는 동명의 일본 소설이 원작입니다. 이 소설을 바탕을 한 동명의 일본 영화도 제작돼 2019년 국내 개봉한 바 있습니다. 원작 소설부터 일본 영화까지, 이 얘기가 소름 끼치는 지점은 기술의 발전이 만들어 온 스마트폰 만능주의 폐단을 여실히 보여준 단 점입니다. 한국 버전 영화에서 준영은 나미의 스마트폰을 습득했습니다. 그리고 나미의 좋아하는 음식부터 직업 좋아하는 색깔과 옷 스타일 좋아하는 야구팀 등 그의 모든 것을 알아냅니다. 그의 집 주소는 물론 아버지의 집 주소까지 알아내 버립니다. 이를 바탕으로 심지어 나미의 심리까지 조종해 버립니다. 솔로인 나미에게 자신이 남자로서 느껴지게 하게끔 말이죠. 여기까지 가는 데 준영에게 필요했던 시간은 단 3일이었습니다. 더욱 놀라운 점은 준영은 자신을 의심하는 나미의 아버지 심리를 역이용해 그를 인질로 잡기까지 합니다. 치밀하다 못해 악마적이란 체감까지 들게 합니다.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스틸. 사진=넷플릭스
 
하지만 진짜 섬뜩한 지점은 더 있습니다. 준영의 정체입니다. 그리고 이 영화에 등장하는 또 다른 인물, 형사 지만(김희원)과의 관계. 지만은 관내에서 연이어 발생하는 살인 사건을 수사하면서 7년 전 가출한 자신의 아들 흔적을 발견하기 시작합니다. 관내 발생 살인 사건 피의자가 가출한 아들이라 확신을 하기 시작합니다. 또한 아들 흔적을 따라가다 나미의 상황과 마주합니다. 그리고 관객들을 포함해 극중 나미와 지만은 영화 마지막 충격적이다 못해 경악스러운 상황과 마주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 모든 밑그림을 그려낸 준영의 악의가 무엇을 향해 있는지를.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스틸. 사진=넷플릭스
 
영화는 시종일관 ‘스마트폰’이란 특수성을 충분히 차고 넘치게 이용합니다. 화면 자체를 스마트폰 카메라 렌즈로 치환시켜 상황의 긴박함과 현실성 그리고 속도감을 전달합니다. 관객들에게 영화 관람을 경험으로 만들어 버리게 만들고 그 이후에는 스토리 라인 안쪽으로 끌어 들이는 효과까지 발생시켜 버립니다. 2018년 개봉해 글로벌 흥행에 성공한 할리우드 영화 ‘서치’와 유사한 방식입니다. 하지만 방식의 차용일 뿐 스토리 라인 메인 동력으로 이 방식을 유지하지는 않습니다.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스틸. 사진=넷플릭스
 
실질적으로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의 메인 동력은 스마트폰을 주운 남자 ‘준영’을 연기한 임시완입니다. 임시완은 이 영화에 앞서 작년 여름 ‘비상선언’을 통해 빌런 캐릭터를 연기한 바 있습니다. 당시의 모습 자체가 파격 그 이상의 존재감을 선 보였단 평가를 받은 바 있습니다. 아이돌 출신 그리고 그의 선한 이미지 자체가 악역 즉 빌런과의 거리감을 어떻게 좁힐지가 관건이었습니다. 하지만 ‘비상선언’에서 보여 준 짧지만 광적인 그의 눈빛은 섬뜩함 그 자체였습니다. 그 눈빛이 이번 영화에선 역발상으로 투영됩니다. 한 없이 맑고 투명한 임시완의 극중 눈빛에서 악의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래서 더 섬뜩하고 또 혐오스러웠습니다. 임시완이 연기한 ‘준영’은 치밀하게 계산된 스타일의 캐릭터라기보단, 본능을 지배하는 감정 그 자체로 보일 정도입니다. 영화 마지막 준영과 지만의 대치, 그 장면에서 화면을 가득 채우는 임시완의 에너지는 배우의 연기가 아닌 그 인물 자체로만 느껴지기에 현기증이 날 정도입니다.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스틸. 사진=넷플릭스
 
이번 영화로 상업 연출 데뷔를 한 김태준 감독. 원작 설정과 스타일을 따라가면서도 각색에서 속도감과 미스터리 그리고 스릴러적 요소를 더욱 끌어 올린 과감함이 눈에 띕니다. 그의 차기작이 극장 개봉을 한다면, 그의 전작이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이기에 그 어떤 고민도 없이 선택하게 될 듯합니다. 17일 넷플릭스 공개.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성남 엔터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