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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 "헨델 하루 7~8시간씩 연구…'살아 있는 연주' 추구"
6번째 정규 음반 내고 월드투어…3월과 7월 한국서도 5차례
하프시코드도 배워…"제 방식대로 재해석한 것"
"성공 얘기하는 것 조심…아직은 올라 가야하는 상황"
2023-02-07 15:49:54 2023-02-07 15:49:54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모르죠. 하프시코드(16~18세기 가장 번성했던 피아노의 전신인 건반 악기)로 연주했던 헨델과 바흐가 오늘날 살아 있다면, 우리의 현대 피아노 연주 버전을 좋아할지는. 그래도 바로크 음악 해석 폭이 넓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낭만적으로 해볼 수도 있고 혹은 글렌 굴드처럼 연주할 수도 있고. 이번 연주는 제 방식대로 해석한 것입니다."
 
한국인 최초 쇼팽 콩쿠르 우승자인 피아니스트 조성진(30)이 '헨델 프로젝트'로 돌아왔습니다. '노란 라벨'로 유명한 유니버설 산하 '도이치 그라모폰(Deutsche Grammophon, DG)' 여섯 번째 정규 앨범. '쇼팽 피아노 협주곡 2번 & 스케르초’(2021)'에 이은 2년여 만의 정규작. 고전을 주로 다루었던 전작들과 달리 바로크 시대에 집중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지난 4일 독일 베를린 유니버설뮤직 사옥에서 화상앱을 켠 그는 "(이번 헨델 프로젝트를 위해) 태어나 가장 많은 피아노 연습을 해본 것 같다"며 "코로나 팬데믹 기간 투어가 취소되고 한 달 간 집에 머무르며 하루 7~8시간 씩 연주했다"고 돌아봤습니다.
 
지난 4일 독일 베를린 유니버설뮤직 사옥에서 화상앱으로 만난 피아니스트 조성진. 사진=유니버설뮤직
 
왜 바로크 시대 중에서도 헨델이었을까. "바흐가 좀 더 지적이고 복잡하다면 헨델은 건반이 조금 더 가슴에서 나오고 멜로딕한 면이 있어요. 바로크 음악을 많이 접하지 않았던 제겐 헨델이 조금 더 접하기 쉬워서였습니다. 하지만 하면서 헨델도 만만치않구나 생각했어요."
 
앨범에는 1720년 런던에서 처음 출판된 헨델의 하프시코드 모음곡 2권 중 세 곡이 수록됐습니다. 하프시코드를 오늘날 피아노로 작품 느낌을 살리기 위해 최대한 서스테인 페달을 사용하지 않거나 강약을 조절했으며, 동시에 헨델 대위법에 각각 다채로운 색과 무게감을 담고자 노력했다고. 브람스의 '헨델 주제에 의한 변주곡과 푸가'를 함께 담았습니다.
 
"작년 1월에는 성악가 임선예 누나와 친분이 있는 실제 스위스 출신 하프시코드 연주자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했습니다. 그때 하프시코드를 많이 이해했고, 도움이 됐어요. 하프시코드는 현대 피아노와 다릅니다. 하프시코드는 현을 뜯고, 피아노는 현을 치기 때문. 건반이 있는거 외에는 다른 악기라고 생각해요."
 
도이치그라모폰 6번째 정규 음반 '헨델 프로젝트'를 낸 피아니스트 조성진. 사진=유니버설뮤직
 
2020년부터 연습과 구상을 거듭해오다, 지난해 9월 베를린 지멘스 빌라에서 5일 동안 녹음을 했습니다. 2017년 '드뷔시' 녹음 장소와 같은 공간. "지멘스 빌라는 공간은 많이 울리지 않아 헨델 표현에 더 좋았던 거 같아요. 물론 교회 같은 곳에서 연주하면 더 좋았겠다라는 분들도 계실 수도 있지만, 저한테는 '아티큘레이션'(음악에서는 연속되고 있는 선율을 보다 작은 단위로 구분하여 명료하게 연주하는 기법)이 좀 중요했기 때문에 레코딩에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유기적이고 자연스레 흐르는 듯한 인상을 주는 연주는 인위적인 녹음 방식이 아니라서. 실제 이번 녹음에서도 관객 20~30명 앞에서 연주회처럼 녹음하는 순서를 꾸몄다고. "2013년 파리에 있을 때부터, 스스로 동영상을 찍어 연주의 잘못된 부분을 짚어보는 습관이 있었어요. 몇 년 전부터 그만 뒀어요. 이렇게 하는 게 '살아 있는 연주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물론 집중력 향상에 도움은 됐지만."
 
도이치그라모폰 6번째 정규 음반 '헨델 프로젝트'를 낸 피아니스트 조성진. 사진=유니버설뮤직
 
검은 머리를 찰랑이며 세계를 놀라게 한 이 앳된 청년이 벌써 올해로 서른입니다. 2015년 쇼팽 콩쿠르 우승 뒤 8년은 쏜살 같았습니다. 도이치 그라모폰(DG)과 5년 전속 계약, 뉴욕 카네기홀 데뷔, 베를린 필하모닉 협연…. “1년 전부터 한국 사람들의 연주 비결을 묻는 외국 현지 매체들이 늘어났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유럽 음악가보다 뛰어난 한국 음악가가 많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콩쿠르를 그렇게 좋아하진 않지만 가장 쉬운 등용문이 될 수 있는 것 같아요.”
 
이번 음반 프로젝트가 헨델의 대중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클래식 음악계에서 하고 싶은 역할은 없어요. 피아니스트는 그냥 좋아서 하는 것입니다. 이기적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2018년 막연하게 30대가 되면 브람스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했는데, 돌이켜보니 섣불리 말한 것 같아요. 40대가 오기 전에 바흐 평균율이나, 베토벤 소나타 전곡을 쳐보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앞으로는 미래 계획 발언은 자제 하려합니다.”
 

도이치그라모폰 6번째 정규 음반 '헨델 프로젝트'를 낸 피아니스트 조성진. 사진=유니버설뮤직
 
클래식 공연계가 팬데믹 전으로 회복되며, 그도 바쁘게 세계를 오가는 중입니다. 1월에만 미국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워싱턴 내셔널 심포니와 협업했고, 시애틀과 LA, 프랑크푸르트에서 리사이틀을 진행했습니다. 이번 앨범을 들고 하노버와 함부르크, 런던, 비엔나 등으로 투어를 갈 예정입니다. 3월과 7월 서울에서 2차례, 서울 외 도시에서 3차례 리사이틀도 계획돼 있습니다.
 
“김광석을 좋아해서, 서른에 대한 무게가 클 것 같았는데 몇달 전이랑 비슷한 것 같아요. 하루가 30시간이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시차적응도 빨리 될 것 같고, 한국을 간다면 하루를 더 벌 것 같아요. 지금도 한 도시에 1000~2000명 정도의 관객과 마주할 수 있다면 감사할 것 같다는 마음입니다. (BTS를 언급하며 ‘성공과 안정적 추락’을 물은 질문에) 저는 BTS 급이 아니라 이런 대답을 하는 것도 거만할 것 같은데요. 분명한 것은 추락이 아니라 올라가야 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어떻게 올라가는 게 좋을까, 이 고민을 해야 될 것 같아요.”
 
조성진 도이치그라모폰 6번째 정규 음반 '헨델 프로젝트'. 사진=유니버설뮤직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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