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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인터뷰-하)한·중 관계도 공생→경쟁 변화…신통상질서 위기·기회 공존
성장엔진 '경고등'…"수출은 해외수요 함수, 올해도 밝지 않아"
'중국 경제 둔화' 수출 걸림돌…양국 관계도 공생→경쟁 변화
"신통상질서 위기·기회 공존…수출 시장 다변화 등 긴 호흡의 전략 수립할 때"
2023-01-25 06:00:05 2023-01-25 06:00:05
[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올해는 세계 경기 침체 속에 0%대 증가율을 보일 거란 암울한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입니다.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은 우리 경제의 성장엔진이 꺼지지 않도록 정책적 대비를 해야할 때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과의 공생관계를 벗어나 수출 시장을 다변화하고 새로운 통상 질서에도 기민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은 올해 세계 경기침체가 예상되는 만큼 우리나라의 수출 전망이 밝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은 사진은 김흥종 KIEP 원장.(사진=대외경제정책연구원)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은 24일 <뉴스토마토>와 진행한 비대면 인터뷰를 통해 "2023년 세계 경제의 경기가 좋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라며 "수출은 결국 해외 수요의 함수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수출 전망도 현재로서 밝다고 이야기하기는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올해는 단기 및 경기적 요인의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면서도 장기 및 구조적 변화에 대한 대비를 세워나가야 하는 매우 어려운 시기"라고 했습니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무역수지 적자는 472억달러(약 60조원)로 연간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우리나라 무역수지가 적자를 기록한 건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입니다. 올해 들어 이달 10일까지 무역수지도 63억달러(약 8조원) 적자로 불안한 출발을 알렸습니다.
 
특히 김 원장은 우리 기업들의 수출 걸림돌 중 하나로 중국의 경제 성장 둔화를 지목했습니다. 중국은 우리나라의 최대 교역국으로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40여년 만에 최저치인 3%를 기록했기 때문입니다.
 
김 원장은 "중국이 최근 코로나19 감염자 급증으로 인해 1분기를 포함해 상반기 중으로 일시적인 경기 하강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우리로서는 가장 큰 우려 사항"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함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가능성도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소라 단기 및 경기적 요인이 올해에도 상당한 영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에 대한 정책적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기업의 유동성 위기 등에 대비한 다양한 정책 수단이 충분히 확보되고 이것이 시장에 충분히 전달돼 신뢰를 줄 수 있어야 한다"며 "필요시에는 과감한 정책 집행으로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습니다.
 
수출 시장을 다변화하기 위한 숙제는 풀어야 할 과제로 지목됩니다. 그는 "우리나라의 전체 경상수지에서 상품 수출입과 관련된 상품수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낮아지지만, 지재권 사용료 수입 등 서비스수지는 점점 개선되고 해외투자로부터 얻는 자본소득을 중심으로 한 본원소득수지도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이는 우리나라 기업이 해외로부터 부가가치를 거둬들이는 방식이 상품 수출 외의 여러 가지 방식으로 다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부연했습니다.
 
또 중국과의 경제 관계가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는 "2000년대 이후 한국과 중국은 상당히 효율적인 생산 협력 관계를 구축하면서 공생할 수 있었지만, 중국 경제가 점차 고도화하면서 한국으로부터 수입하던 것들의 상당 부분을 스스로 생산할 수 있게 됐다"며 "많은 산업 분야에서 한국과 협력보다는 경쟁 관계에 놓이게 돼 양국의 경제 관계는 재조정의 시기를 맞이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는 "2018년 이후 격화되기 시작한 미·중 전략경쟁은 이러한 움직임에 불을 붙였다"며 "최근 5년간 우리나라의 무역과 해외투자에서 중국의 비중이 정체 혹은 감소하고 미국과 아세안의 비중이 점점 더 커지고 있는 것은 이와 같은 맥락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국제 통상질서 변화에 발 빠른 대응도 요구되고 있습니다. 그는 "디지털, 환경 관련 통상 규범에 대한 논의가 점점 구체화하고 이를 매개로 한 다양한 형태의 복수국 간 협의체가 만들어지는 것도 장기적으로, 또 구조적으로 우리나라의 무역에 중대한 영향을 줄 만한 사안"이라며 지목했습니다. 
 
이어 "이전에 없었던 규칙이 새롭게 만들어진다는 측면에서 위기와 기회의 가능성이 공존하지만, 이미 만들어진 규칙을 따라갈 수밖에 없던 예전과 달리 이제는 우리나라도 주요 통상 국가로서 새로운 규범 형성에 어느 정도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위치가 됐다는 점이 의미 있게 다가온다"고 전했습니다.
 
끝으로 "단기간의 수출 성과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조금 더 긴 호흡 속에서 국익을 위한 통상 및 산업 정책을 수립하고 실천해나가는 혜안이 필요한 때"라고 조언했습니다.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은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가 우리 수출의 최대 걸림돌이 될 거라며 새로운 국제 통상질서 속에서 수출 시장의 다변화를 준비할 때라고 조언했습니다. 사진은 김흥종 KIEP 원장이 강연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세종=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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