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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경찰 간부들 구속 기로…'과실치사 소명' 인정될까
'과실-참사' 사이 인과관계 입증 관건
법조계 "검찰 기소해도 '유죄' 인정 쉽지 않아"
"민사상 책임 인정범위 넓어…국가배상 가능성"
2022-12-05 06:00:00 2022-12-05 08:16:12
[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이태원 참사 사건' 관련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등 경찰 간부 4명이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구속 기로에 섰다.
 
서울서부지검은 지난 1일 특별수사본부(특수본)의 신청을 받아 이 전 서장과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 김진호 전 용산서 정보과장, 송병주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
 
서울서부지법은 5일 오전 10시30분 이들 경찰 간부 4명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할 예정이다.
 
만일 이들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더라도 검찰은 기소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법조계는 이 전 서장과 송 전 실장의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입증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수본이 이 전 서장 입건 당시 적용한 직무유기 혐의 역시 마찬가지다.
 
부장검사 출신 임무영 변호사는 “업무상 과실치사가 인정되려면 (이 전 서장의 늑장 대응, 송 전 실장의 사고현장 파악 소홀 등) 과실을 저지르지 않았다면 사망자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이 입증돼야 하는데 이 사건에서 이를 입증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 변호사는 “직무유기 혐의도 (이 전 서장이) 고의로 직무를 저버렸다고 보기 어렵다”며 “검찰에서 기소는 할 수 있겠으나 유죄 판결이 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직무유기 혐의는 직무를 대놓고 무시하거나 일부러 유기한 ‘고의성’이 입증돼야 하기 때문이다. 특수본이 구속영장에서 직무유기 혐의를 제외한 이유로 해석된다. 
 
부장판사 출신 조용현 변호사는 “(이태원 핼로윈 축제) 주최자가 아닌 이들에게 구체적인 보호의무나 주의의무가 있다고 인정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112 신고를 받고도 (이태원 참사라는) 결과가 발생했으나, 이 과정에서 이들이 구체적 주의의무 등을 위반한 것인지 여부와, 결과에 대한 직접적 인과관계가 있느냐도 따져봐야 해서 섣불리 판단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국가 배상 책임은 형사 책임보다 더 넓게 인정될 수 있다”며 “112 신고가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제대로 조치를 못했다는 부분은 국가 책임 차원에서 인정될 여지가 있다”고 봤다.
 
이 전 서장 등에 대한 형사처벌은 어려울 수 있으나 국가 보호 의무를 넓게 해석하는 만큼 피해자와 유가족들이 민사소송을 통해 국가배상을 요구했을 때 승소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이다.
 
지난 2018년 법원은 세월호 사고 사망자 유가족들이 국가와 해운사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유가족 측 손을 들어줬다. 이후 2020년에도 법원은 국가와 해운사가 세월호 사고 생존자들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2008년에는 대구지하철 참사 부상자들이 대구시와 대구시지하철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특별위로금 청구 소송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
 
배상 책임 이전에 형사 책임을 통한 진상규명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위원은 “(이태원 참사 발생 당시) 잘못된 보고 체계와 그 과정에서의 문제점 등에 대해서는 짚고 넘어가야할 부분이 분명히 있다”며 “직무유기 혐의 (적용이) 불가하고, 과실의 예견가능성이 없다는 점은 그 다음 문제다. 추후 법원에서 유무죄를 판단하기 이전에 기소를 함으로써 사건의 진상을 명명백백하게 밝혀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승 연구위원은 “군·경찰에서 보고 체계를 지키는 일은 너무나 중요한 문제”라며 “먼저 (이 전 서장 등이 이태원 참사 당시 보고를 받고) 무엇을 했느냐를 추궁해야 한다. 당시 (이 전 서장과 송 전 실장이) 신고 접수를 통해 상황을 보고받았다면 참사 당시 기동대 경비 기동대를 동원했는지 또는 서울경찰청에 기동대 요청을 했는지, 요청은 서면 또는 구두로 올렸는지 등을 적어도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용산경찰서에서 당시 이태원역에) ‘무정차 요청’을 했을 정도면 인파를 더 운집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인파관리의 마지막 결단이었을 텐데 이 전 서장에게 왜 이런 사안이 보고되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당시 경찰과 용산구청이 어떻게 했는지, 인파가 어떻게 운집되고 어떻게 움직였는지 등에 대한 종합적 판단을 통해 참사의 원인이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편 검찰은 ‘검수완박’(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으로 인해 ‘이태원 참사’와 같은 대형참사를 직접 수사할 수 없다. 일각에선 지난 9월 법무부의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개정안으로 인해 검찰이 경찰의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에 대해선 직접 수사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으나 사실상 검찰이 특수본 수사에 개입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형사소송법상 동일한 사건에 대해 경찰이 검찰보다 먼저 영장을 신청했다면 해당 영장에 기재된 범죄사실은 경찰이 수사할 수 있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 당시 현장 총괄책임자인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이 지난달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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