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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밥상에 올리는 '제주 해녀이야기'를 아시나요
제주 '해녀의 부엌'…해녀·지역 해산물 합친 '극장식당'
제주 해산물 연간 14톤 소비…어촌계 소득증대 등에 기여
"해녀 콘텐츠 세계적으로 확장하는 게 목표"
해녀 고령화는 '과제', 현직 해녀 해마다 감소세
2022-11-20 11:00:00 2022-11-20 11:00:00
[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제주 해녀들이 생산하는 해산물이 시장에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워 식당 문을 열었습니다. 이제 곧 공연이 시작됩니다."
 
식당 문을 열었다면서 공연은 웬 말인가. 출출함에 이기지 못해 이른 점심 때쯤 찾은 '해녀의 부엌'에는 허기를 달랠 음식의 기대보다 '삶의 양식'을 깨닫는 곳이다.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에서의 점심 시간은 공연시간으로 불린다. 한 스텝이 밖에서 대기 중이던 손님들에게 식당 입장을 안내했다. '해녀의 부엌'은 연극을 보며 식사를 즐길 수 있는 일종의 '극장식당'으로 제주 해녀 문화와 지역 특산물을 동시 홍보하기 위해 기획됐다.
 
해녀의 부엌은 지난 2019년 1월 종달리 본점을 연 이후 지난해 11월 조천읍에 북촌점을 잇따라 열었다. 연간 매출은 10억원, 누적 관객 수는 약 4만5000명에 달한다.
 
100여평 크기의 식당에 들어서자 정면에는 성인 허리 높이의 무대가 설치돼 있었다. 식당 중앙 주변으로는 테이블이 놓여 있다. 해당 공연장은 30년 전 종달리 어촌계에서 활선어 위판장으로 사용했던 공간을 개조해 만들었다.
 
이날 '부엌 이야기'라는 주제로 공연 시간 45분을 포함해 약 100여분간 진행됐다. 연극은 제주 해녀의 일생을 담은 내용으로 공연 중간 제주 뿔소라, 톳 등 제주 해녀들이 직접 채취한 해산물로 만든 음식들이 제공됐다.
 
식사 이후에는 종달리 최고령 해녀인 권영희(91세) 할머니가 손님들과 직접 만나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바다에서 얻은 해산물로 가족들을 먹여 살린 권 할머니는 "불과 2년 전까지 바다에 나가 물질을 했다. 자신에게 바다는 '부엌'"이라는 말로 여운을 남겼다.
 
지난 17일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에 위치한 '해녀의 부엌'에서 공연을 마친 해녀의 부엌 배우들과 해녀들이 관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해녀의 부엌' 대표를 맡고있는 김하원 씨는 제주 해녀들이 생산하는 해산물이 시장에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워 식당 문을 열게 됐다고 말한다. 제주의 자연산 뿔소라와 톳 등이 해외에 수출되는 과정에서 일본산보다 낮은 가격에 팔려나갔기 때문이다. 제주 해녀 집안 출신이기도 한 김 대표에게 제주 해녀가 처한 현실은 곧 자기 가족의 문제이기도 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김 대표는 '뿔소라를 세계인의 식탁으로'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제주 해녀들을 찾아 다녔다. 이 과정에서 제주 해녀들의 속 깊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자기 자신도 제주 해녀의 삶을 이해할 수 있었다.
 
당시를 회상하던 김 대표는 "해녀분들 역시 해산물이 제값을 받고 있지 못한다는 점 그리고 내수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계셨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저는 우리 해녀분들이 바다와 함께하면서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신 영웅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 공연을 보러 오시는 관객분들도 그런 부분에 공감해 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재 해녀의 부엌에서 사용하는 식재료의 90% 이상은 종달리 어촌계에서 생산하는 해산물로 채워지고 있다. 지난해 기준 해산물 매입량만 14톤으로 매입가도 시세보다 20%가량 높게 측정해 어촌계 수익 증대에 기여하고 있다.
 
김 대표는 앞으로 해녀와 국내 해산물을 알릴 수 있는 창작콘텐츠를 계속 만들어 나간다는 계획이다.
 
그는 "제주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더 나아가 세계적으로도 해녀 콘텐츠를 확장해 나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지난 17일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에 위치한 '해녀의 부엌'에서 권영희 해녀(사진 오른쪽부터)와 전유림 콘텐츠 운영 매니저가 관객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특히 정부의 정책적 지원 노력도 이뤄질 예정이다. 해녀의 부엌이 위치한 인근 종달항의 경우 지난해 해양수산부 어촌뉴딜 사업지로 선정된 곳이다. 이 중 해녀의 부엌 리모델링 사업도 포함돼 있다.
 
이승호 제주 어촌특화 지원센터장은 "지난 2019년 해녀의 부엌이 시작할 때부터 홍보 분야 등에서 함께 협업해왔다"며 "코로나19로 관광산업이 위축된 시기인 만큼 어촌계 판매방식을 다변화해 안정적인 소득 창출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어촌특화지원센터는 해녀의 부엌 외에도 제주 내 해녀 직영식당 3곳에 대해 경영컨설팅, 포장재 및 레시피 개발, 상표 개발 등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제주 해녀의 급속한 고령화는 풀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해수부에 따르면 지난 2016년 2290명이었던 제주 내 현직 해녀는 2017년 2292명, 2018년 2269명, 2019년 2241명, 2020년 2141명으로 해마다 줄고 있다.
 
김태민 종달리 어촌계장은 "현재 활동하는 해녀 대부분이 70대로 새로운 해녀가 와서 일해도 1~2년을 버티질 못한다"며 안타까워했다. 해산물만 단순 채집하는 1차 산업으로는 소득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김 계장은 "해녀의 부엌처럼 외부 인력들과 협업을 하거나 기업과 함께 2차, 3차 산업 영역으로 넓히는 노력이 많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토마토>는 지난 17일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에 위치한 '해녀의 부엌'을 방문하는 등 제주 어촌특화지원 현장을 취재했다. 사진은 제주 해녀 모습. (사진=뉴시스)
 
제주=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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