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월세 매물 3만건 붕괴…임차인은 '한숨만'
보증금 5천만~1억 급등 …주거 안정성 흔들
2026-04-07 14:53:20 2026-04-07 15:01:14
[뉴스토마토 홍연·이수정 기자] 서울 아파트 전·월세 시장이 빠르게 얼어붙고 있습니다. 매물 자체가 급감하면서 임차인들은 선택권을 잃었고, 기존 세입자들은 이사 대신 재계약을 택하는 ‘버티기’ 흐름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현장에서는 “이제는 집을 고르는 게 아니라 나오는 대로 잡아야 한다”라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7일 기준 서울 아파트 임대차 매물은 총 2만9857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전세 1만5243건, 월세 1만4614건으로 관련 데이터를 집계하기 시작한 2023년 4월 이후 처음으로 3만건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2023년 4월7일(6만8865건)과 비교하면 절반 이상 감소한 수치로, 시장의 급격한 위축을 보여줍니다.
 
(인포그래픽=뉴스토마토)
 
수급 불균형은 주요 지표에서도 확인됩니다. KB부동산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올해 3월 172.4를 기록하며 수요가 공급을 크게 웃도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셋값 역시 14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며 임차인의 부담을 키우고 있습니다.
 
강북구 미아동 SK북한산시티 인근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지금은 전세가 없어서 사실 가격이 부르는 게 값이라고 할 수 있다”며 “2년 전 3억대 후반이던 20평대 전세가가 최근 5억원에 거래됐고, 현재도 크게 떨어지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변화는 ‘재계약 쏠림’입니다. 이 관계자는 “이 단지에서는 계약 연장 비율이 거의 98% 수준”이라며 “기존 계약에서 5%만 올려 재계약하면 되기 때문에 굳이 높은 가격을 감수하고 이사하려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전셋집 없나요?"…콧대 높은 전세매물에 세입자 '눈물'
 
이 같은 흐름은 서울 전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길음뉴타운 일대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2단지는 매물이 아예 없고 4단지는 전세가 하나 정도인데 갭투자 금지 이후 전세를 끼고 매매하는 구조가 막히면서 시장에 물건이 나오지 않는다”며 “살던 사람들은 대부분 재계약을 선택해 전세 매물이 거의 사라진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노원구 월계동에서는 전세 매물 ‘0건’이라는 극단적인 사례도 등장했습니다. 현지 중개업소는 “광운대역 주변은 사실상 전세가 전멸 상태”라며 “남아 있는 물건도 월계로즈빌 주상복합 전용 99㎡로 가격이 다소 높아 실질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매물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7일 서울 노원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매물 광고가 게시돼 있다. (사진=뉴시스)
 
가격 상승폭 역시 가파릅니다. 장위동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월계동 꿈의숲SK뷰나 장위동 래미안장위퍼스트하이처럼 대형 브랜드 아파트도 전용 84㎡ 기준 전세가가 올해 초 4억7000만원 수준이었는데 현재는 7억원까지 올라갔다”며 “물건이 없다 보니 집주인이 더 비싸게 받기 위해 실거주를 선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강서구 가양동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30평대 전세 한 건에 여러 명이 동시에 붙는 상황”이라며 “날짜만 맞으면 바로 계약이 체결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전세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 세입자들이 아예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처럼 매물 부족이 심화되하면서 시장에서는 이례적인 장면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계약 만료 훨씬 이전부터 미리 재계약을 확정하거나, 집주인이 먼저 보증금 인상을 요구하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일부 세입자는 전세를 유지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보증금을 올려주기도 하는데요.
 
이러한 흐름의 배경에는 정책 변화가 주요하게 작용했습니다. 전세를 낀 매매가 어려워지고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집주인들이 실거주를 선택하거나 매물을 거둬들이는 경우가 늘었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매수 대기 수요가 임대차 시장에 머물면서 수요는 유지된 반면 공급만 줄어드는 구조가 형성됐습니다.
 
등 떠밀려 월세, 그마저 '품귀'…월셋값도 '고공행진'
 
전세난은 월세시장으로도 빠르게 번지고 있습니다. 전세를 구하지 못한 수요가 월세로 이동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습니다.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는 2월 기준 151만원으로 1년 새 11.9% 상승했습니다. 전세와 월세 모두 부담이 커지는 이중 압박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여기에 전세대출 규제와 금리 부담까지 겹치면서 임차인의 선택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습니다. 전세를 유지하기 어려운 가구는 월세로 이동하거나 주거 수준을 낮추는 선택을 하고 있으며, 일부는 수도권 외곽으로 이동하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대출 규제로 매수로 전환되지 못한 수요가 전세시장에 몰리면서 수요가 과도하게 증가한 상황”이라며 “입주 물량 감소와 전세의 월세화까지 겹치며 공급은 줄고 수요만 늘어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비아파트 공급까지 막혀 가격 상승 압력은 더 커질 수밖에 없어 일정 규모 이하 주택에 대해서는 다주택자 규제를 완화해 빌라 등 공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이수정 기자 lsj5986@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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