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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한 새 책)'랑과 나의 사막’·’읽는 생활’ 외
2022-11-07 19:13:18 2022-11-07 19:13:18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사막에 파묻혀 있던 로봇 고고는 소년 에 의해 발견되고, 서로 동거하게 된다. 그러나 고고를 인간처럼 대해주던 랑은 죽음을 맞고, 고고는 삶과 죽음의 고뇌 속에서 자신의 존재론적 고민에 점차 빠져든다. 고민한다. ‘어떻게 하면 계속 살아갈 수 있을까.’ ­­상실의 마음을 다스려 가는 고고의 이야기가 사랑하는 이를 잃은 이들을 위로한다. 한국 문학 중 첨예한 작가들을 선정해 신작 시와 소설을 수록하는 월간 현대문학에 수록된 소설이다.
 
 
랑과 나의 사막
천선란 지음|현대문학 펴냄
 
읽기를 생활화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바쁜 현대인들에게는 더욱 더. 저자는 카레를 끓이면서 국자로 휘휘 젓는 틈틈이 속독을 하기도 하고, 자기 전 계란을 삶으며 부엌에 서서 소리 내어 책을 읽는다. 문구 디자이너로 일을 시작해 이제는 책 속의 글과 그림을 짓는 프리랜서로 살아가는 저자는 글을 쓰기 시작하며 읽는 생활에 돌입했다고 한다. 책을 읽는 행위를 그는 나를 느리고 낯설게 읽어가는 것이며 스스로의 고민거리들을 찾아가는 과정이 될 수 있다고 정의한다.
 
읽는 생활
임진아 지음|위즈덤하우스 펴냄
 
교과서가 채우지 못한 3분의 2 역사, 즉 세계에서 소외돼 있던 역사를 정리했다. ‘가진 자, 지배자, 식민 강국의 시선에서 벗어나 세계 곳곳에서 자신들의 역사를 절절히 만들어갔던 소우주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기마 유목 민족의 터전 중앙아시아는 로마제국과 중국을 괴롭히기만 하다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이 아니다. 과거 찬란한 문명만 주목 받아 저평가된 인도의 근현대성, 늘 잠재적 에너지를 갖고 있던 아프리카의 역동성 등을 재정리하며, 세계사 퍼즐을 새로 짠다.
 
더 넓은 세계사
이희수 외 지음|삼인 펴냄
 
저자는 시인이자 백지영, 성시경, 태연 같은 가수들의 사랑 노래를 작사한 작사가이기도 하다. 1992년 첫 시집 이후 20년 만에 새로 낸 본작에서 시인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 봤다고 말한다. 현실 세계에서 자주 쓸 법한 단어들로 엮은 비유들이 노랫말처럼 쉽게 와 닿는다. ‘나는 머물기 좋은 장소입니까’(‘너에게 나를 묻는다’), ‘차 사고랑 이별이 비슷할 거란 생각은 못 해 봤어. 있는 힘껏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우린 누구 잘못 인지도 알 수 없는’(‘이별’).
 
너에게 전화가 왔다
원태연 지음|은행나무 펴냄
 
MBC 아나운서를 그만둔 후 서점 주인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하며 책과 문장에 관한 이야기를 엮었다. ‘일이 풀리지 않을 때 곁에서 말을 걸어줘 버틸 수 있었던 책’ 21권에 관한 이야기다. 엄격한 도덕주의에서 벗어난다는 것(‘브람스를 좋아하세요’)을 이야기하고, 세상의 평가와 잣대에도 나의 삶을 한 걸음씩 걸어간다는 것(‘기적일지도 몰라’)을 나눈다. 긴 호흡의 책 편지들을 써 내려가며 , 독자, 스스로를 살펴보는 데 시간을 쏟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무뎌진 감정이 말을 걸어올 때
김소영 지음|책발전소, 테라코타 펴냄
 
저자가 활동했던 17세기 스페인은 겉으로 화려함이 넘쳤지만 안으로는 속임수와 배신이 가득했던 시기다. ‘사람을 얻는 지혜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했던 만큼, 철학자들도 저마다의 방법들을 제안했다. 그라시안은 사람에 관한 한 탈무드 같은 지혜로 세계적인 철학자들의 찬사를 받았다. ‘호의를 얻으려면 먼저 호의를 베풀어야 한다거나 변덕을 부리는 사람 중 지혜자는 드물다는 팁은 오늘날에도 흘려 들을 수 없는 말이다. 당대 쇼펜하우어, 니체가 주목한 인간 관계론이다.
 
 
사람을 얻는 지혜
발타자르 그라시안 지음|김유경 옮김|현대지성 펴냄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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