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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계의 화려한 부활…친노·친문은 소멸
이재명·정청래, 당 주류로 거듭…상임고문으로 정동영 위촉
안희정·김경수·이광재, 정치적 영향력 상실…"덧없음을 보여준다"
2022-09-14 17:28:27 2022-09-15 12:18:41
정청래(왼쪽) 민주당 최고위원이 1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 대표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민주당에서 존재가치가 미미했던 정동영계가 지난 8·28 전당대회를 계기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반면 정동영계와 오랜 앙금이 있는 친노·친문은 소멸하며 대조를 이뤘다. 
 
이 대표의 정치 입문은 정동영계로 시작됐다. 지난 2007년 정동영 전 의원의 지원 조직인 국민통합추진운동본부 전국공동본부장으로 활동했다. 그해 열린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경선에서 정 전 의원의 경쟁자인 손학규 당시 후보 측이 이른바 '차떼기' 의혹을 제기하자, 정 전 의원 측 대표로 언론 앞에 서서 "차량 동원 계획은 전혀 없었다"고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기도 했다.
 
이후 정 전 의원이 대통합민주신당 17대 대선후보가 되자 대선기획단 비서실 내 수석부실장에 임명됐고, 정동영 팬카페 '정통'(정동영과통하는사람들) 회장을 맡으며 대선 승리를 위해 뛰었다. 그해 1월 출범한 정통은 전국 각지에 1만명이 넘는 회원을 자랑한 정 전 의원의 든든한 기반이었다. 하지만 정 전 의원은 대선에서 득표율 26.15%에 그치며 역대 최대 표차로 이명박 전 대통령(48.67%)에게 무릎을 꿇었다.
 
정동영(오른쪽에서 두 번째) 당시 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이 지난 2010년 5월30일 오후 6·2 지방선거 수도권 격전지 중 한곳인 이재명(오른쪽) 당시 성남시장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성남시 수정구의 중앙시장에서 지원 유세를 가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청래 최고위원도 대표적인 정동영계로 꼽히던 인물이다. 역시 정동영계로 분류되는 4선의 노웅래 의원은 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장 유임이 유력하다. 노 의원은 정 전 의원이 처음 열린우리당 당권을 잡았던 2004년 영입됐다. 두 사람은 MBC 기자 출신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진다. 
 
민주당은 지난 대선에서도 대사면을 명분으로 구 민주계 호남 인사들의 복당을 추진했다. 정 전 의원도 이 흐름을 타고 7년 만에 복당하며 호남계 인사들의 복당 러시 마침표를 찍었다. 하지만 정 전 의원 복당을 둘러싸고는 당내 잡음이 일었다. 참여정부 당시 통일부 장관을 지내는 등 황태자로 불렸음에도 노 전 대통령 임기말 지지율이 급락하자 자신이 주도해 만든 열린우리당을 깨는 등 친노와는 원수 지간으로 전락한 것에 대한 후유증이었다. 정 전 의원은 노 전 대통령 서거 당시 경남 김해 봉하마을 분향소를 찾았지만, 노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저지로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정동영(가운데) 당시 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과 정청래(왼쪽) 당시 마포지역위원장이 지난 2010년 5월20일 서울시 마포구 망원2동 망원시장 앞에서 6·2 지방선거 합동유세를 벌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명 대표는 정 전 의원의 복당설이 돌던 당시 사실 유무에 대해 "아마 그러실 것으로 예상이 되고 제가 또 복당하시도록 요청도 드리고 전화도 다 드렸다"고 말해 강행 의사를 굽히지 않았다. 당시 선대위 측근들조차 반대했지만 이 대표의 의지를 꺾지 못했다. 이 대표는 1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정 전 의원을 상임고문으로 위촉하며 끝까지 예우했다.
 
반면 정 전 의원과 대척점에 섰던 친노·친문은 주류에서 완전히 밀려났다. 무엇보다 유력 주자들이 스스로 무너지며 세력 분화에 영향을 줬다. 친노 핵심으로 차기 대권 0순위로 주목받았던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는 수행비서를 성폭행한 혐의 등으로 징역 3년6개월을 선고받은 뒤 지난달 4일 만기 출소했다. 안 전 지사는 공직선거법에 따라 향후 10년 간 피선거권이 박탈 당했다. 성비위 문제로 실형을 산 만큼 정계 복귀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친노이자 친문 핵심인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는 지난해 7월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혐의로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을 확정 받으며 복역 중이다. 그 역시 안 전 지사와 마찬가지로 향후 10년 간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친노 이광재 국회 사무총장은 6·1 지방선거 강원도지사 선거에서 김진태 후보에게 패하며 정치적 위기에 놓였다. 지난 2004년과 2010년만 해도 고향 강원도는 그에게 30대 국회의원 타이틀과 강원도지사 자리를 연거푸 안긴 기회의 땅이었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민심도 세력도 그를 떠났다.  
 
김두수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와 정 최고위원이 과거 정동영계이기는 했지만, 과거의 일일뿐"이라며 "정 전 의장의 영향력도 이제 없다고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과거 인연이 있었지만, 말 그대로 과거의 덧없음을 보여주는 게 아니겠느냐"며 "정 전 의장의 상임고문 위촉도 결국 친명계가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내부 반발을 일정 부분 잠재우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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