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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태의 경제편편)이스타항공 고사시킬 셈인가
2022-09-14 06:00:00 2022-09-14 06:00:00
지난 3월22일 이스타항공은 1년1개월 만에 기업회생절차에서 빠져나왔다. 제주항공과의 인수합병 계획이 코로나19 태풍 속에 무산되는 등 우여곡절 끝에 부활의 밧줄을 잡은 것이다. 새로운 인수자로 선정된 ㈜성정은 인수자금 700억원과 운영자금 387억원 등 적지 않은 자금을 투입했다.
 
이스타항공은 새로운 희망을 찾아 움직였다. 경영난으로 2020년 3월부터 2년 넘게 국제선과 국내선 운항을 하지 못하던 상태였다. 이스타항공은 면허 변경 신청을 국토부에 제출하고, 국제 항공운송사업 운항증명(AOC) 인가를 신청했다. 이에 따라 머지않아 다시 푸른 하늘을 날아오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었다.
 
그러나 갑자기 날벼락이 떨어졌다. 창공을 날던 파에톤이 제우스 신이 보낸 벼락을 맞았듯이, 날아오르려던 이스타항공에는 국토교통부로부터 벼락이 날아왔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7월 이스타항공을 허위 회계자료 제출 의혹으로 경찰에 수사 의뢰하면서 AOC 발급 절차를 중단시켜 버린 것이다. 최종적인 사법적 판단이 나올 때까지는 발급하지 않겠다는 자세인 듯하다.
 
이스타항공 측은 몹시 당황했을 것이다. 이스타항공의 부실 경영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사법적인 처리는 지난 3월 기업회생절차 종결로 끝났다. 그런데 그 이전에 벌어진 사실을 끄집어내서 국토부가 앞길을 막고 나섰으니 경악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이스타항공 직원의 생존 터전도 갑자시 흔들리게 됐다.
 
이스타항공을 인수하기 위해 1000억원 이상 투입한 성정의 입장에서도 황당할 것이다. 지금쯤 정신이 얼얼할 것 같다. 그야말로 현대차가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당한 것처럼 뒤통수 맞은 기분일 것 같다. 공연히 항공사 하나를 살려보겠다고 거액을 쏟아부어 날렸다고 후회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 사건은 현재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가 수사를 맡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수사가 앞으로 얼마나 걸릴지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이런 사건에 대한 경찰의 실력을 우선 신뢰하기 어렵다. 게다가 경찰 수사 이후 검찰의 기소와 재판까지 모두 끝나는 데는 훨씬 더 오랜 시일이 필요하다. 재판도 1심에서 그치지 않고 2심, 3심까지 가게 된다면 그야말로 부지하세월이다.
 
국토부 입장은 완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AOC 발급 중단은 국토부 '항공운송 사업 운항증명 업무 지침'에 따른 조치라는 것이다. 그 지침의 필요성을 인정한다고 해도 막 부활의 몸짓을 하려는 항공사에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아닌지 복기해 볼 필요가 있다고 여겨진다. 법원의 회생절차종결절차 결정 등 여러 변수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문제를 원만하게 푸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이스타항공에 소명 기회를 다시 부여해 보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일 것이다.
 
새로 취임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나름대로 원칙에 입각해서 일을 처리하려는 의지는 이해하겠다. 그렇지만 이번 조치가 진정으로 원칙에 부합하는지 다시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특히 직원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것은 아닌지 숙고해봐야 한다.
 
회계상의 잘못이 진정으로 커서 지나칠 수 없다고 판단된다면, 그 책임은 경영진에게 물으면 된다. 그렇지만 일반 직원들에게는 피해가 이르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 어느 사업장도 회계상의 잘못이 드러났다고 해서 당장 공장을 세우는 법은 없다. 항공이라는 업종의 특수성은 물론 있다. 그렇지만 직원들의 생존권은 업종 불문하고 변함없이 소중한 이치이다.
 
이번 조치를 경찰 수사에 맡기면서 수사와 재판이 끝날 때까지 붙잡아두는 것은 최악의 해법이다. 이스타항공과 무고한 직원들을 고사시키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느니 차라리 이스타항공을 파산시키는 것이 나을 듯하다. 그래야 성정도 지금까지 투입된 자금을 매몰 비용으로 생각하고 깨끗이 물러서고, 직원들도 미련을 버리고 새로운 살길을 찾아 나서지 않겠는가.
 
이번 추석 연휴 기간 모든 항공사가 모처럼 즐거웠다고 한다. 코로나로 줄어들었던 여객이 상당히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모처럼 판촉 행사도 진행했다고 한다.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반면 이스타항공의 새로운 경영진과 노동자들은 쓸쓸한 연휴를 보냈을 것이다. 마음이 아린다. 추석 연휴도 지났으니 국토부가 좀 더 깊이 생각해서 현명한 결정을 내렸으면 좋겠다.
 
차기태 언론인(folium@nate.com)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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