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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적신호①)초록빛으로 뒤덮인 낙동강…발암 독성 물질도 '둥둥'
독성 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 'BMAA' 검출
인근 수돗물과 농업용수로 활용…2차 피해 우려
환경단체 "4대강 사업 이후 유속 늦추는 '보'가 녹조 원인"
녹조 문제 해결 위해 보의 수문 상시 개방 필요
2022-09-05 04:00:00 2022-09-05 04:00:00
[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최근 낙동강 일대가 녹색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심각한 녹조로 수질오염이 심화하며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강의 상하류 구분 없이 발암 물질과 독성 물질이 다량 검출되면서 일대 주민들의 근심은 더욱 커지는 추세다. 낙동강 물이 인근 수돗물과 농업용수로 쓰인다는 점에서 일대 생태계 파괴를 넘어 2차 피해가 불가피해서다.
 
환경단체는 4대강 사업 이후 강의 유속을 늦추는 '보'가 녹조 발생의 원인인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이에 보의 수문을 상시로 열어야만 녹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강원 태백에서 발원해 부산 사하로 빠져나가는 낙동강은 길이 506.17㎞로 남한에서 가장 긴 강이다. 낙동강은 길이도 길지만 발원지를 제외한 대부분 구간이 경상도를 통과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영남의 젖줄' 역할을 하는 매우 중요한 강이다.
 
낙동강 녹조 사태의 가장 큰 문제는 독성 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Microcystin)'이 검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짙은 녹조로 남조류에 의해 생성되는 마이크로시스틴은 청산가리보다 100배 강한 독성을 지니고 있으며 암, 간 질환, 신경계 질환 등을 일으키는 위해 독성 물질이다.
 
4일 환경단체인 환경운동연합, 낙동강네트워크, 대한하천학회에 따르면 낙동강 권역인 대구, 경남, 부산 등의 수돗물 채취 조사 결과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부산 수영구에서 0.061ppb(ppb는 1ppm의 1000분의 1), 김해 내동에서 0.056ppb, 대구 수성구에서 0.064ppb 등 6개의 샘플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이는 엄격한 관리 기준을 가진 미국 캘리포니아주 환경건강위험평가국 음용수(OEHHA) 기준치인 0.03ppb 대비 무려 2배가량 높은 수치다.
 
앞서 지난해 10월 환경운동연합의 발표에 따르면 낙동강 물로 키운 상추에서 1㎏당 67.9㎍(마이크로그램)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되기도 했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의 농작물 내 마이크로시스틴 기준(사람 몸무게 1㎏당 하루 0.04㎍)을 적용할 경우 몸무게 30㎏ 초등학생이 하루 상춧잎 3장만 먹어도 WHO 기준을 초과한다.
 
게다가 부산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다대포해수욕장 등 낙동강 하구 일대에서는 지난달 12일 물의 채수 성분 분석 결과, 신경독소인 '베타 메틸아미노 알라닌(BMAA: beta-Methylamino-L-alanine)'이 1.116ppb 검출됐다.
 
국내에서 녹조에 따른 BMAA 검출은 이번이 처음이다. BMAA는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루게릭병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치명적인 독소다.
 
낙동강 일대에서 검출되는 독성 못지않게 녹조로 인한 혐오스러운 외관도 문제다. 현재 낙동강 일대는 유역 상당수가 탁한 녹조로 인해 진한 초록빛을 띄고 있는 상태다. 상류는 물론 하류인 다대포해수욕장까지도 지난달 중부지방에 내린 기록적인 집중 호우로 녹조가 밀려온 탓이다.
 
게다가 일대 악취도 주민들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4급수에만 사는 실지렁이와 깔다구로 추정되는 유충이 많고, 걸쭉한 조류 알갱이들이 유역 전반에 퍼져있기 때문이다.
 
녹조는 녹조류가 과도하게 성장해 물 빛깔이 짙은 녹색으로 변하는 현상이다. 낙동강 녹조 심화 현상에 대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정확한 원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일단 환경단체는 4대강 사업 이후 강의 흐름을 막는 보가 녹조의 강력한 원인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낙동강네트워크 관계자는 "녹조는 질소, 인 등 영양물질의 과다 유입, 고수온, 높은 일사량, 물 순환 정체 때 주로 발생한다"며 "보, 하굿둑 때문에 물이 흐르지 못하는 상황에서 올해는 비까지 많이 내리지 않아 낙동강 녹조가 더욱 심해졌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환경부에 따르면 4대강 사업 이후 낙동강의 유속은 5배 이상 느려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정 구간에서는 최대 38배까지 유속이 느려졌다. 보의 수문을 상시로 열어 낙동강의 유속을 높여 녹조 형성을 저지하는 것이 해결 방안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환경단체 관계자는 "정부가 수문을 녹조가 창궐하기 전 열었다면 낙동강에서 녹조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낙동강 보의 수문을 상시 개방해 낙동강이 흐를 수 있도록 조처해야 한다. 영남에 만연한 녹조 독의 공포로부터 해방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낙동강 일대가 녹색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심각한 녹조로 수질오염이 심화하며 몸살을 앓고 있다. 사진은 대구 달성군 구지면 낙동강 일대가 녹조로 뒤덮인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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