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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스타 말고도 6건…ISDS 줄소송 가능성
법조계 “일부 패소 판결 근거로 외국 자본 소송길 열려”
2022-08-31 17:35:17 2022-08-31 17:37:16
[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의 투자자-국가 분쟁 해결제도(ISDS)가 10년만에 1라운드를 마쳤지만, 우리 정부의 대응 역량을 시험할 굵직한 ISDS 사건들이 6건이나 남아있다. 
 
31일 법무부에 따르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돼 소송이 진행 중인 ISDS는 △엘리엇 △메이슨 △쉰들러 △중국 투자자 △부산 투자자 △이란 다야니 가문 등 모두 6건이다.
 
기업 투자자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낸 ISDS 중 가장 잘 알려진 건 미국계 사모펀드 엘리엇이 제기한 소송이다. 엘리엇은 지난 2018년 7월 약 7억7000만달러(약 1조329억원)의 손해배상을 우리 정부에 청구했다. 삼성물산(028260)과 제일모직 합병 승인 과정에서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 등이 투표 찬성 압력을 행사하는 등 부당하게 개입해 손해를 봤다는 것이다.
 
미국계 헤지펀드 메이슨 캐피탈 매니지먼트가 제기한 소송도 엘리엇 사건과 쟁점이 유사하다. 메이슨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손해를 봤다며 2억달러(약 2691억원) 규모의 ISDS를 제기했다. 
 
스위스 승강기업체 쉰들러는 2018년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의 행위로 인해 손해를 입었다며 소송을 냈다. 현대엘리베이(017800)터가 경영권 방어를 위해 부당하게 유상증자와 전환사채를 발행했는데 금융당국이 이를 알고도 방치해 손해를 입었다는 주장이다. 쉰들러가 요구한 손해배상 금액은 1억9000만달러(약 2540억원)다. 
 
개인 투자자들이 얽힌 ISDS도 진행되고 있다. 지난 2020년 7월 한 중국인 투자자는 본인 소유의 국내 회사 주식을 대상으로 우리은행이 담보권을 실행한 것과 국내 법원의 관련 민·형사 재판 절차가 위법하다며 1억5000만달러(약 2019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부산 투자자 사건은 미국 국적의 청구인이 부산시 수영구 재개발사업으로 인해, 소유하던 부동산이 수용돼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내용이다. 이 사건의 손해배상 청구 금액은 약 537만달러(약 71억원)이다.
 
지난해 10월에는 이란 가전업체 엔텍합 소유주인 이란 다야니 가문이 한국 정부의 배상금 지급 지연을 문제 삼아 우리 정부를 상대로 두번째 ISDS를 제기했다. 앞서 다야니 가문은 2015년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 과정에서 578억원의 계약금이 채권단으로 넘어가자 정부를 상대로 935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당시 중재판정부는 우리 정부에 730억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으나 우리 정부가 대이란 제재와 금융거래 제한 등으로 배상금 지급을 미루자, 다야니 가문이 다시 소송을 냈다. 
 
현재는 론스타를 제외하고 6건의 ISDS가 진행 중이지만, 국제 분쟁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중재판정부가 론스타 사건에서 우리 정부에 일부 패소 판정했기 때문이다. 중재판정부는 우리 정부의 론스타 매각 승인 지연 행위가 투자보장협정상 공정·공평대우의무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우리 정부는 론스타 관련 형사사건으로 인해 매각 승인을 늦춘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론스타는 우리 정부가 부당하게 매각 승인을 지연했다고 맞받았다. 중재판정부는 매각 승인 지연은 금융위원회 권한이 아니라며 론스타 주장 일부를 받아들였다.
 
이처럼 일부 패소한 부분을 근거로 유사사건에서 외국 자본이 ISDS를 연달아 제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법조계와 법학계에서 제기된다.
 
한 국제중재 전문 변호사는 “이미 소송이 진행 중인 사건에 이번 론스타 판결의 영향이 어떻게 미칠지는 예단하기 어렵지만, 추가적인 국제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은 높다”며 “우리 정부가 일부 패소 판결한 부분을 외국기업들이 활용할 여지가 생겼다”고 내다봤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일부 승소했다고 하지만 마찬가지로 일부 패소한 것”이라며 “또 다른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정부가 (국경을 넘나드는 크로스보더 딜에) 행정지도를 하고 개입한 정황을 포착하면 줄소송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역시 “주가조작을 수사 중이어서 매각을 승인하지 않았다는 우리 주장을 중재판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점은 중대한 의미가 있다”며 “유사사건이 발생할 경우 외국계 자본의 소송이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과적으로는 인수 자격이 없는 산업자본에 외환은행 매각을 승인한 정책당국자들의 행동은 사실상 직무유기에 해당한다”며 “관련자들은 그에 상응하는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져야한다”고 지적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 금융정의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2019년 11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론스타 고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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