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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스타 판정' 쟁점별 판단…금융 '패' · 조세 '승'
"외환은행 매각시 승인지연은 공정·공평의무 위반"
"과세처분, 투자협정상 자의적·차별적 대우 없었다"
2022-08-31 17:32:17 2022-08-31 17:43:34
[뉴스토마토 김수민 기자] 미국계 사모펀드(PEF)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2800억원을 배상하라는 판정 결과를 내놨다. 이날 법무부가 발표한 '론스타 사건'의 쟁점은 크게 △관할 △금융 △조세 △손해액 산정 등 4가지다.
 
"투자보장협정 소급 적용 안 되지만 청구인 자격 인정"
 
ICISD 협약의 적용과 관련된 관할쟁점의 경우 중재판정부는 양측의 주장을 반반씩 받아들였다.
 
론스타는 2011년 한-벨기에·룩셈부르크 투자보장협정은 발효 이전 행위에 소급적용 가능하며, 소급적용되지 않더라도 한국 정부의 일련의 조치들은 2011년 협정 발효 이후에도 계속된 복합적인 위법행위에 해당해 협정 적용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국 정부는 론스타의 금융 및 조세 쟁점 관련 주장의 전부 내지 상당 부분은 2011년 한-벨기에·룩셈부르크 투자보장협정 발효 이전에 구체화된 분쟁 또는 행위에 대한 것으로, 불소급 원칙에 따라 협정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었다.
 
중재판정부는 론스타의 청구를 기각하면서 한국 정부 측의 손을 들어줬다. 1976년 한-벨기에·룩셈부르크 투자보장협정 위반에 대한 관할과 2011년 한-벨기에·룩셈부르크 투자보장협정이 발효된 2011년 3월 27일 이전에 발생한 행위에 대한 관할 모두 없다는 것이다.
 
중재판정을 신청할 수 있는 당사자 적격과 관련해 론스타는 투자보장협정 및 국제법상 의무 위반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손해의 증명은 불필요하며 론스타 청구인들은 실질을 무시한 모회사에 대한 과세처분 등을 다툴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LSF-KEB를 제외한 나머지 7명의 론스타 청구인들은 과세처분의 대상자가 아니라 손해가 없고, 직접적 과세처분을 받은 상위 실체 미국 내지 버뮤다 모회사 등의 권리를 대리해 주장하는 것이므로 당사자 적격이 없다고 반박했다.
 
중재판정부는 이 부분에서 과세 대상 투자 자산의 법률상 소유자들인 론스타 청구인들은 당사자적격이 있다며 론스타의 손을 들어줬다.
 
"금융위, 매각 승인 지연…공정·공평대우 의무 위반"
 
우리 금융당국의 처분의 적법성을 다투는 금융 부분 쟁점은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하나금융에 매각할 당시 한국 정부가 부당한 압력을 가했는지 여부였다. 중재판정부는 론스타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중재판정부는 금융위원회가 외환은행 매각 가격을 낮추라고 압박하면서 매각 승인을 지연해 투자보장협정상 공정·공평대우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론스타와 HSBC 사이 계약에 대해선 투자보장협정이 발효된 2011년 3월27일 이전에 발생한 행위이기 때문에 중재 대상이 아니라며 론스타의 청구를 기각했다.
 
다만 론스타가 벌인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2011년 우리 대법원 유죄 판결을 들어 론스타에게도 외환은행 매각 가격이 떨어진 과실이 50% 있다고 판단해 떨어진 가격의 50%만 손해배상액으로 인정했다.
 
"론스타 면세혜택 제외는 정당"
 
한-벨기에 이중과세방지협정과 관련된 조세 이슈에 대해 중재판정부는 론스타 주장을 기각하고 한국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론스타는 우리 정부가 론스타에 대한 면세혜택을 부당하게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한-벨기에 이중과세방지협정(조세조약)에 따라 벨기에 법인의 국내 거래에 일부 면세혜택을 부여하고 있음에도 혜택을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론스타의 양도 및 배당소득 등에 대한 일련의 과세처분 과정에서 론스타에게 최대한의 과세 목적 하에 론스타가 국내 고정사업장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와 소득의 실질귀속자 판단 등에 있어 일관성 없는 자의적 기준을 적용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론스타의 벨기에 법인들은 조세회피 목적으로 설립된 실체 없는 '도관회사'로 한국 및 국제 조세법에서 인정되는 실질과세원칙에 따라 적법하게 면세혜택을 부여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또 론스타에 대한 각 과세처분은 구체적 사실관계를 고려해 정당하게 부과했으며 조세조약상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권리에 대한 입증책임은 납세자에게 있고 세무당국은 실질귀속자를 파악하기 위한 조사를 실시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중재판정부는 론스타에 대한 한국 정부의 과세처분이 2011년 한-벨기에·룩셈부르크 투자보장협정 발효 이전에 있었기 때문에 관할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한국 정부의 실질과세원칙 적용 등 과세처분은 국제 기준에 부합하기 때문에 자의적·차별적 대우에 해당하지 않으며 수용금지 등 투자보장협정상 의무 위반도 없다고 봤다.
 
"미래 부과될 세금까지 감안할 근거 없어"
 
론스타는 한국 정부에 총 46억7950만 달러(약 6조1000억원)을 청구했다. 2013년 9월30일부터 완제일까지 한 달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에 따른 이자와 기타 법률비용 및 중재비용 지급도 청구했다. 또 손해의 완전한 보상을 위해 향후 중재판정의 손해배상액에 부과될 수 있는 한국 및 벨기에의 세금 약 21억8850만 달러(약 한화 2조8000억원)를 함께 청구했다.
 
한국 정부는 세금 부과 여부 및 액수가 확실하지 않은 추가 세금 청구는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손해액은 실제 계약금이 아닌 당시의 시장 거래가격을 기준으로 산정돼야 한다며 인수승인 지연과 론스타의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희박하고 HSBC 매각 결렬로 인한 손해는 론스타가 자초했다고 주장했다.
 
중재판정부는 이와 관련해 판정금에 대해 미래에 부과될 세금까지 감안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며 론스타의 청구를 기각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31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론스타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 판정 선고와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뉴시스)
 
김수민 기자 su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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