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3년 만에 열린 퀴어축제…보수단체 맞불집회로 혼잡
주최측 추산 축제 참가자 13만5000명
광화문~숭례문 곳곳 기독교·보수단체 집회
도심 교통·보행 통제…물리적 충돌은 없어
2022-07-16 18:55:47 2022-07-18 16:25:32
 
[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국내 최대 규모의 성소수자 축제인 '서울퀴어문화축제'가 16일 3년 만에 서울광장에서 열렸다. 이날 서울광장 일대는 퀴어축제를 반대하는 기독교·보수단체들의 집회와 맞물리며 혼잡한 모습을 보였다.
 
광화문에서 서울광장을 거쳐 숭례문까지 이르는 약 1.5km 구간은 퀴어축제 참가자와 반대집회 참가자들이 뒤섞이며 많은 인파가 몰렸다. 물리적인 충돌을 예방하기 위해 경찰 인력은 물론 경찰 차벽이 광장 일대에 들어서며 서울광장과 맞은편 플라자호텔 인근은 교통과 보행도 통제됐다.
 
16일 중구 서울시의회 앞에서 종교와 보수단체가 무대를 설치하고 성소수자 축제를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시진=윤민영 기자)
 
종교 단체들의 반대 집회는 다양한 형태로 진행됐다. 서울시의회 앞에서는 무대를 설치하고 종교 단체가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거리 곳곳에는 트럭 위에서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소규모 집회도 일어났고 어린이들이 동성애를 반대하는 부채를 나눠주기도 했다.
 
성소수자 지지를 뜻하는 6색 무지개 색상의 복장과 소품을 지닌 사람들과 퀴어축제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밀착되는 상황이었지만 특별히 물리적인 충돌은 눈에 띄지 않았다. 경찰들도 소규모 인원으로 나뉘어 거리 곳곳에 배치돼 상황을 살폈다.
 
퀴어축제가 펼쳐지는 서울광장 입구에 다다르자 축제 참가자들이 물밀듯이 밀려 들어오기 시작했다. 입구가 혼잡하면 경찰들이 길을 안내하기도 했다.
 
서울광장 안에서 진행된 축제는 '살자, 함께하자, 나아가자'라는 슬로건을 걸고 있었다. 비로 인해 잔디가 축축하고 워낙 참가들이 빽빽하게 있어 여유로운 풍경은 아니었다. 이들은 주로 기념사진을 찍거나 굿즈(기념품)를 구매하기 위해 수십미터씩 줄을 서기도 했다.
 
인권·시민·노동단체, 독일·미국·네덜란드 등 주요국 대사관 등 성소수자의 인식 개선을 촉구하는 단체나 기관의 부스도 수십곳이 설치됐다. 진보 진영 정당들도 깃발을 세우고 서울퀴어퍼레이드를 지지했다.
 
16일 서울퀴어퍼레이드에 참가한 참가자가 성소수자 지지를 뜻하는 타투를 새긴 팔을 보이고 있다. (사진=윤민영 기자)
 
참가자들의 형태도 다양했다. 퀴어축제에는 동성애자, 양성애자, 트랜스젠더뿐만 아니라 이를 지지하는 참가자들로 채워졌다. 외국인은 물론 자녀들과 함께 가족 단위로 온 경우도 많았다. 당초 5만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체감하는 참가 인원은 이보다 훨씬 많았다.
 
자신을 양성애자(바이 섹슈얼)라고 소개한 20대 중국인 유학생은 "중국에서는 한국이 개방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는데 성과 관련해서는 생각보다 보수적인 분위기"라며 "한국은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많이 커져있기 때문에 이런 축제가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성애자이지만 성소수자와 장애인 인권에 관심이 많아 참여하게 됐다는 한 대학생은 "독일에 여행갔을 때는 관공서 공무원도 성소수자임을 당당히 밝힐 정도로 보통 사람들과 똑같이 어울려 사는 모습을 봤다"며 "성소수자들도, 정부와 지자체도 조금씩 양보하며 공생하는 길을 만들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부임해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는 첫 공개연설 무대로 서울퀴어문화축제를 선택해 "우리는 인권을 위해 여러분과 함께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0일 부임해 첫 공개 연설로 축제 무대에 오른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는 "어느 곳에서의 차별도 반대하고, 모든 사람이 존중받는 사회를 위한 미국의 헌신을 증명하고 싶어서 행사에 참여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연합(EU), 네덜란드, 뉴질랜드, 노르웨이, 덴마크, 독일, 스웨덴, 아일랜드, 영국, 캐나다, 핀란드, 호주 등 총 13개 주한대사관과 대표부의 대사·외교관들도 행사에 참석해 응원했다.
 
이날 행사는 오전 11시 사전 행사를 시작으로 2시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참자가는 13만5000명으로 추정된다.
 
16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열리고 있다. (사진=윤민영 기자)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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