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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는 시민광장 사용하면 안 되나요?"
(토마토초대석)양선우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장
"서울시, 유독 성소수자 축제에만 엄격한 잣대"
"조건 달고 단 하루만 사용하라는 건 엄연한 차별"
"억울해도 붙들고 호소할 법적 권리조차 없어"
2022-06-28 06:00:00 2022-06-28 06:00:00
[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서울광장 사용은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로, 시민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퀴어문화축제를 여는데 서울광장을 단 하루 사용할 수 있게 허가한 서울시의 결정은 허가가 아니라 차별이다."
 
양선우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장은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서울시가 퀴어문화축제를 위한 서울광장 사용을 단 하루만 허용한 것을 '성소수자 차별'이라고 지적했다. 당초 조직위는 내달 12~17일 서울광장 사용을 신청했지만 서울시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가 16일 단 하루만 사용토록 승인했기 때문이다.
 
"광장 사용 심의하는 것 자체가 부당"
 
조직위는 시민위에 광장 사용을 심의 받아야 한다는 사실부터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조직위는 서울광장 사용이 '신고제'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시가 시민위 안건에 올리는 '허가제'를 적용한 것은 유독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의 결과라고 반발했다.
 
서울시 조례에 따라 서울시는 광장 사용 신고를 접수하면 48시간 이내 수리 여부를 통보해야 한다. 그러나 조직위는 이를 시민위 안건으로 올리며 시간을 지연시킨 것은 조례 위반이라는 입장이다. 조직위는 지난 4월13일 서울시에 서울광장 신고서를 제출했으나 현재의 결과가 나오기까지 63일이 걸렸다.
 
양 위원장은 "서울광장은 모두가 쓸 수 있는 곳인데 유독 성소수자 축제에만 심의를 걸고, 사용 여부를 결정한다"며 "사용 허가에 앞서 시민위에 심의를 올리는 것 자체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코로나19 이전인 2016~2019년에 매년 시민위 안건으로 상정됐을 때도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고 더욱이 2019년 인권위는 이 절차가 부당하며, 지연을 하지 말라는 권고문을 내기도 했다"며 "서울광장 사용을 시민위 안건으로 상정하고, 또 하루만 허용한 것을 마냥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50명에서 시작한 축제, 이젠 16만명"
 
그렇다면, 올해로 23회째가 되는 퀴어문화축제를 '굳이' 서울광장에서 열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양 위원장은 "축제 수용 인원을 감당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50~100명 정도로 작게 시작했던 축제는 시대 변화의 흐름에 따라 성소수자가 아닌 보통의 시민들도 하나의 문화처럼 참여하는 축제로 변모했고, 외국인들에게도 많이 알려지며 몸집이 커졌다는 것이다.
 
양 위원장은 "축제는 매해 서울 곳곳에서 퍼레이드를 하고 영화제를 열고 파티 등 부대 행사가 열리는 식으로 진행됐다"며 "다양한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을 가진 성소수자가 자긍심을 느끼고, 또 이를 지지하는 시민들이 어울릴 수 있는 축제로 20년 간 열렸다"고 설명했다.
 
또 "처음 서울광장에서 축제가 열렸던 2015년에는 16만명의 시민이 참여하며 광장이 좁을 정도로 많은 분들이 참여했다"며 "이 모습을 보며 예전하고는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이)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직장 잃기도"
 
양 위원장이 느끼는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은 단순히 서울광장 사용 여부에 달린 것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성소수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점차 개선되고 있으나, 아직 대한민국에서는 차별과 혐오가 이들의 삶을 깊숙히 파고 들었다.
 
양 위원장이 만난 한 청년은 동성애 사실이 직장에 알려지면서 일자리를 잃었다고 한다. 동성애자라는 이유만으로 직장을 잃거나 취업 자체가 힘든 경우가 많아, 이들은 자신이 성소수자라는 사실을 속이고 취업을 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하더라도 '성소수자 차별'에 대한 제재 장치가 없다보니 실질적인 개선 효과는 미미한데, 이를 위해서라도 '차별금지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양 위원장은 "현재까지는 이런 일이 일어나도 도움을 요청하거나 신고를 할 수 있는 법이 없다"며 "고용부에 진정을 하더라도 조사를 하고 일정 수준의 처벌을 하는 것이 차별금지법인데 지금의 상황에서는 법적 권리 자체가 하나도 없다"고 지적했다.
 
"'성소수자=우울'…인식 개선 돼야"
 
양 위원장은 뉴스에 등장하는 성소수자의 소식을 접할 때마다 마음이 좋지 않다고 한다.우울한 소식이 대부분인데다, 많은 언론에서 이슈화의 목적으로만 소비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양 위원장은 "코로나19가 한참 창궐할 당시 이태원 게이바에서 확진자가 나왔을 때, 대한민국이 성소수자를 확산의 온상으로 몰아갔다"며 "어디서나 나올 수 있는 확진자가 굳이 동성애자들이 많은 곳에서 나왔다고 강조하는 기사가 일주일에 900개 정도 쏟아졌다"고 말했다.
 
양 위원장은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라도 퀴어문화축제 같이 시민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본다. 아울러 단순히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사회 속에서 받는 차별을 차별로 인정할 수 있는 제도 마련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양 위원장은 "성적 지향은 내가 누군가를 좋아하는 문제라서 그것으로 차별을 당해서는 안 된다"라며 "우울한 소식이 많이 나오는 대신 동성애자, 이성애자, 무성애자 모두 동등해지는 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양선우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장이 15일 서울시청 앞에서 서울광장 사용의 시민위 심의가 서울시의 차별적 행정이라며 규탄하고 있다. (사진=윤민영 기자)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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